기저귀로 비교해 보니... 투수성 포장의 한계가 보인다

[주장] 작은 비에는 효과적이지만 극한호우에는 한계... 도로 바꾸기보다 빗물받이 활용한 저류·침투가 더 경제적

등록 2026.07.22 10:57수정 2026.07.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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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극한호우에 대응하기 위해 투수성 포장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불투수면을 줄여 빗물이 땅으로 스며들게 하겠다는 취지다. 물순환 회복을 위해 필요한 정책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과연 투수성 포장이 극한호우의 해법일까?

16년 전 나는 '포장만 요란한 투수성 포장'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당시에는 침투시설의 한계를 이야기했지만, 최근 정부 정책을 보면서 그 글을 다시 떠올렸다. 그때보다 기후위기는 더 심해졌고, 폭우는 더 강해졌다. 하지만 침투의 원리는 변하지 않았다.

기저귀 하나가 설명해 주는 침투의 원리

기저귀로 이해하는 침투시설의 한계 기저귀가 적은 양의 물은 잘 흡수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물이 들어오면 포화되어 넘치듯이, 투수성 포장이나 침투도랑 등 침투시설도 작은 비에는 효과적이지만 극한호우에서는 흡수능력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은 몬순 기후에서는 침투만으로는 부족하며, 빗물을 저장(저류)한 뒤 천천히 침투시키거나 활용하는 방식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기저귀로 이해하는 침투시설의 한계 기저귀가 적은 양의 물은 잘 흡수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물이 들어오면 포화되어 넘치듯이, 투수성 포장이나 침투도랑 등 침투시설도 작은 비에는 효과적이지만 극한호우에서는 흡수능력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같은 몬순 기후에서는 침투만으로는 부족하며, 빗물을 저장(저류)한 뒤 천천히 침투시키거나 활용하는 방식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한무영

복잡한 수문학보다 기저귀 하나가 더 쉽게 설명해 준다. 새 기저귀는 물을 잘 흡수한다. 적은 양의 물은 모두 흡수하여 새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양의 물을 한꺼번에 부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저귀는 곧 포화되고 더 이상 물을 흡수하지 못한다. 흡수하지 못한 물은 그대로 밖으로 넘쳐 흐른다.
투수성 포장도 같은 원리다.

비가 조금씩 내릴 때는 포장 틈과 자갈층을 통해 빗물이 땅속으로 잘 스며든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집중되는 몬순 기후에서는 토양과 자갈층이 금세 포화된다. 그 이후 내리는 비는 더 이상 침투하지 못하고 도로를 따라 그대로 흘러간다. 즉, 투수성 포장이 나쁜 기술이 아니라, 적용할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목적은 투수성 포장이 아니라 유출계수 감소

최근 나는 '유출계수'라는 개념을 소개하면서 도시 물관리를 하나의 숫자로 평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목표는 투수성 포장을 많이 설치하는 것이 아니다. 목표는 유출계수를 낮추는 것이다.


유출계수는 내린 비 가운데 얼마나 많은 물이 곧바로 흘러나가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숫자가 낮아질수록 침수는 줄고, 지하수는 늘어나며, 도시의 물순환은 회복된다. 투수성 포장은 유출계수를 낮추는 여러 기술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정책은 특정 공법을 확대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어떤 방법이 가장 경제적이고, 유지관리가 쉽고, 홍수와 가뭄을 함께 줄일 수 있는지를 함께 비교해야 한다.

도로를 바꾸지 말고 빗물받이를 바꾸자


여기서 발상을 조금만 바꿔보자. 기존 도로를 모두 투수성 포장으로 교체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든다. 유지관리도 쉽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 공극이 막혀 성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미 우리 발밑에는 빗물을 모으는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바로 빗물받이다.

빗물받이를 조금만 개량하면 도로를 따라 흐르는 빗물을 작은 저류조로 보낼 수 있다. 저장된 물은 천천히 침투시키거나, 조경용수와 청소용수, 화재 대비용수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여러 장점을 가진다. 첫째, 기존 도로를 뜯어낼 필요가 없다. 둘째, 적은 비용으로 설치할 수 있다. 셋째, 작은 비는 침투시키고 큰 비는 저장하여 홍수를 줄일 수 있다. 넷째, 저장된 물은 가뭄과 폭염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하나의 시설이 여러 역할을 수행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것이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목표다

기후위기 시대의 물관리는 기술 경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투수성 포장도 필요하고, 저류조도 필요하며, 레인가든과 침투도랑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정책은 "투수성 포장을 몇 킬로미터 설치했는가"를 평가할 것이 아니라, "유출계수를 얼마나 낮추었는가"를 평가해야 한다. 그러면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가장 적합한 기술이 자연스럽게 선택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하나의 기술만으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 침투와 저장을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인 물관리,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이다. 기저귀가 작은 물에는 훌륭하지만 폭우에는 한계가 있듯이, 투수성 포장도 작은 비에는 효과적이지만 극한호우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보완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해법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다.

도로를 모두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빗물받이를 더 똑똑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부가 추진하는 투수성 포장 정책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투수성 포장은 유출계수를 낮추는 데 효과적인 기술 가운데 하나이며, 특히 강우가 비교적 고르게 내리고 토양의 침투능력이 높은 지역에서는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술은 자연조건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 강우 특성, 지형, 토양, 지하수위, 도시 구조 등은 나라마다,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약 70%가 산지이고, 여름철 짧은 기간에 많은 비가 집중되는 몬순 기후를 가진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침투시설이 작은 비에는 효과적이지만, 극한호우에서는 포화되어 성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외국에서 성공한 기술이라고 해서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우리 자연조건에 적합한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

또한 정책은 특정 공법의 보급 자체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유출계수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설치비와 유지관리비를 포함한 생애주기 비용은 어떠한지, 홍수·가뭄·폭염을 동시에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비교·평가해야 한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중요한 것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물관리는 하나의 기술에 의존하는 시대가 아니라, 지역의 자연조건에 맞는 여러 기술을 적절히 조합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 투수성 포장도 그 중요한 메뉴 가운데 하나이지만, 빗물저장과 침투를 함께 활용하는 통합적인 접근이 우리나라와 같은 몬순 지역에서는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투수성포장 #저류침투공법 #빗물받이 #극한호우대응 #물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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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빗물박사.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 빗물의 중요성을 알리고, 다목적 분산형 빗물관리를 통하여 기후위기를 극복할수 있다는 것을 학문적, 실증적으로 국내외에 전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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