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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괴물폭염에 맞서려면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보호 없는 폭염 속 운수노동자 ④] 8월, 폭염버스가 모든 노동자를 위한 기후안전망을 향해 달립니다

    등록 2026.07.27 11:05수정 2026.07.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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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15일 저녁, 2027년도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1만 700원으로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 마지막 회의를 마친 새벽, 서울로 이동하는데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차선조차 보이지 않는 도로에 물류를 실은 화물차만이 가득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멈추지 않는 물류운수노동자들이다. 물류운수노동자에게 기후변화는 자신의 작업장이 바뀌는 중대한 문제다.

    도로 위 노동자들은 대부분 위탁계약 형태로 최저임금은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안전조치는 물론, 작업중지권, 위험성평가,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명예산업안전감독관 등 기본적인 산업안전보건체계조차 구축되어 있지 않다.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어 폭염시 2시간 일한 후 20분 휴식시간을 보장했지만 특고 플랫폼 노동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폭염대책 세워도 소용없는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

    "많은 분들이 이동노동자는 잠깐 차를 타고 이동하니 괜찮지 않겠느냐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릅니다. 한여름 차량 내부는 매우 높은 온도로 달아오르고, 에어컨이 열기를 식히기도 전에 다시 내려 고객을 방문해야 합니다. 다시 뜨거운 차에 올라 이동하고, 또다시 현장으로 들어가는 일을 하루에도 수십 차례 반복합니다. 차량은 쉼터가 아니라 또 하나의 폭염 작업장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일 민주노총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비스연맹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웨이 코디코닥지부 윤우석 부지부장의 증언이다.

    정수기, 비데 등 가전제품을 렌탈하는 고객의 집을 방문해 점검하는 가전방문점검원 노동자, 배달라이더, 택배,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 안전 체계의 바깥으로 추방되어 있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조 목적에는 노무제공자를 법 적용대상으로 명시해놓았다.

    "제1조(목적) 이 법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

    노무제공자란 산업안전보건법 제77조(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에 따른 대통령령으로 지정한 18개 업종, 그 중에서도 여러 업체가 아니라 하나의 업체에서만 일하는 특고 플랫폼 노동자를 말한다. 어렵게 이 모든 관문을 통과해도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교육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폭염에 대비해 '온열환경 개선 확인, 취약 작업 안전공단 실태 확인, 온열 질환 예방 대책 제출, 쉼터 정보, 생수 나눔 캠페인 추진, 배달플랫폼사 업무협약 체결'을 내놓았지만, 가장 핵심적인 산업안전보건법을 제1조 목적에 걸맞게 수정하겠다는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기후변화와 산업구조변화가 중첩되면서 기존 노동법과 산업안전체계에서 배제된 노동자들은 지붕 없는 허허벌판에서 폭염과 폭우를 견뎌야 한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정부, ILO서 찬성표 던졌지만… 플랫폼 노동 보호 앞에 선 과제

    이 때문에 ILO는 올해 6월 12일, 플랫폼 경제에서의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193호 협약)을 채택했다. 찬성 406표, 반대 8표로 전세계 노사정 대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조치가 통과됐다. 당연히도 한국 정부는 찬성표를 던졌지만 경총은 반대표를 던졌다. 전 세계 반대 8표 중에 한 표가 바로 한국 경총의 것이었다.

    193호 협약 제4조 1항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여부와 상관없이 '건강상 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적합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회원국에 부과하였고, 제5조에는 '자신의 생명 또는 건강에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이 생겼다고 믿을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경우에,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권리 및 이로 인하여 부당한 결과를 당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맘때면 불어난 물을 가로질러 배달 중인 배달 라이더 사진이나 태풍의 강한 바람에 배달통 뚜껑이 라이더의 머리를 때리는 짧은 영상을 보게 된다. 일하는 사람들의 애한이 서린 장면으로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노동자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쉬이 넘어갈 수 없는 장면이어야 한다.

    플랫폼 노동자가 만약 위험한 상황에서 일을 중단하더라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처럼 임금이 보장되고, 사업주가 업무중단에 대한 후속조치를 책임진다면 이런 장면들은 사라질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AI가 위험한 환경에서 일할수록 더 높은 임금을 책정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자율적 선택이라고 강변하지만, 날씨가 좋은 날에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책정하고, 폭염과 폭우일 때에는 높은 임금을 책정해 노동자들이 위험을 향해 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를 설계해 놓았다.

    지난 4월에 공개된 고용노동부 '배달종사자 유해·위험요인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위험한 환경에서 제공되는 높은 단가와 미션을 거부하면 소득이 감소되는 구조가 노동자의 위험 감수 행동을 유도한다고 지적했다.

    제주 기후보험 실험, 소득 걱정 없이 멈출 권리 보장해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하더라도 노조조직률이 낮거나 고용이 불안한 노동자들은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다. 지난 7월 18일에 쿠팡 인천 32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동됐고 인근 주민에게 대피령과 휴교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쿠팡은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안전을 점검하는 게 아니라 주변 물류센터로 출근하라는 안내 문자를 일부 노동자에게 보냈다. 기후위기든 대형화재든 위험 상황에서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상품과 서비스의 생산과 안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2023년 6월에는 마트 노동자가 일을 하다 주차장에서 죽었다. 2023년 7월에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5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2024년에는 택배 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그늘 한 점 없이 하늘 위 태양과 아스팔트 밑의 지열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공항·항만 노동자들의 생명도 위험하다. 위험하면 일을 안 하면 되지 않을까?

     지난 7월 1일 민주노총 폭염감시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민주노총 폭염감시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전재희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민주노총

    "더워 죽는 것보다 굶어 죽는 게 더 무섭습니다. 폭염으로 작업중지하면 더워 죽진 않을 수 있습니다만, 뭐 먹고 삽니까. 폭염기 임금을 보전하지 않으면 건설노동자에게 작업중지는 그림의 떡입니다."

    지난 7월 1일 민주노총 기자회견에 참여한 건설노조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의 증언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는 기후보험을 도입했다. 폭염 중지 경보가 떠서 작업을 중지하는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에게 하루 최대 4시간까지의 임금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기준 노임의 80%인 1만 7210원이다. 인도 농촌지역에서도 폭염 등으로 일을 못하면 소득을 보장하는 기후보험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노동법 체계에서도 근거가 있다.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일을 하지 못하면 평균임금의 70%를 보장하는 휴업수당제도가 있고, 고용보험에서는 실업급여가 있다. 폭염·폭우가 새로운 일상이 된 시대에 실업과 휴업의 의미를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로 '괴물폭염' '괴물폭우'라는 극단적인 단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괴물을 막으려면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공운수노조는 8월 폭염 버스 투쟁을 진행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모든 노동자에게 차별 없이 적용시키고, 소득과 생명을 저울질하지 않을 수 있도록 새로운 소득보장제도를 상상해야 한다. 새로운 세상으로 달리는 폭염버스에 많은 분들이 탑승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입니다.
    #폭염 #폭우 #공공운수노조 #폭염버스 #특고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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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가 함께 하는 민주노총 산하 최대의 산별노조입니다. 공공부문, 운수부문, 사회서비스 등 부문의 모든 노동자가 함께 하는 노동조합입니다.정규직과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뿐 아니라 실업자·퇴직자·해고자 및 조합 임용자, 예비 노동자도 가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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