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이미지.
오마이뉴스
나도 가끔 생각한다. '이제 그만할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생나무라는 결과를 보고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포기가 아니었다. 다시 고쳐야 할 문장이었다. '그 문장은 조금 다르게 쓸 수 있었는데.' '글 쓰는 게 뭔지…' 나는 다시 컴퓨터를 켰다. 빈 화면이 나타났다. 잠시 바라보다가 첫 줄을 썼다.
글 쓰는 사람들의 숙명 같은 마음이 겹쳐 보였다. 다시 쓰고 고칠지언정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마음. 그 마음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도 속엣말이 나와버렸다. '문장이 문제가 아닌데...' 오히려 문장은 좋았다. 그럼 뭐가 문제였을까. 글의 방향이었다. 목적한 바가 어딘지 알 수 없고 딴 길로 샌 것 같은.
선택 받지 못한 글도 시작은 비슷했다. 회고록을 쓰고 있는데 글을 고치다가 새벽 3~4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는 것. 아침에 얼어나 다시 글을 고치다가 친구들과의 약속 때문에 서둘러 집을 나왔는데 두고 온 게 생각나 28층을 세 번이나 오르내렸다는 것.
그러다가 아내가 생전에 했던 말이 생각났더라는 것. 여기서 끝났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친구들 만나러 가는 길에 관찰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총무가 "어디쯤 왔냐?"고 묻는 전화 내용으로 글은 끝나버렸다. 읽고 나서 남는 게 없었다. 일기처럼 읽혔다.
'28층 집을 몇 번이고 오르내리다 문득 깨달은 아내의 빈자리와 그리움, 그리고 전철 안에서 느낀 삶의 온기를 담백하게 담아내는 글을 쓰고 싶었다'라고 하셨지만, 독자가 '아내의 빈자리와 그리움'을 공감하기에는 장면이 너무 훅 지나가 버렸고 전철 안에서 느낀 삶의 온기는 특별하지 않았다.
결국 '그날 있었던 일'을 쓴 평범한 글이 되었다. 차라리 '28층 집을 몇 번이고 오르내리다 문득 깨달은 아내의 빈자리와 그리움'에 대해서만 집중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냈다면 어땠을까. 내가 '문장이 문제가 아니'라고 읊조린 이유다.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글
방향을 다시 잡았을 때 글이 달라지는 경험을 최근 자주 했다. 급격히 살이 찐 중년 여성이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다 생긴 마음에 대한 글이었는데, 글이 급하게 마무리 되면서 마무리가 애매했다. '노력하면 무엇이든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없다는 걸 깨끗이 인정하고 살겠다'라는 결말도 뭔가 아쉬웠다. 의도를 확인하고 보강을 요청했더니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대신 또 다른 내 인생의 기록을 위해 도전하겠다'는 메시지가 새롭게 얹혀졌다.
KBS 음악 예능 <해피투게더- 혼자가 아니어서 좋아>를 통해 '지금, 여기, 우리'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글도 처음엔 결론이 약했다. '내 주위를 잘 살피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무리는 다른 기사에서 썼던 메시지를 동어반복 하는 듯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물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들었는데 그게 훨씬 의도에 맞는 내용으로 보였다. 그 결과 '지금, 여기'를 사는 것이 '우리'의 삶을 훨씬 풍요롭게 만든다는 이야기로 끝낼 수 있었다.
글 쓰는 사람들에게 자주 듣는 하소연 가운데 하나가 '글을 어떻게 끝내면 좋을지 모르겠어요'다. 퇴고 과정에서도 그렇지 않나. "완벽해"하고 감탄하는 경우보다 "이렇게 끝내는 게 맞나" 의심하는 경우가.
그럴 때 어떻게 하냐고 물으면... 계속 찾고 구하면 좋겠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영영 안 풀릴 것 같은 글도 그런 시간을 통해 완성되니까. 늦더라도 온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이렇게 써볼까, 저렇게 써볼까 '궁리'하는 마음을 놓지 않으면. '뚫고 나갈 길'은 '뚫으려는 마음'에서 시작되니까.
"창작 과정에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을 때에 나는 항상 뚫고 나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작품은 다른 작품을 위한 과정이고 계속적으로 작품을 해야 하는 근거가 된다." - 한국 추상 미술의 선구자 유영국 '산은 내 안에 있다' 전시 영상 중에서 작가가 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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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이런 제목 어때요?>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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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할까...' 문장만 고친다고 해결되지 않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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