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인천 서구 인천도시지역전투훈련장에서 실시된 육군 51사단 기동대대 '도시지역 작전 훈련'에서 장병들이 격실 소탕 작전을 위해 건물에 진입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
연합뉴스
지난 6월 18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국방부에 군 급식환경을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주된 목적은 급식소수자 장병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급식 소수자란 법령상 정의된 용어는 아니지만 식품 알레르기, 채식, 종교적 신념, 건강상 식이 제한 등으로 식단상 별도 고려가 필요한 장병을 뜻한다.
영내 거주 장병은 일반사회와 달리 식사를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외부에서 대체 식사를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병역판정검사 및 입영판정검사 단계에서 수집된 식생활 관련 정보가 각 군, 신병훈련소 및 자대 복무 단계에서 실제 급식 지원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정보 연계 및 활용 기준 마련을 권고했다.
필자는 2020년 서울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대학생의 채식생활 가능한가>라는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 자료조사 과정에서 의외의 사실 하나를 발견했다. 국내에서는 군대도 비교적 선도적으로 채식 급식 규정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군이라는 조직은 보안상 폐쇄적인 특성을 지닌다. 그래서 제도나 정책을 도입할 때도 보수적인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국방부는 2020년 채식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다만 '할 수 있다', '노력하여야 한다'와 같은 문구에서 알 수 있듯 채식 급식이 보장된 사항은 아니다.
"채식을 요구하는 장병 등에 대해서는 밥, 김, 야채, 과일, (연)두부 등 가용품목 중 먹을 수 있는 대체품목을 부대 급식여건을 고려하여 매 끼니 제공하며, 채식병사에게는 우유 대신 두유를 지급할 수 있다."
"부대 지휘관은 채식, 종교 등으로 인한 급식제한 병사가 급식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2020년 채식 관련 규정 마련, 2026년 인권위의 군 급식환경 개선 권고. 이 사이에 채식을 지향했던 장병들은 군대 내에서 채식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입대하면서 채식을 포기한 A씨
서면 인터뷰를 진행한 A씨는 2020년 말에 2개월가량 채식을 시도하다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군생활을 했다고 한다. 그는 2021년에 입대하면서 채식을 포기했다. 입대 전에 군대 내 채식급식과 관련된 뉴스 등을 보고 기대했던 기억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훈련소에서는 채식을 전혀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가 입소한 곳은 육군 내 최대 규모인 논산훈련소였다고 한다.
채식 여부 등을 조사하는 절차마저도 없었다. 훈련소에서 1주일이 안 되는 기간 동안 비건을 시도하다가 밥만 섭취하는 것만으로는 건강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 채식을 중단했다고 한다.
카투사로 자대를 배치받은 이후에는 뷔페식이었기 때문에 밥 말고도 섭취할 수 있는 채식 메뉴가 있었지만, 메뉴의 종류가 제한적이라서 몇 주 시도하다가 결국 포기했다고 한다.
군대 내 채식 급식 관련하여 개선되어야 하는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군대는 여전히 채식 선택권을 전혀 제공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예비군에 참석할 때도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식사를 제공하여 몇 년째 굶으며 예비군에 참여하고 있다. 예비군 참여 장병에 대한 비건 급식 수요조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B씨 "비건 빵 따로 사다줘"... 배려보다 체계가 필요
두 번째 인터뷰를 한 B씨는 2021년 4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군생활을 했다. B씨는 입대해서도 채식을 지향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공군비행단에 입대했는데, 다행히도 규모가 크기도 했고 부대 내 간부나 급양병이 잘 챙겨줬다고 한다.
그는 "일반 급식 메뉴와 비슷하게 구성하되 고기 없이 조리한 급식을 별도로 제공해 줬다. 두부를 구워서 반찬으로 제공해주기도 했다. 전역할 때쯤에는 풀무원이나 베지푸드와 같은 비건 가공식품을 활용해서 반찬을 만들어주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특식도 꽤 자주 나왔는데, 예를 들면 일반 병사에게 햄버거가 제공되는데 B씨는 부대 내 군무원이 인근 비건 빵집에서 빵을 사다 줬다고 한다.
다만 B씨는 "호의에 기반한 채식 급식을 경험한 것이다 보니 시스템적으로 채식 급식을 제공하는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배려나 호의가 아닌 체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수긍이 간다.
이제는 국방부 의지가 필요하다

▲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2026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과연 기술, 인력, 비용 측면에서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까? 식품 대기업은 식물성 대체육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관련 제품도 이미 시장에 안착해 오랜 기간 동안 판매되고 있다. B씨가 언급한 것처럼 '풀무원', '베지푸드', '롯데웰푸드' 등이 해당된다.
필자도 평소에 콩, 버섯, 두부 등으로 만든 식물성 대체육과 가공식품을 활용하여 요리하곤 한다. 비건 치킨, 비건 만두, 두부텐더 등 다양한 대체육 식품이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다. 필자가 채식을 시작했던 약 7년 전보다 대체육 기술은 훨씬 발전했다. 기술과 가격 면에서 채식 급식이 불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영내 급식 문제만 해결한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야외 훈련이 잦은 군 특수성을 고려하여 비건 인증 전투식량이 개발될 필요가 있다. 미 육군은 2027년부터 비건 전투식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올해 군용 대체 단백질 개발에 협력할 파트너를 모집한 바 있다. 국방부에서도 부대 내 채식 급식 방안을 고려한다면, 이와 함께 전투 식량 제공에 있어서도 비건 제품을 제공할 방안을 마련해야만 한다.
반면 채식, 종교, 음식 알레르기 등에 따라 별도 식단을 담당하는 조리병을 두기에는 인력에 한계가 있다. 조리병 교육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채식, 알레르기, 종교 등으로 인한 식단 정보에 관한 교육을 수행하면 된다. 조리법에 관한 교육은 간단하다. 식품에 표기된 알레르기 유발물질 및 함유성분을 확인하고 조리하면 된다. 기존 체계를 크게 바꾸지 않고서도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군대에서도 대기업 계열 위탁급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풀무원이나 롯데웰푸드는 자사에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이 있기도 하고 위탁급식 사업을 운영하기도 한다. 부대 상황에 맞게 운영 방식을 선택하면 될 일이다.
지금 상태라면 입대하는 누군가의 채식 선택권은 복권과도 같지 않겠는가. 입대 후 부대 상황과 주변 사람의 배려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미 민간에는 채식 정보와 식품, 전문 인력, 운영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더 이상 군대 내 채식 급식 선택권은 기술이나 비용의 문제가 아니다. 남은 것은 국방부의 의지다.
국가가 국민에게 병역 의무를 요구한다면, 식생활 선택권 역시 보장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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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빵 따로 챙겨줘" 학교보다 빨랐던 군대 채식, 문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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