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해야 할 걱정은 하루하루 쪼개서 하도록 하자!
노시은
두 친구는 처음에는 나란히 앉아 있지만 곧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인생이 어렵다는 사실도, 찰리 브라운이 처한 형편도 달라지지 않았지만 몸은 다음 장소로 건너간다. 그러면서 도착한 곳에서 새로운 철학을 떠올리는 것이다. 수많은 예술가와 현인들이 산책을 통해 영감을 얻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래서 나도 자주 산책을 나가거나 몸을 움직인다. 걷는다고 카드값이 사라지거나 기다리던 답장이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몸을 일으켜 물 한 잔을 마시고, 창문을 열고, 집 앞을 한 바퀴 걷고 돌아오면 조금 전까지 삶 전체를 뒤덮었던 불안의 먹구름에 작은 틈이 생긴다.
<피너츠>의 아이들은 자주 낮은 벽돌 담장에 기대어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눈다. 인생과 사랑, 죽음, 철학, 종교, 외로움과 실패에 관한 이야기가 동네의 흔한 담장에서 오간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아가며 정말 필요로 하는 것들도 그 정도 높이에 있어야 하는지 모른다. 삶을 완벽히 이해한 사람만 닿을 수 있는 높은 곳이 아니라, 오늘을 겨우 살아낸 사람이 잠시 몸을 기댈 수 있는 곳에.
삶을 오직 사랑할 수 없는 날도 있다. 지금 겪는 고통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끝내 알아내지 못하는 날도 있다. 그럴 때는 평생을 잘 살아내겠다는 다짐보다 일단 하루를 끝까지 살아보겠다는 결심이면 충분하다. 하루도 너무 길다면 저녁까지만, 저녁도 버겁다면 다음 한 시간만. 그것도 힘들면 우선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부터.
연을 먹는 나무는 어김없이 찰리의 연을 먹을 것이다. 루시는 또 공을 빼버릴 것이고, 기다리던 카드는 끝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야구 경기는 또 완패하고 말지도. 찰리 브라운은 불행의 가능성을 모르는 아이가 아니다. 누구보다 많이 져본 아이이기 때문에, 삶을 견디는 단위를 작게 나누는 법을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인생은 언제나 하루씩만 온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만 오지도 않은 날들을 미리 불러 모아 한꺼번에 살아내려 한다. 그러니 오늘의 걱정 위에 내일의 걱정까지 몰려올 때, 찰리 브라운처럼 스르륵 선을 그어도 괜찮다. 걱정과 불안은 오늘치까지만 받을게. 내일 건 내일 오렴.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가능하다면, 즉시 짬을 내어 산책을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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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배낭 속의 영국 남자』, 『언제라도 티타임』, 『화요일의 티타임』의 저자. 세상 구경하고 차 마시며 글, 사진, 영상, 그림으로 삶을 기록합니다. 아직은 벌이가 시원찮은 유튜버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는 진심입니다. 좋은 기획과 재미있는 작업 제안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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