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포와 숲, 흑돼지까지... 올여름 이곳으로 가야 하는 이유

35도 폭염도 잊게 하는 백무동 한신계곡 트레킹… 길 끝에서 만난 지리산 토종 흑돼지의 맛

등록 2026.07.31 09:24수정 2026.08.0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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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계곡 들머리에 있는 지리산 대표 명승
▲한신계곡 들머리에 있는 지리산 대표 명승 문운주

35도를 웃도는 폭염. 도시는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사람들은 에어컨 아래로 숨는다. 먼저 떠올린 곳은 지리산 백무동이다. 한신계곡으로 들어서는 들머리다. 숲길에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계곡물 소리가 귀를 채우고, 원시림이 만든 짙은 그늘과 서늘한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백무동에서 세석고원까지 이어지는 한신계곡은 지리산을 대표하는 명승이다. 계곡과 폭포, 기암절벽과 울창한 숲이 쉼 없이 이어진다.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낀다'는 말이 전해질 만큼 계곡은 늘 서늘한 기운을 품고 있다.


세석길(한신게곡) 한신게곡을 들어서는 세석길 입구
▲세석길(한신게곡) 한신게곡을 들어서는 세석길 입구 문운주

백무동 숲길에 세워진 유래 안내판
▲백무동 숲길에 세워진 유래 안내판 문운주

29일 아침, 백무동탐방지원센터는 하루를 시작하는 탐방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배낭을 고쳐 메는 등산객, 아이 손을 잡고 계곡으로 향하는 가족들, 천왕봉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까지. 우리도 그들 사이에 섞여 한신계곡 숲길로 들어섰다.

탐방지원센터를 지나자 계곡물 소리가 숲을 가득 채운다. 울창한 활엽수는 강한 햇살을 막아준다. 맑은 물은 바위 사이를 쉼 없이 흘러간다. 계곡에서 올라오는 냉기와 숲을 스치는 바람에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마음도 한결 여유로워진다.

숲은 거대한 쉼터다. 쪽동백나무와 때죽나무, 감태나무가 숲을 이루고 조릿대가 길가를 푸르게 감싼다. 은은한 숲 향기가 번지고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진다. 나무는 사람에게는 시원한 그늘과 맑은 공기를 내어준다. 곤충에게는 보금자리를, 다람쥐와 새들에게는 먹이를 내어준다. 지리산 숲은 오늘도 말없이 수많은 생명을 품어준다.

얼마 걷지 않아 첫나들이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러 갈래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흘러내리고 힘찬 물소리가 숲속에 울려 퍼진다. 탐방객들은 저마다 걸음을 멈추고 시원한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신계곡 다리는 또 하나의 전망대
▲한신계곡 다리는 또 하나의 전망대 문운주

한신계곡 자연이 만들어 놓은 모습.
▲한신계곡 자연이 만들어 놓은 모습. 문운주

계곡길에는 목교와 철다리가 잇따라 이어진다. 다리를 건널 때마다 풍경도 달라진다. 발아래에는 에메랄드빛 소가 펼쳐지고, 고개를 들면 흰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쏟아진다. 다리는 계곡을 건너는 길이면서 한신계곡을 가장 아름답게 만나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길게 누운 바위 하나가 눈길을 붙든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한 마리가 계곡을 지키고 있는 듯하다. 맑은 물은 바위를 휘돌아 흐르고 숲은 그 모습을 포근히 감싼다. 자연이 만든 풍경이지만 오래된 전설 하나쯤 품고 있을 것만 같은 신비로움이 감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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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게곡 폭포박물관 ⓒ 문운주


1㎞ 남짓 더 오르자 가내소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검푸른 소와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예부터 가뭄이 들면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수행하던 스님이 계곡에 줄을 걸고 건너려다 실패한 뒤 "나는 가네"라고 말한 데서 가내소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전설도 전해 내려온다.


가내소폭포를 지나면 계곡은 더욱 깊어진다. 넓은 바위를 따라 여러 단으로 흘러내리는 오층폭포가 기다린다. 층층이 이어지는 물줄기와 이끼 낀 바위,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한여름에도 서늘한 풍경을 만든다. 이름 없는 작은 폭포와 소도 곳곳에 숨어 있어 발걸음을 자꾸 붙잡는다.

한신폭포 앞에 이르자 오늘 산행도 마침표를 찍는다. 백무동에서 약 8㎞, 어느새 걸음 수는 1만 1000보를 넘겼다. 계곡물 소리와 숲바람을 벗 삼아 걷는 동안 폭염은 기억에서 멀어졌다. 흘린 땀만큼 몸은 가벼워졌다. 마음은 더없이 시원했다.

산을 내려오니 허기가 밀려온다. 오늘 여정의 마지막은 지리산 토종 흑돼지 삼겹살이다.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는 담백하면서도 쫄깃하다. 잘 익은 묵은지 한 점을 올려 먹으니 산행의 피로도 함께 녹아내리는 듯하다.

시원한 계곡에서 더위를 잊고, 지리산이 내어준 한 끼로 허기를 달랬다. 흑돼지 한 점은 산행 뒤 최고의 보양식이었다. 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한신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울창한 숲, 그리고 폭염마저 잊게 했던 그 길이었다.






#지리산 #여름피서 #한신계곡 #백무동 #지리산3대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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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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