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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야구 응원하고 나왔는데, 쓰레기통 앞에서 '좌절'

[야구장 뒤에 남겨진 것들 ④] 랜더스필드 살펴봤더니... 다회용기 쓰는 곳도 있지만, 40개 매장 모두서 일회용품 함께 사용

등록 2026.08.02 11:51수정 2026.08.0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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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천만 관중 시대. 9개 지역 환경운동연합이 전국 야구장을 조사해 쓰레기 실태와 친환경 야구를 위한 과제를 짚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야구 문화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기자말]
 야구장 쓰레기 모니터링 시작 전 ‘랜더스 쓰리런즈’ 단체사진
야구장 쓰레기 모니터링 시작 전 ‘랜더스 쓰리런즈’ 단체사진 인천환경운동연합

*이전 기사 "[야구장 뒤에 남겨진 것들 ③] "경기 끝나면 쓰레기 더미" 서울, 수원도 하는데... 부산 사직야구장만 멈췄다"에서 이어집니다.

인천광역시 미추홀구 문학동에 위치한 SSG랜더스필드에 가면 일단 기분이 좋다. 문학경기장역에서부터 빨간 유니폼이 하나둘 보이고, 경기장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괜히 발걸음이 빨라진다. 오늘 선발은 누구인지, 타순은 어떻게 나왔는지, 어제 못 친 선수는 오늘 한 번 시원하게 홈런을 날려줄지, 오늘은 무엇을 먹으면서 야구를 볼지. 그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금세 야구장 앞에 도착한다.

인천 야구팬에게 SSG랜더스필드는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다. 퇴근하고 달려가 맥주 한 잔을 들고 응원가를 부르는 곳이고, 다른 지역에서 온 친구에게 "여기가 바로 우리 홈구장"이라고 소개하고 싶은 곳이다. 경기가 답답하게 흘러가도 9회 말까지 괜히 기대하게 되는 곳이다. SSG랜더스 팬이라면 안다. 이 구장은 좋을 때도, 속이 터질 때도 결국 다시 오게 되는 곳이다.

지난 5월 27일에는 야구장을 조금 다른 눈으로 보기 위해 시민들과 랜더스필드를 찾았다. 인천환경운동연합 회원과 시민,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 인천청년정책네트워크 기후환경분과, 크보플(KBOFANS4PLANET: 지구와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팬 모임) 등 20여 명이 시민 모니터링단 '랜더스 쓰리런즈'로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4개 조로 나뉘어 1층부터 외야, 2층, 4층까지 구장 안의 매장과 분리배출함, 다회용기 반납함 등을 살폈다.

이번 조사에선 한 경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무게나 부피를 직접 측정하진 않았다. 매장에서 어떤 용기가 제공되는지, 다회용기와 일회용품이 어떻게 혼용되는지, 관중이 실제로 반납하고 분리배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는지를 시민들이 현장에서 확인하는 차원의 조사를 진행했다.

'쓰리런즈'라는 이름에는 야구의 3점 홈런과 자원순환의 세 가지 원칙, '줄이고(Reduce), 다시 쓰고(Reuse), 재활용한다(Recycle)'는 의미를 함께 담았다. 야구는 정말 좋아하지만, 야구를 보고 난 뒤 쓰레기까지 남기고 싶지는 않은 시민들이 되겠다는 마음이었다.

랜더스필드 40개 매장 모두에서 일회용품을 썼다


 매장 직원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가운데, 매장 한켠에 다회용 쟁반이 쌓여있다.
매장 직원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가운데, 매장 한켠에 다회용 쟁반이 쌓여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인천시의 지원으로 랜더스필드에 다회용기가 도입된 지 올해로 3년째다. 시민 모니터링단은 SSG랜더스필드 안에서 운영 중인 40개 매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20곳에서 다회용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매장에서도 일회용품이 함께 제공됐다. 다회용기만으로 음식을 제공하는 매장은 한 곳도 없었다.

또한 같은 매장에서 주문한 음식이라도 어떤 용기는 반납하고, 어떤 포장재는 버려야 하는지 관중이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웠다. 나머지 매장은 여전히 일회용품만 사용하고 있어, 다회용기 도입은 일부 매장과 품목에 머물렀을 뿐 구장 전체의 운영 기준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결국 다회용기가 추가됐을 뿐, 일회용품 중심의 판매 구조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쓰리런즈'가 조사한 전국 프로야구장 1회용품 사용 현황
'쓰리런즈'가 조사한 전국 프로야구장 1회용품 사용 현황 환경운동연합

그럼에도 SSG랜더스필드의 사정은 다른 구장보다 비교적 나은 편이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 5월부터 전국 9개 야구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모니터링 결과, 일회용품·다회용기 혼용 매장 비율은 9개 구장 평균 26.5%였다. 이에 비교하면 50%에 달하는 SSG랜더스필드의 다회용기 이용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일회용품을 계속 사용하는 이유를 묻자 프랜차이즈 매장은 본사의 방침이라고 했고, 일반 매장의 경우 음식 플레이팅 방식이나, 다회용기의 크기와 용량이 (기존 제공하는 음식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었다. 매장별 자율에 맡겨서는 어떤 매장은 다회용기를 쓰고, 어떤 음식엔 일회용품만 쓰는 제각각의 운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주체는 구단이다. 입점업체와 계약을 맺고, 사용할 용기의 기준을 정하며, 매장 운영 지침을 만드는 주체가 구단이기 때문이다. 구단이 표준화된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입점 계약에 다회용기 사용과 일회용품 감축 기준을 반영해야 부분적인 시범사업을 넘어 구장 전체의 운영 원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분리배출함 앞에서 드러난 한계

 경기 전 분리배출함의 상태
경기 전 분리배출함의 상태 인천환경운동연합

경기가 끝난 뒤에는 또 다른 장면이 보였다. 관중석에 남은 컵과 음식 포장재, 플라스틱 용기, 비닐봉지, 종이 상자들이 통로와 쓰레기통 주변으로 몰린다. 야구장에서는 먹고 마시고 응원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 자연스러운 즐거움 뒤에 너무 많은 쓰레기가 남는다는 점이다.

랜더스필드의 분리배출함 자체는 비교적 잘 갖춰져 있었다. 통로에 설치된 신형 분리배출함에는 일반쓰레기, 캔, 플라스틱, 투명페트병, 음식물쓰레기 등이 구분돼 있었고, 다회용기 반납함도 함께 배치돼 있었다. 통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분리배출함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는 점은 다른 구장과 비교해 긍정적이었다.

문제는 종이와 비닐이었다. 야구장에서는 치킨과 닭강정, 피자 등의 종이상자와 포장지가 많이 발생하고, 비가 오는 날에는 일회용 비닐 우의도 대량으로 나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종이류와 비닐류를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한눈에 알기 어려웠다. 종이류 수거함은 일부 구역에서 임시 상자 형태로 발견됐지만 구장 전체에서 일관되게 운영되지 않았고, 비닐류도 별도의 배출함이나 안내가 부족했다. 전국 구장 평가에서도 랜더스필드의 주요 개선 과제로 종이와 비닐 분리배출 문제가 지적됐다.

통로에는 분리배출함이 잘 설치돼 있는데 정작 음식을 먹는 매장 앞이나 취식 공간에는 일반쓰레기통만 놓인 곳도 있었다. 이런 곳에서 관중에게 정확한 분리배출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관중이 음식을 다 먹은 바로 그 장소에서 분리할 수 없다면, 재활용 가능한 포장재도 일반쓰레기와 섞일 가능성이 커진다.

경기 종료 직후에는 관중 수만 명이 짧은 시간 안에 한꺼번에 이동한다. 쓰레기통 앞에 줄이 생기고, 수거함은 빠르게 가득 찬다. 컵은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음식물이 묻은 용기는 재활용할 수 있는지, 비닐과 종이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차분히 살피기 어려운 환경이다.

쓰레기통 앞에서 팬들이 완벽한 분리배출을 해내길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응원가가 나오고 사람들이 이동하며 아이들은 뛰고 줄은 길다. 이런 공간일수록 배출 체계가 더 단순하고 선명해야 한다. 글을 자세히 읽지 않아도 그림과 색상만 보고 버릴 곳을 찾을 수 있어야 하고, 분리배출함은 관중의 실제 동선에 배치돼야 한다.

경기 종료 후에만 전광판으로 분리배출을 안내하는 것으로도 부족하다. 이닝 교대나 클리닝타임에 자리 주변을 한 번씩 정리하도록 안내하고, 다 먹은 포장재와 다회용기를 미리 구분하도록 해야 한다.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와 마스코트가 "우리 자리부터 깨끗하게", "다회용기는 반납함에"와 같은 메시지를 전하는 것도 방법이다. 자원순환이 별도의 캠페인이 아니라 야구장 문화의 일부가 돼야 한다.

잘 버리는 것보다 덜 버리게 해야 한다

 경기 후 분리배출함의 상태
경기 후 분리배출함의 상태 인천환경운동연합

분리배출만 개선한다고 야구장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관중석과 통로가 깨끗하게 청소됐다고 해서 그날 사용된 컵과 음식용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쓰레기는 선별장이나 소각장, 매립지로 옮겨졌을 뿐이다. 쓰레기를 잘 치우는 것과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컵과 그릇뿐 아니라 소스통과 수저류, 빨대, 뚜껑, 비닐봉투 등 식음료 제공 과정 전체를 살펴야 한다. 빨대나 뚜껑, 물티슈처럼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품목은 요청할 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

매점에서 판매되는 음식과 음료가 일회용 용기에 담겨 나온다면 관중은 처음부터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개인 텀블러나 용기를 가져오더라도 키오스크와 모바일 주문 중심의 매장에서는 이를 사용하기 어렵다. 팬들에게 "잘 버려달라"고 말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구단과 구장 운영 주체가 팬들이 덜 버릴 수 있는 판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랜더스필드의 다회용기 운영은 상당 부분 인천시의 지원에 기대고 있다. 행정의 지원은 변화를 시작하기 위한 중요한 마중물이다. 그러나 야구장은 구단이 운영하며 식음료 판매가 이뤄지는 사업장이다. 시범사업이 끝날 때마다 다회용기 운영이 중단되거나 축소된다면 안정적인 전환이라고 볼 수 없다.

청라 새 구장, 쓰레기까지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SSG랜더스는 2028시즌부터 청라의 새 돔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새 구장은 야구뿐 아니라 쇼핑과 문화, 여가시설이 결합한 대규모 복합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다.

그렇다면 랜더스필드에서 드러난 문제를 새 구장으로 그대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청라 새 구장이 진짜 새로운 야구장이 되려면 폐기물 문제를 경기 후 처리해야 할 부차적인 관리 업무로 봐서는 안 된다. 다회용기 사용 구역과 회수 동선, 세척·보관 공간, 분리배출함의 위치와 규격, 입점업체의 일회용품 감축 기준을 처음부터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

새 야구장을 이야기하면서 좌석과 쇼핑, 먹거리, 편의시설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일회용품 감축과 자원순환 체계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운영을 시작한 뒤 기존 시설을 뜯어고치는 것보다 설계 단계에서 준비하는 편이 비용과 효율 면에서도 낫다.

천만 관중 시대, KBO의 기준도 달라져야 한다

 ‘랜더스 쓰리런즈’에 참여한 시민이 분리배출함을 조사하고 있다.
‘랜더스 쓰리런즈’에 참여한 시민이 분리배출함을 조사하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야구장 쓰레기는 한 구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 어느 구장에 가도 비슷한 방식으로 음식이 팔리고, 비슷한 일회용 컵과 용기, 포장재가 쏟아져 나온다. 전국 351개 매장 중 349개 매장에서 일회용품이 사용됐다는 조사 결과는 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KBO리그가 천만 관중 시대를 자랑한다면, 그 관중이 남기고 가는 쓰레기까지 함께 책임져야 한다. 구단별 자율적인 시범사업만으로는 전국 구장의 운영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 KBO가 공통적인 자원순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각 구단이 폐기물 감축 목표와 연도별 이행계획을 세우도록 해야 한다.

현재는 각 구장에서 한 경기당 폐기물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어떤 품목이 많이 버려지는지, 실제 재활용률은 어느 정도인지 시민들이 확인하기 어렵다. KBO와 구단은 구장별 폐기물 발생량과 재활용률, 처리 방식, 일회용품 사용량, 다회용기 도입률과 회수율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구단이 실제로 쓰레기를 줄이고 있는지, 어떤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

랜더스필드를 좋아한다고 해서 문제에 눈감아줄 수는 없다. 오히려 좋아하기 때문에 더 제대로 바뀌기를 바란다. 우리 홈구장이고 내가 자주 가는 곳이기 때문에 쓰레기 문제도 남의 일처럼 말할 수 없다. 프로야구가 지금보다 더 많은 관중을 부르고 더 큰 산업이 되려 한다면, 그에 맞게 환경적 책임의 기준도 높아져야 한다.

응원은 뜨겁게 하되 쓰레기는 덜 남기는 야구장, 팬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구단과 리그가 먼저 구조를 바꾸는 야구장. 청라 새 구장으로 가기 전 SSG랜더스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모습은 바로 그런 야구장이다.

랜더스필드에서 신나게 응원한 뒤 쓰레기통 앞에서 멈춰 서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한다. 팬들이 덜 미안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이제는 구단이 답할 차례다.

 경기 종료 후 전광판으로 분리배출에 대해 짧게 안내하고 있다.
경기 종료 후 전광판으로 분리배출에 대해 짧게 안내하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야구를 사랑하지만 지구도 사랑하는 야구팬 모임
'크보플(KBOFANS4PLANET)'의 한마디

"SSG랜더스필드에 다회용기가 도입된 지 3년째지만, 여전히 관중들은 무엇을 반납하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헷갈린다. 개인 물병에 물을 채울 음수대도 찾기 어려워 결국 생수를 또 사게 된다. 이러한 혼란은 팬의 부주의가 아니라 다회용기와 일회용품이 혼용되는 구조에서 비롯된다. 폐기물 발생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다회용기를 전면 도입해 일회용품을 선택지에서 지워야 한다. 그래야 팬과 매장 모두 더는 헷갈리지 않고 당연하게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날이 올 것이다."
- SSG랜더스 팬 수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이 글을 쓴 임다혜 님은 인천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야구장 #쓰레기 #SSG랜더스 #자원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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