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영 광주CBS 기자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치권과 선거까지 번지는 걸 보며 부담 느껴
- 예상보다 기사의 파장이 커진 게 부담스럽게 느껴진 건가.
"그렇다.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번 사안을 언급했고, 선거와도 연결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도할 때는 기업의 부적절한 마케팅과 역사 인식 문제를 알리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안이 정치권과 선거까지 연결되면서 기자로서 조금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보도가 사회적 논의로 확장되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원래 제기하려던 문제보다 정치 공방이나 진영 논리가 더 앞선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 그런 점에서 기사 내용을 반추해 보기도 했다.
다만 최근 5·18언론상 시상식에서 원로 선배 언론인들을 만났는데, 이번 보도를 정말 잘했다고 격려해 주시더라. 그 말을 듣고 내가 문제를 잘못 짚은 것은 아니었다는 확신과 힘을 얻었다."
혐오가 놀이 되면 역사의 고통 지워져
- 혐오 표현이 밈이나 놀이의 형태로 소비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언론은 '유희화된 혐오'를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생각하나.
"나 역시 이 문제를 많이 고민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혐오 표현이 맥락과 의미를 잃은 채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일부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사용됐지만, 최근 댓글을 보면 어린 학생들까지 5·18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비하와 폄훼 표현을 장난처럼 사용한다.
다른 매체들도 이런 현상을 취재하고 보도해 왔다. 언론은 단순히 파장을 키우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왜 그 표현이 문제가 되는지, 그 안에 어떠한 역사적 맥락과 피해가 담겨 있는지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이번 사안 역시 '기업이 실수했다'거나 '온라인에서 파장이 커졌다'는 수준으로만 보도하면 정작 중요한 문제는 남지 않는다. '탱크'라는 표현과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가 왜 5·18과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다만 언론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나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혐오 표현의 확산을 줄일 수 있을지는 쉽게 답하기 어렵다."
5·18 교육과 헌법 전문 수록 필요
- 최근 <미디어오늘> 인터뷰에서 혐오 표현은 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언론과 교육, 시민사회가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함께 교육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재고 사태를 처음 접했을 때는 '어른들의 잘못이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느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생각해 보니 학생들의 행동에도 분명 심각한 부분이 있었다. 그렇다고 처벌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왜 그런 표현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지, 5·18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국가폭력과 역사 왜곡이 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 꾸준히 교육해야 한다.
어린 학생들이 혐오 표현을 놀이처럼 사용하는 것은 그 표현의 역사적 배경과 피해자의 고통을 제대로 접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학교 교육뿐 아니라 언론과 시민사회도 반복적으로 맥락을 설명하고 기억을 이어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나 역시 아직 명확한 해결책을 찾은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행동을 어디까지 책임의 문제로 보고, 어디부터 교육의 문제로 접근해야 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홍어', '전라도 관상' 악성 댓글, 부모님 더 아파해
- 최초 보도 이후 후속 보도를 이어가며 많은 격려를 받았지만 지역 비하를 담은 악성 댓글도 겪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추적 보도를 이어간 원동력은 무엇이었나.
"주변에서 정말 많은 격려를 해주셨다. 5·18 관련 기사를 쓸 때마다 모니터링해 주고 새로운 취재 아이템도 계속 제보해 주셨다. 그런 데서 힘을 얻었다.
반면 악성 댓글도 많았다. '홍어' 같은 전라도 비하 표현이 달렸고, '역시 관상이 그렇다', '전라도 관상이다' 같은 외모와 지역을 연결한 비하도 있었다. 기자인 나는 일을 하면서 이런 반응에 어느 정도 무덤덤해졌지만 부모님은 댓글을 보고 많이 마음 아파하셨다. 부모님이 상처받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악성 댓글을 직접 겪고 나니 혐오 표현이 추상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가볍게 던진 장난이나 댓글일 수 있지만, 당사자와 가족에게는 실제 고통이 된다.
그럼에도 취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이 문제를 공론화해 줘서 고맙다', '왜 문제가 되는지 이제 알게 됐다'는 시민들의 반응이었다. 파문을 키웠다는 말보다 문제의 의미를 알게 됐다는 말이 훨씬 큰 힘이 됐다. 언론이 설명해야 할 역할을 어느 정도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거창한 특종보다, 사회가 놓친 장면 기록해야
- 이번 취재를 통해 지역 언론의 역할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점이 있나.
"언론이라고 해서 반드시 거창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느꼈다. 사회가 무심코 놓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그것이 왜 중요한지 기록하고 설명하는 것도 언론의 중요한 역할이다.
스타벅스 앱의 문구 역시 수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었던 공개된 홍보물이었다. 비밀 자료를 입수하거나 내부 고발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조용히 지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지역 언론은 그 지역의 역사와 정서, 시민들이 겪어온 고통을 가장 가까이서 알고 있다. 광주에서 취재하는 기자였기 때문에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보자마자 문제를 인식할 수 있었다. 그 감수성을 바탕으로 사회가 놓친 장면을 기록하고, 왜 문제인지 설명하고, 기업과 공공기관이 책임을 다하는지 끝까지 확인하는 것이 지역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보도는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선배와 후배 기자들이 함께 기사를 쓰고 취재했기 때문에 최초 보도 이후 후속 보도와 사회적 공론화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심하게 살피고, 많은 사람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문제를 놓치지 않겠다. 크고 거창한 사건만 좇기보다 시민의 삶과 역사적 기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장면을 성실하게 기록하고 설명하는 기자가 되겠다."

▲ 광주CBS ‘스타벅스 5·18 탱크데이 최초보도와 사회적 파장 추적’이 2026년 6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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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데이'를 본 순간, 그냥 '기계처럼' 기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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