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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자로 200미터 밖은 안전"하니 법 바꾸자? 순서가 틀렸다

    [기후의 시간] SMR, 원자로가 작아지면 방사능 피해도 작아질까?

    등록 2026.07.30 15:26수정 2026.07.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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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 '2026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4월 2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한 '2026 부산국제원자력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이 혁신형 소형모듈원전(I-SMR)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언론 보도만 보고 있으면 소형모듈원전(SMR)은 이미 개발을 마치고 우리 곁에 바짝 다가온 기술처럼 보인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전력기술 임직원들이 서울 마포의 도심 지하 열병합발전소를 둘러보며 도심 속 SMR 발전소의 미래를 논했다. 또한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핀란드 기업과 도심 지하에 난방용 SMR을 짓는 협력에 나섰다.

    수도권 곳곳의 노후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를 단계적으로 SMR로 전환하자는 구상도 거론된다. 이 속도라면 머지않아 'OO SMR 아파트' 같은 브랜드가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그러나 이 그림이 성립하려면 그 전에 반드시 지워야 하는 것이 있다. 법률에 적혀 있는 숫자다.

    비상계획구역 축소 논란

    지난해 9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단장은 기자간담회에서 i-SMR이 지하 매립형 구조여서 200미터 밖에는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덧붙였다. 이런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서 말한 법령이란 방사선비상계획구역, 곧 원자력시설에서 사고가 났을 때 주민을 보호하기 위해 미리 설정해 두는 구역에 관한 규정이다.

    현행법은 원자로로부터 반지름 3~5킬로미터를 예방적보호조치구역으로, 20~30킬로미터를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으로 설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200미터와 30킬로미터. 이 간극이 지금 한국 SMR 논의의 진짜 쟁점이다. 원자로를 어디에 지을 것인가 보다, 사고가 났을 때 누가 대피 대상이 되는가를 먼저 다시 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상계획구역은 사고가 반드시 일어난다고 보는 구역이 아니다. 국제원자력기구가 정리한 심층방어 개념에서 비상대비는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 층이다. 앞의 네 층, 즉 설계 여유도와 안전계통·사고관리가 모두 무너졌을 때를 위해 남겨두는 층이다. 그래서 구역의 크기는 사고 확률이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의 결과를 기준으로 정해져 왔다. 원전에 비상디젤발전기를 한 대 더 놓았다고 대피구역을 줄여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법이 구역의 하한과 상한을 법률에 못 박아 둔 것도 같은 취지다. 법제처는 2015년 유권해석에서 원자력사업자가 법정 기초지역 범위의 상한을 넘거나 하한에 미달해 구역을 설정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그렇게 허용하면 구역을 무분별하게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게 되어 제도의 취지 자체가 훼손된다고 못 박았다. SMR을 이유로 비상계획구역을 줄이는 일은 고시나 시행령을 손보는 수준의 일이 아니라 국회가 법률로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지금 규제기관과 사업자가 마주 앉은 라운드테이블의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미국이 실제로 한 일

    축소론의 근거로는 늘 미국이 호출된다. 최고 수준의 규제기관이 과학적 검토 끝에 구역을 부지 경계까지 줄일 수 있게 했으니 우리도 30킬로미터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2023년 12월 시행한 새 규정이 실재하는 것은 맞다. 사업자는 방출 이후 96시간 동안 부지 밖 일반인의 예상 선량이 10밀리시버트를 넘는 구역만을 비상계획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을 인용하는 쪽이 함께 전하지 않는 사실이 넷이다.


    첫째, 선량 계산 하나로 구역을 정하면 위험하다는 의견이 쏟아지자 실무진은 "사전에 결정된 신속 방호조치가 필요한 구역인가"라는 두 번째 요건을 넣었다. 문제는 두 요건이 '그리고'로 묶였다는 데 있다. 둘 다 해당하는 곳만 구역이 된다는 뜻이다. 계산이 그어놓은 선 바깥에 대피 준비가 필요한 지역이 있어도 들어올 길이 없다. 규제위원 제프 바란은 '그리고'를 '또는'으로 바꿔야 두 번째 기준이 실제로 작동한다고 지적했으나, 미국 연방규정집 50.33조는 지금도 두 요건을 '그리고'로 잇고 있다. 안전장치처럼 보이는 조항이 계산 결과를 추인하는 데 그친 것이다.

    둘째, 실제로 주민 대피를 집행하는 연방재난관리청이 반대했다. 기술재해국장 마이클 케이시는 새 방법론이 기존 10마일 구역과 동등한 보호 수준을 유지한다는 실무진의 결론에 근거가 없다는 의견을 서면으로 제출했다. 반영되지 않았다.

    셋째, 규제위원 한 명은 최종 표결에서 수정을 조건으로 찬성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다수의 모듈이나 원자로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사고를 규칙이 다루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앞서 자연재해가 하나 이상의 원자로를 동시에 덮칠 수 있다는 것이 후쿠시마의 핵심 교훈이라고 적은 바 있다. 결국 다중모듈 사고는 규칙 본문의 요건이 아니라 신청자가 고려할 사항을 적어둔 지침의 문장으로 남았다. 어기면 위반인 규정과 참고하면 되는 권고는 무게가 다르다.

    넷째, 반경 80킬로미터의 섭취경로 구역이 요건에서 사라졌다. 방사성 물질은 사람이 직접 맞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땅과 풀에 내려앉아 소가 먹고 그 우유를 사람이 마신다. 체르노빌 이후 아이들에게 나타난 갑상선암이 이 경로였다. 그래서 미국은 대피 구역과 별도로 80킬로미터를 그어두고, 그 안의 주 정부들에 출하중지 권한을 누가 갖는지 사고 전에 정해두게 했다.

    이 넷을 나란히 놓으면 무엇이 일어났는지 보인다. 원래 이 구역은 여러 손이 나눠 쥐고 있었다. 규제기관이 기준을 정하고, 대피를 집행할 재난관리 기관이 실행 가능성을 따지고, 주 정부가 관할 계획을 세웠다. 네 가지 변화가 떼어낸 것이 정확히 그 손들이다. 남은 것은 사업자가 제출하는 계산이다. 어떤 사고를 상정할지, 방출량과 기상 조건을 어떻게 넣을지를 사업자가 계산해 내면 그 결과가 구역이 된다. 축소 논란은 구역이 작아지는 문제가 아니라 구역을 정하는 권한이 옮겨가는 문제다.

    그리고 미국을 근거로 드는 쪽이 가장 크게 지우는 것이 있다. 미국의 10마일과 80킬로미터는 규제기관이 정한 규칙이지만, 한국의 3~5킬로미터와 20~30킬로미터는 법률 조문이다. 2014년 국회가 고시에 있던 기준을 일부러 법률로 끌어올렸고 이듬해 법제처가 그 범위를 벗어날 수 없다고 확인했다. 같은 변화를 미국은 규제기관이 만들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국회가 법을 고쳐야 한다. 국제원자력기구 역시 소형 원자로의 안전 특성이 축소론의 근거로 쓰이지만 실제 상황은 그보다 복잡하다고 명시하며, 모든 위험을 고려하는 접근을 계속 권고한다.

    실체 없는 기술과 거꾸로 돌아가는 정책 시계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산참여연대 등 지역의 수십 개 단체로 꾸려진 탈핵부산시민연대가 지난 6월 18일 부산시청 광장을 찾아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하루 전 한국수력원자력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총 2.8GW(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원전 2기, 0.7GW급 SMR(소형모듈원전) 1기의 건설 부지로 각각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산참여연대 등 지역의 수십 개 단체로 꾸려진 탈핵부산시민연대가 지난 6월 18일 부산시청 광장을 찾아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 철회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하루 전 한국수력원자력 부지선정평가위원회는 총 2.8GW(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원전 2기, 0.7GW급 SMR(소형모듈원전) 1기의 건설 부지로 각각 경북 영덕군과 부산 기장군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보성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이 모든 규제 완화가 전제하는 SMR은 실재하는가.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올해 2월 내놓은 규제체계 로드맵은 국제원자력기구 데이터베이스 기준으로 개발 중인 SMR을 72종으로 집계했다. 그중 실제 상업운전에 도달한 것은 러시아의 부유식 원전과 중국의 고온가스로 실증호기 정도다.

    세계 최초의 육상 상업용 SMR로 기대를 모은 중국 링룽1호는 2021년 7월 착공해 58개월 공기를 목표로 했으나 준공 시점이 2025년 말에서 2026년 상반기로 밀렸고, 올해 5월까지도 국제원자력기구 자료에 최초임계와 계통연결 기록이 올라오지 않았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설계인증을 받은 뉴스케일의 아이다호 사업은 건설비가 53억 달러에서 93억 달러로 뛰고 목표 판매단가가 메가와트시당 58달러에서 89달러로 오르면서 2023년 11월 발주자와의 합의가 종료됐다. 지금 i-SMR 사업단이 제시하는 발전단가는 메가와트시당 65달러다. 뉴스케일이 사업을 접기 직전까지 약속했다가 지키지 못한 바로 그 수준의 숫자다.

    그럼에도 순서가 뒤집혀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i-SMR 표준설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 것은 올해 2월 27일이다. 안전한지 아닌지를 심사하는 절차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뜻이고, 업계 스스로 표준설계인가 심사에만 최소 3년이 걸릴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설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보다 앞서 SMR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고, 창원·부산·경주에 제작지원센터가 들어서기로 했으며, 원전산업성장펀드가 조성됐고, 기장이 부지로 거론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3일 민관 합작 특수목적법인 설립과 실증사업 확대를 담은 생태계 조성 방안까지 내놓았다. 규제기관은 2030년까지의 로드맵에서 비상계획구역 제도를 SMR 특성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심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부지와 예산과 규제 완화의 방향이 먼저 정해지는 구조에서, 안전성 심사는 결론을 검증하는 절차가 아니라 이미 정해진 결론에 형식을 부여하는 절차가 되기 쉽다.

    특히 한국은 다수기 문제에서 예외적인 조건에 있다. 고리와 새울 일대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원자로가 밀집한 지역 중 하나이며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수백만 명이 산다. SMR은 여러 모듈을 한 부지에 묶어 배치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기술이다.

    한 기의 방출량이 작다는 사실과 한 부지의 위험이 작다는 사실은 전혀 다른 명제다. 미국 규제위원회 위원이 반대 의견에서 지적한 것이 바로 이 지점이고, 구역 축소를 지지하는 학술 문헌조차 대형 원전을 다수의 소형 부지로 대체할 때 전체 발전량 기준으로 부지 외부 영향이 초과되지 않도록 하는 규모 조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우리는 이 계산을 해본 적이 없다.

    원자로가 작다고 해서 방사능 피해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비상계획구역은 산업 육성에 따라붙는 부대비용이 아니다. 앞선 모든 방어선이 무너졌을 때 시민이 기댈 마지막 층이다. 200미터 밖은 안전하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 주장은 사업자의 설명회가 아니라 독립적인 규제 심사와 공개된 검증 자료로 입증되어야 한다.

    그 입증이 끝나기 전에 법률의 하한을 먼저 지우는 일은 순서가 완전히 잘못된 일이다. 국회는 이 문제를 규제기관과 사업자의 협의 테이블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입법의 문제로 되가져와야 한다. 무엇보다 이 결정의 결과를 몸으로 감당할 사람들, 원자로 가까이에서 살아가게 될 주민들이 아직 이 논의의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다.
    #SMR #원안위 #비상대피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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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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