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표지
마음산책
글은 마음으로만 쓰는 것이 아니구나
책에서 소개된 또 다른 이야기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얼마나 잘 잤는지, 햇빛은 충분히 쬐었는지, 운동은 했는지에 따라 그날그날 쓰는 글의 양과 질이 직접적으로 좌지우지된다는 것을 깨달은 후로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가 내면이라고 여기는 부분이 사실 몸과 분리할 수 없는 형태라는 것을 몇 년 전 겨울 독감에 걸렸을 때 체감한 적도 있다. 해열제로 잘 잡히지 않은 미열이 일주일 정도 지속되었을 뿐인데 한 자도 쓰지 못했던 것이다."
정세랑 작가의 글을 읽으며 새삼 생각했다. 글은 마음만으로 쓰는 것이 아니구나. 마음이 풍성해지고 반짝이는 생각이 찾아오는 날만 기다린다고 글이 저절로 써지는 것은 아니었다. 자야 할 시간에 자고, 볕 좋은 날에는 잠시 밖으로 나가 햇빛을 쬐고, 몸을 움직이고, 내 몫의 하루를 살아내는 일. 어쩌면 문장을 쓰는 일은 그런 평범한 생활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르겠다.
흐트러진 일상을 거창하게 뜯어 고치라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잘 자고, 잘 먹고, 움직이고, 다시 책상 앞에 앉는 일. 정세랑 작가의 이야기는 마치 동생을 아끼는 언니가 슬쩍 건네는 조언처럼 따뜻하게 다가왔다. 글을 쓰며 한 번 쯤 고민했을 물음들, 작가가 겪었던 시행착오들은 어쩌면 글쓰기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얼음물 한 잔처럼 명쾌하게 닿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고 노트북을 켰다. 바탕화면 한구석에 석 달째 눌러앉아 있는 파일 하나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파일을 열었다. 쓰다 만 문장들이 갈 길을 잃은 채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여전히 나는 가치와 무가치 사이 어딘가에 서서 이 글을 쓸지 말지를 두고 망설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예전보다는 내 글을 어여쁘게 바라보고 내가 쓴 문장들을 믿어 보고 싶다. 글이 만들어 가는 오솔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 보고 싶다.
당신의 독자가 될게요 - 혼란을 끌어안는 쓰기에 대하여
정세랑 (지은이),
마음산책,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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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주부이자 선생님, 글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 어둠 속에서도 가장 찬란한 빛을 이야기하는 아이러니한 생의 주인공. 다정한 이웃들과 동행하는 반딧불 라이프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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