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출범회의에서 이해찬 수석부의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하는 다짐, 함께 부르는 평화' 대합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화 재개의 명분 또한 남쪽이 제시해야 할까.
"우리가 (대북) 제재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야 남북 간 협력이라는 게 실효성이 있을 테니까. 기회가 다시 와도 북에서 '역시 너네는 안 돼. 미국 눈치만 봐' 이런 걸 재확인하는 순간 더 멀어질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잘 설득하는 과정이 선행되고, 어떤 미국 정부가 들어오든 대화를 통해서 협상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예전보다 조금 더 높은 수준에서 주권외교를 펼치길 바란다.
다만 하루이틀, 한두 달 사이에, 1~2년 사이에 확 전변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꾸준히 해나가면 북도 더 유연하게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북이 산업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시점이 올 거다. 그때 서로 협력이 필요하지 않겠나. 또 세계 경제가 디지털로 가고 AI(인공지능)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데, 북이 '우리는 나중에 가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고, 그게 중국·러시아하고만 다 해결되진 않을 거다. 남쪽과 신뢰가 있고 교류·협력을 통해 긍정적인 기회가 열릴 수만 있다면 북이 마다할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 지난 5월 북 여자 축구단 기자회견에서 불거진 호칭 논란을 계기로 '조선이란 공식 국호를 사용하는 게 작지만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사실 남북 간에 맺은 협정들을 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누가, 대한민국의 누가' 각 정부를 대표해서 서명날인한 경우가 꽤 있다. 하필 두 국가론 얘기가 나오니까 그걸 크게 부각해서 보는 건데, 문제는 호칭이 아니라 그 이면에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라고 (북이) 얘기하는 것을 정리하고 다시 통일을 향하도록 만들어내는 데에 있다. 너무 과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하지만 정작 일반 국민들에게는 통일이 점점 낡은 가치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안팎으로 통일·민족의 가치가 난관에 처해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2017년까지만 해도 '평화공존만 해도 된다'는 생각은 꾸준히 늘고, '그래도 통일해야지'라는 생각들은 떨어지다가 (평창올림픽, 판문점 선언 등으로 남북관계가 풀렸던) 2018년에 10%p 이상 뛰었다. 그런 계기가 되면, 우리 국민 속에 있는 어떤 DNA 같은 게 튀어 올라온다. 지금은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비율은 떨어지고 심지어 '적대적 공존도 괜찮다'는 의견이 40%를 넘지만(통일연구원 2025 통일의식조사 – 기자 말) 어떤 계기가 형성되면 굉장히 빨리 회복할 수 있다. 단정하면 안 된다."
- 가령 남북정상회담 같은 큰 이벤트가 '계기'가 될 수 있을까.
"큰 이벤트는 있을 수도 있고, 있으면 좋겠다. 그런데 남북관계는 한 방에 해결되지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마 그런 설계를 가지고 노둣돌을 놨을 거다. 하지만 이명박 시절에 금강산 문 닫아버리고, 박근혜 시절에 개성공단 스위치 내려버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라도 해서 다시 평화의 문을 열려고 했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그마저 무위로 돌아가게 했다.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이전 정부 것을 한꺼번에 엎어버리지 않으면서 지속해 나갈 수 있는 국민적 합의를 만드는 큰 그림, 긴 안목을 위한 토대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평화, 사회, 경제 없고 '누가 대통령과 친하냐'만... 답답"

▲ 8.17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민석, 정청래 후보가 7월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공명선거 실천 서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유성호
-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전쟁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드는 것은 민주당 강령이기도 한데, 당내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는 분위기다. 모든 의제들이 쏟아져나와야 하는 전당대회 국면인데도.
"김대중 대통령 표현에 의하면, 민주당은 민족의 당이기도 하다. 이 영구분단이냐 아니냐의 기로에서 민주당은 책임 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가치관과 노선에 주목해야 한다. (전당대회에서) 그런 부분들이 많지 않은 것이 속상하긴 하다. 통일이나 평화만이 아니라 사회나 정치, 경제에서도 적고 '누가 대통령과 더 친하냐, 누가 더 센 얘기하느냐'만 비춰져서 좀 답답하다.
민주주의 문제, 보편 복지의 문제, 경제 민주화의 문제, 한반도 통일과 평화의 문제, 지속가능한 환경의 문제, 평등한 사회의 문제, 디지털 사회 속에서 AI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이라든가 등은 되게 중요한 가치와 노선, 담론의 영역이고 절대로 놓치지 않아야 된다. 우리가 2010년 보편적 복지, 경제 민주화로 한 시대의 담론을 장악하지 않았나. 말하자면 그 시대를 점령한 건데, 이후 새로운 가치와 노선, 담론의 깃발이 민주당 속에서 올라오고 있는가는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 비슷한 이야기를 2015년 전당대회에서도, 2018년 전당대회에서도, 그리고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후에도 말했다. '깃발이 사라진 민주당'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렇다. 벌써 한 10년 이상 반복하고 있다. 민주당이 자기 가치로 가져갈 것들이 있는데 왜 그런 것보다는 누구랑 더 친하냐, 누가 더 세냐 이런 문제로만... 좀 답답하더라. 당은 5년의 정권과 같이 하는 게 아니지 않나. 당은 30년, 50년, 100년의 역사를 밀고 나가는 힘이고 그런 가치와 노선, 담론을 회복하는 게 민주당한테는 되게 중요하다. 우리가 절대 김대중 대통령 5년이나 노무현 대통령 5년, 문재인 대통령 5년만을 갖고 보편적 복지 노선 하나만을 관철해온 게 아니다. 두 번이나 나쁜 대통령을 탄핵하면서 민주주의를 반석처럼 밀고 올 정도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대통령 5년 임기만 가지고 해온 게 아니지 않나."
-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얘기해봐야겠다는 고민은 없었나.
"했다. 그런데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사람인데 바로 움직이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 민주당이 바뀌려면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끊임없이 나오고 그때마다 '86세대(1980년대학번, 1960년대 출생)'가 호명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고민정 후보나 김보미 후보가 비슷한 주장을 했는데, 86세대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우리를 대체하는 건 좋다. 언제든지 도전해서 우리를 이기고, 우리의 자리를 그들이 점령하면 좋은 거다. 그런데 사람만 대체하면, 우리가 얘기한 가치와 노선, 담론 안에 그냥 있을 것 아닌가."
"세대교체? 사람만 대체하나... 구조적 다수? 어떤 다수인가"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권우성
- '사람만 바뀌어선 새로운 시대가 오지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럴 것 같다. 저희를 보고 기득권이다 이럴지 모르지만, 저희는 새로운 시대를 시도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금 받아야 할 비판과 다르게 또, 우리가 도전했던 가치, 이상, 순수 이런 부분들까지 폄훼할 일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우리를 그냥 젊어서 영입했을까, 아니면 민주주의 가치라든가 정치개혁의 가치라든가, 진보의 가치라든가 이런 것 때문에 했을까? 그리고 우리가 들어와서 복지를 통한 진보 이런 건 확실히 뚫었다고 생각한다.
후배 세대들이 좀더 준비되고 선명해졌으면 좋겠다. '너네들이 물러나면 저절로 생긴다'고 얘기할 수도 있는데, 더 좋은 가치와 노선, 담론은 무엇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해서 우리를 무너뜨려야 새로운 시대는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다. 그게 먼저 와야 된다. (세대교체의 주역이었던) 미국의 클린턴이나 영국의 블레어, 독일의 슈뢰더는 그 시대에 그런 걸 만들어내면서 등장했다. '거대 담론의 시대는 죽었다' 이렇게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
- 이재명 대통령의 '구조적 다수' 발언은 어떻게 이해했나.
"사실 무슨 얘기인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니까 자본주의가 다수여야 된다는 얘기는 적어도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한계 혹은 시장의 실패를 극복하려는 사람들까지 함께 하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정의, 평등, 공정을 다수로 만드는 것이라면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성소수자,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하는 사회를 다수로 만들자는 것이라면, 우리가 더 해야 된다. 그 다음에 환경·기후문제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급하게 오지 않았나. 매년 걸을 때마다 더위가 다르다. 저보다 체감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강원도) 양구는 시래기만 재배했는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사과가 나온다. 그런 부분들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고.
어떤 가치와 노선, 담론을 가지고 다수를 만들 거냐가 중요하다. 다수가 되는 거는 무조건 하면 경우에 따라 노선이 상실된다. 굵은 가치와 노선, 담론을 만든 다음 때로는 전술적으로 유연하고, 때로는 전략적으로 인내하는 부분들을 잘 해나가야 될 텐데 우리 당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우리가 반독재 투쟁할 때 항상 이긴 것만은 아니다. 지기도 하고, 징역도 가고, 고문당하고 실패하고 분열했지만, 오랜 시간 밀고 나가면서 결국 그 지점에 도달하지 않았나. 그게 중요하다."
- 차기 당대표가 할 일이 정말 많다.
"잘해야 된다. 가치와 노선, 담론이 부재한 상태가 너무 오래 가면 어느 순간 푹 빠진다. 싱크홀 빠지듯이. 무너지고 난 다음에는 소용이 없다. 지금 준비해서 바꿔가고 발전시켜 가는 게, 더 성숙시켜 가는 게 좋다. 우리 당이 보편적 복지, 경제 민주화 이후에 어떤 당인지를 보여줘야 하는 시점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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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민주당 이러다가 싱크홀... 무너진 다음엔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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