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원(가명, 여)씨와 이무영(가명, 남)씨는 교제관계였다. 김씨는 2019년부터 경찰에 31회 교제폭력 피해를 신고했다. 2024년 5월 11일, 교제폭력이 멈췄다. 김씨는 불을 질렀고, 화재로 이씨는 사망했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정환
-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살고 싶지가 않아… 살고 싶지가 않아요."
김씨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 왜 그런 마음이 드셨어요?
"요즘 방이 자꾸 바뀌어요. 그래서 이 방 들어갔다가 저 방 들어갔다가 하는데, 그때마다 사람들하고 부딪히고 힘들고… 살고 싶지가 않아...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다시 그에게 "왜 그런 생각이 드냐"고 물었다.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 내가 문제가 있어서 이러나."
그의 말투는 점점 느려졌고, 목소리는 낮아졌다. 김씨는 유리창 너머로 기자와 눈을 맞췄다.
- 다른 재소자나 교도관들이랑 대화는 좀 나누세요?
"대화 안 해요, 대화 안 해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 살기 싫다는 마음이 들 때는 어떻게 하세요?
"울지 않으려고 하는데, 내가 울지 않으려고 해요."
그는 기자를 쳐다보며 말을 잠시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그런데 그럴 때는 화장실에 가서 울어…"
접견실 스피커에서는 김씨의 숨소리만 들렸다. 잠시 뒤 접견 종료 안내가 나왔다. 교도관이 문을 열고 "바로 나오라"며 손짓했다. 김씨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말없이 뒤로 돌았다.
"엄마랑 목욕탕에 가고 싶어요"

▲ 현주건조물방화치사혐의로 기소된 김희원(가명, 여)씨에게 1심 재판부는 징역 12년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교제폭력 피해 사실을 참작해 징역 10년형을 선고했다. 현재 김씨는 복역 중이다.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이정환
지난 4월 6일 이한선 법무법인 와이앤비 대표 변호사(김씨의 전 국선변호인)는 김씨와 화상 접견을 했다. 이 변호사를 통해 김씨에게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물었다.
"(이씨를)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나쁜 결과는 없었을 거잖아요. 저는 폭력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사람은 피해를 당하지 않았을 테고…"
그는 출소 이후를 상상했다.
"교도소에서 나오면 엄마랑 목욕탕에 가보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엄마랑 헤어져서 한 번도 같이 못 가봤거든요. 네일 아트도 배우고 싶어요. 엄마랑 같이 살면서 이것저것 하고 싶어요."
김씨가 <오마이뉴스>에 편지를 보냈다. 한 장을 빼곡히 채운 편지는 이렇게 끝난다.
"제발 힘없는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남성들의 무자비한 폭력이 사라지길 원합니다."
2024년 5월 11일 오전 3시경. 차를 타고 지나가던 한 행인이 불이 난 집을 발견해 신고한다.
그 불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