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든 백두산 천지를 한 번쯤 가보고 싶을 것이다. 중국 동북 3성 쪽 역사문화탐방이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지난 27일 아침부터 서둘렀다. 모두 백두산 천지 직관에 들뜬 기분이다. 필자 역시 본 여행에 참여한 이유랄까. 백두산 천지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일행을 태운 버스는 백두산 천지를 향해 출발한다. 아뿔싸, 어제와 달리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이다. 어느 구름에 비가 내려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이다. 백두산 천지 푸른 물결. 안개가 천지를 가리지 않을까. 슬그머니 걱정이 밀러 온다.
어떤 밤도 아침 해를 막을 수 없듯, 자연의 섭리를 누가 막으랴. 버스는 간절한 일행의 마음을 담아 백두산 천지로 향한다.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
도로 옆으로 옥수수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옥수수기름을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은 옥수수 재배를 선호한다고 한다. 한참 더 달리자 백두산 천지로 가는 길목에 연변 자치구 거리가 보인다. 예상과 달리 건물들이 신축이고 잘 정비되어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5개 자치구 중에서 길림성 연변 자치구가 부유한 편이라고 한다.
이른 아침 백두산 천지를 향한 출발이라 찐 옥수수를 준비했다고 한다. 따뜻한 옥수수 맛이 일품이다. 다행스럽게 여행 일정마다 음식 맛이 좋았다. 연변식 된장과 상추 맛이 유독 생각난다.
백두산으로 접어들자 도로 옆으로 쭉쭉 뻗은 나무들이 가득하다. '장백산 동북아식물원'을 지나 백두산 입구에서 여권을 확인받는다. 참고로 중국 사람들은 백두산을 장백산이라 부른다. 천지에서의 추위를 대비해 준비한 옷을 더 껴입고, 소형 버스로 이동한다.
백두산(해발 2,750m)은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북한 양강도와 길림성이 접하는 국경지대에 있다. 백두산 중앙부에 천지가 자리를 잡고, 주변엔 해발고도 2,500m 이상의 회백색 봉우리 16개가 천지를 두르고 있다.
백두산 천지로 가는 길은 주로 서파와 북파이다. 서파 쪽은 1,440개 정도의 계단이 있고, 북파는 천지 밑까지 차량으로 이동한다. 북파가 인기 있는 루트란다. 일행 중 연세 높으신 분과 어린이들까지 동행하고 있어 북파로 이동하였다. 소형 차량이 백두산 천지 탐방객들을 쉼 없이 실어 나른다. 창밖엔 야생화들이 바람에 살랑인다. 백두산 천지 중턱에 이르자, 비구름이 몰려오고 빗방울까지 떨어진다.
비바람 몰아치는 천지에서
천지에 도착하자 비바람이 더욱 몰아친다. 관광객들이 어쩔 줄 몰라 혼비백산이다. 모두 우비를 갖춰 입어야 할 정도이다. 비바람이 거세지자 체감온도가 떨어진다. 한여름임에도 추위를 느낀다. 어쩔 수 없이 추위를 느낀 채,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기다림의 미학은 없었다. 백두산 산신령은 천지를 허락하지 않을 요량인가. 비는 계속 내리고 안개로 뒤 덥힌 천지를 향해 어정쩡한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어본다. 핸드폰에 빗물이 들어 먹통이 될까 염려가 될 정도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빗방울을 훔치며 기념사진을 찍노라니, 색다른 맛이랄까.
천지는 안갯속에 가려 미동도 없다. 일행 중 아쉽지만, 하산해야 할 것 같다는 말까지 터져 나온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디 필자뿐일까. 이 상황에서 백두산 천지를 바라보며 할 수 있는 것은 백두산 신령께 바치는 소리 없는 기도일 뿐.
천하의 명산. 백두산의 정기를 받고자 가슴 졸이며 올랐건만, 백두의 영령들이 허락하지 않았다. 빗속에 눈물 감추며 한없이 목 놓아 울었다. 필자는 추위도 잊은 채, 비바람 맞으며 천지를 종종걸음으로 서성였다.
빗줄기 잦아들자 화색이 돌고 안개가 사라지는가 싶더니, 세상의 구름이 몰려들고 비바람이 또다시 몰아친다. 비옷을 갑옷처럼 두르고 무소의 뿔처럼 비바람을 헤치고, 백두산 천지를 바라본다. 안개에 가린 백두산 천지는 쉽사리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백두산 천지. 백 두 번의 만남이 있어야 두 번만을 허락한다는 조국의 영지. 자욱한 안개만 눈 앞을 가린다. 천지를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백두산 길옆으로 하늘매발톱 야생화가 바람에 살랑인다. 꽃향기 찾는 나비가 되어 일행을 위로하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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