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친 동해안 바다에 적응한 사근진 토종 다시마. 길이가 짧고 유연한 옆체를 지녔다.
진재중
이번 탐사는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장태헌 회장은 탐사에 앞서 지난 6월 강릉 사근진 앞바다를 직접 조사했다. 수온과 조류의 흐름, 암반 지형, 해조류 생육환경을 살피며 백령도에서 축적한 다시마 양식기술이 동해안에도 적용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현장을 둘러본 장 회장은 확신을 얻었다.
"강릉 사근진 앞바다는 바다숲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백령도에서 축적한 기술을 접목한다면 동해안에서도 다시마 바다숲 조성과 양식산업을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습니다."
이번 백령도 탐사는 이러한 현장조사의 연장선이었다. 성공 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그 경험을 동해안에 옮겨오기 위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다.
이번 탐사에는 경포사근진 어촌계원 이충웅씨도 함께했다. 그는 백령도의 다시마 생육 환경과 양식기술을 직접 살펴보며 사근진 해역에 적용할 수 있는 복원 방안을 모색했다.
이충웅씨는 "예전 사근진 앞바다는 다시마와 미역이 풍부했던 생명의 바다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해조류가 사라지고 바다숲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다시마를 되살리는 일은 어민들의 삶은 물론 바다 생태계를 회복하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바다숲 복원은 행정과 연구기관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바다를 가장 잘 아는 어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경포사근진 어촌계는 이번 탐사 결과를 바탕으로 자체적인 시범 바다숲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토종 다시마를 중심으로 어민이 주도하는 해양생태 복원의 기반을 만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백령도의 성공을 동해안으로

▲ 강릉 사근진 다시마 현장을 둘러보고 관계자와 얘기하는 장 회장.
진재중
김형근 한반도해조류포럼 대표는 이번 탐사의 목적을 말했다.
"기후변화와 갯녹음 현상으로 동해안의 다시마를 비롯한 해조류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백령도의 성공 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그 기술과 경험을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에 접목할 방안을 찾기 위해 이번 탐사를 추진했습니다."
실제로 동해안은 수온 상승과 해양환경 변화로 암반 생태계가 빠르게 변하면서 해조류 군락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강릉 사근진은 한때 토종 다시마가 풍부했던 대표적인 해역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군락 대부분이 사라졌고, 바다숲 복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김 대표는 "백령도의 검증된 기술을 동해안 환경에 맞게 적용한다면 사라진 다시마 숲을 되살리고 건강한 해양생태계를 회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백령도를 찾은 한반도해조류포럼 탐사대원들.
진재중
이번 탐사는 해조류 복원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전찬길 한반도해조류포럼 남북협력위원장은 백령도가 가진 지리적 의미에 주목했다.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지역입니다. 앞으로 해조류 연구와 양식기술이 남북 해양협력의 기반이 되고,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해조류는 단순한 수산자원이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복원, 그리고 미래 협력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마 숲이 들려준 희망

▲ 백령도는 다시마 양식으로 또 다른 바다숲을 이루었다.
진재중
백령도에서의 탐사는 짧았지만, 그 성과는 결코 작지 않았다. 다시마를 이식하고 바다숲을 조성하는 일은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양식사업이 아니었다. 사라진 해양생태계를 회복하는 생명의 작업이었다.
기후변화로 바다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동해안 곳곳에서는 갯녹음 현상이 확산되며 해조류가 사라지고, 바다에 기대어 살아온 어민들의 삶도 위협받고 있다.
하지만 백령도의 다시마 숲은 바다도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바다는 하루아침에 되살아나지 않는다.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고, 과학기술을 더하며, 긴 시간을 기다리는 노력이 쌓일 때 비로소 생명의 터전은 다시 만들어진다.
백령도의 다시마 숲은 오늘도 바닷속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바다를 살리는 길은 자연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길이라는 것을.

▲ 북녁땅이 보이는 곳에 평화로이 있는 갈매기.
진재중

▲ 장 회장이 양식한 백령도 해역의 다시마.
진재중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겉보기엔 평범한 양식장, 바닷속 비추자 드러난 '검은 황금'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