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땅히 쉴 공간이 없는 대리운전기사와 같은 이동직종 플랫폼노동자들은 편의점에서 폭염을 피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를 불편해하며 출입을 막는 점포들도 왕왕 있다. 이동 직종 노동자들의 휴게권, 폭염시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상상력이 시급하다
전국대리운전노조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870만 명 중 대리운전 노동자는 28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같은 폭염 아래에서 일하는데 누구는 보호받고, 누구는 보호받지 못한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쉼터와 간이 휴게 공간 확충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거리와 차를 오가며 일한다. 아스팔트 위 체감온도는 40도를 넘고, 대낮 햇볕에 가열된 차 안은 그보다 더 뜨겁다. 운행을 마치고 콜 대기 장소로 이동하기 바쁜 대리기사들에게는 쉴 공간조차 없다. 콜을 기다리는 곳은 길거리, 버스정류장, 편의점 앞이다. 폭염특보가 내려져도 바람기 하나 없는 곳에서 다음 호출을 기다린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대리운전 노동자를 포함한 이동 노동자들이 대기하고 쉴 수 있는 쉼터와 간이 휴게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
폭염 기간 복장 규제 완화
법인 대리운전 기사들은 폭염에도 정장 셔츠와 정장 바지, 검은 구두를 강요받는다. 회사가 정한 복장 규정을 어기면 징계나 계약 해지, 배차상 불이익을 당한다. 땀에 젖어 일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 무겁다. 시원한 곳에서 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알고리즘에 의해 배차 순서가 뒤로 밀려 불이익을 당하기에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회사가 지원은 못 할 망정 폭염 기간에 기능성 의류와 통풍이 잘되는 신발을 착용해도 불이익을 주지 말아야 한다.
작업중지권 보장
에어컨이 고장 난 차를 운행하는 때도 있다. 에어컨 없이 정체된 도로에 갇혀서 운전하다 보면 도로와 주변 차들이 뿜어내는 열기 때문에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숨쉬기도 힘들다. 에어컨이 고장 난 차였으면 콜을 안 잡았을 텐데... 그러나 플랫폼은 그런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는다. 만약 그런 이유로 작업을 중지하거나 콜을 취소하면 배차와 관련한 불이익이 돌아오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운행할 수밖에 없다.
에어컨 고장 사실을 대리운전 노동자가 사전에 알 수 있도록 고지하도록 하고, 노동자가 작업을 중지하거나 배차를 거부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대리운전 노동자는 섭씨 35도의 거리에서 땀을 흘리다가 20도 안팎의 차에 탑승하는 일이 반복된다. 이러한 급격한 온도 변화는 냉방병과 자율신경계 이상, 두통과 극심한 피로를 유발한다. 이에 대한 예방 지침과 보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 전남노동권익센터에서 폭염 기간에 이동 직종 노동자들에게 얼음 생수 나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전국대리운전노조
플랫폼은 기사들에게 10분 안에 도착하라고 끊임없이 압박한다. 조금만 늦어도 고객 불만과 평점 하락, 배차 불이익을 걱정해야 한다. 기사들은 뛰고 걷기를 반복하며 땀에 범벅이 되고 심하면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물 한 병조차 제공받지 못한다. 폭염 기간에는 노동자의 건강을 고려해 생수를 제공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에어컨도 없는 지하주차장이나 실내주차장에서 고객의 요구로 30분, 길게는 1시간 가까이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폭염 시에는 고객 차내에서 에어컨을 가동하며 대기할 수 있도록 하거나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고객에게 안내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콜을 취소해도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
차별없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A씨는 폭염기간 휴식 없이 일하다 몸살 증상으로 시름시름 일주일을 앓아누웠다. 병원에서 지어준 약도 소용이 없었다. 보름 이상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 수입이 반토막이 됐다. 일하다 더위를 먹고 급격한 온도 변화에 따른 몸의 이상 증상이 확실했지만 업무상 재해를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산재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폭염은 노동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도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면 산업안전보건법상 폭염 보호조치도 똑같이 적용받아야 한다.
얼마 전 채택된 국제노동기구(ILO) 플랫폼노동협약 역시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국가와 사용자의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도 더는 "노동자가 아니라서 보호할 수 없다"는 핑계를 멈춰야 한다.
대리운전 노동자의 건강은 한 가족의 생계뿐 아니라 고객과 시민의 안전과도 직결돼 있다. 대리운전 노동자가 안전해야 고객의 이동도 안전할 수 있다.
정부와 국회, 기업에 강력히 촉구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폭염 보호 조치를 모든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에게 확대 적용하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서비스노동자들의 희망을 만들어 갑니다.
돌봄노동자, 유통 판매직, 모빌리티 플랫폼 노동자, 학교비정규직, 택배 물류 노동자, 생활가전 설치점검 노동자, 관광레저산업 노동자 등 서비스업종 모든 노동자를 포괄하는 노동조합 연맹입니다. 서비스노동자의 권리 시장 및 처우개선에 힘쓰고, 민주노조 운동에 복무하며, 노동자 직접정치시대를 열고자 앞장서고 있습니다.
공유하기
정장 셔츠에 검은 구두, 체감 40도 아스팔트 위 대리기사의 여름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