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승수 변호사가 열린순창이 보도한 최영일 순창군수에 대한 검증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최육상
주민들이 직접 만든 부안독립신문
하 변호사는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2003년 부안 핵폐기장 사태를 소개했다. 당시 중앙언론과 일부 지역언론은 주민들이 핵폐기장에 반대하는 이유보다, 주민과 경찰이 충돌하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주민들을 폭력적인 집단으로 묘사하고, 일부에서는 "플루토늄은 먹어도 된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보도했다.
하 변호사는 당시 부안 주민들이 경찰보다 언론에 더 분노했다고 전했다. 언론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정부와 권력의 논리를 대신 전달하며 자신들을 '폭도'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 경험을 통해 '우리 지역에 제대로 된 언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주민들이 직접 돈을 모아 부안독립신문을 창간한 배경이다. 하 변호사는 언론의 역할을 △정확한 정보 제공 △건강한 여론 형성 △권력 감시 △비판 기능으로 정리했다.
"정보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없다. 비판과 토론이 없으면 민주주의도 없다.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지역신문이 군정 보도자료를 옮기거나 단체장의 일정과 성과만 전달하는 데 머문다면 언론의 본래 역할은 사라진다. 지자체 예산이 적절하게 쓰였는지, 정책 결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들었는지, 단체장과 고위공직자가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는지 묻고 확인해야 한다.
하 변호사는 우리나라 지방자치 구조를 '강한 단체장, 약한 의회'라고 설명했다. 기초자치단체 시장·군수에게 예산 편성권과 인사권, 각종 사업의 집행권이 집중돼 있지만 지방의회와 주민의 견제 수단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은 단체장의 인사권 아래 있고, 지역의 여러 기관과 단체도 보조금과 위탁사업, 계약과 홍보예산 등을 통해 지방정부와 연결돼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주민과 단체가 공개적으로 단체장을 비판하기 어렵다. 주민투표와 주민소환, 주민감사청구 같은 주민참여 제도도 까다로운 요건과 좁은 지역사회의 관계망 때문에 활용하기 쉽지 않다.
하 변호사는 "제왕적 지방자치단체장의 권력이 강하기 때문에 지역언론이 정보 제공과 여론 형성, 감시와 비판 역할을 하지 못하면 지역 안에서 견제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건강한 지역언론이 있느냐 없느냐가 그 지역 민주주의의 수준을 판단하는 중요한 척도"라고 강조했다.
"지역언론 지키는 건 지역의 민주주의 지키는 일"
열린순창의 백지광고는 1970년대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박정희 정권은 동아일보의 비판적인 논조를 문제 삼아 광고주들을 압박했다. 광고가 끊기자 동아일보는 광고란을 백지로 남겨 신문을 발행했고, 시민들은 격려 광고를 보내 언론자유를 응원했다.
하 변호사는 부안독립신문도 송전탑과 군수 가족 관련 문제 등을 비판적으로 보도한 뒤 부안군의 광고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주민과 독자들은 응원 광고를 보내 신문을 지탱했다.
하 변호사는 지역언론을 지켜낼 주체는 주민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이 광고주를 압박했다면, 지방자치 시대에는 지방정부가 행정광고와 구독, 보도자료 제공 등을 통해 비판언론을 압박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이 만들고 지키는 것이 건강한 지역언론이다. 주민과 유권자, 주권자가 지켜내지 않으면 안 된다."
하 변호사는 "지역언론을 지키는 일은 지역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라며 특강을 마무리했다.
"언론보도가 잘못됐다면 근거를 들어 반박하고 정정과 반론을 요구하면 된다. 그러나 비판기사를 이유로 구독과 보도자료 제공을 중단한다면 주민의 알 권리와 지역사회의 공론장을 위축시키는 문제가 된다. 열린순창을 지키는 일은 신문사 한 곳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민이 자유롭게 말하고, 언론이 두려움 없이 질문하며, 권력이 주민 앞에서 설명하도록 만드는 순창의 민주주의를 지키는 일이다."
하 변호사는 특강을 시작하며 자신을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매일매일 챙기고 공부하고 고민하는 일)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수십 년 째 하고 있는 숨 쉬는 것 같은 일상) ▲선거제도 개혁, 헌법개정 운동(기우제 지내는 심정으로)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특강을 마친 하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순창 강연 소식을 전하며 "열린순창을 응원하면서, 건강한 지역언론에 힘을 보태기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는 개인적 다짐을 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며 "그리고 '권력자가 주권자 무서운 줄 알게 해야겠다'는 다짐도 했다"고 적었다.

▲ 무더위에도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 언론사와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관계자, 서울에서 온 대학생 등 많은 시민이 참석해 풀뿌리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최육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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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변호사 "열린순창이 지금 겪고 있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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