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벽에서 태어난 새끼들, 신비롭습니다

[자연에서 배우는 삶] '알집'을 벗고 나온 사마귀들... 자연의 경이로움을 경험합니다

등록 2026.08.04 13:12수정 2026.08.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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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귀가 시멘트 벽에 만든 알집 사마귀는 보통 나뭇가지에 알을 낳는데 이 사마귀는 현관 옆 벽에 알을 낳았다.
▲사마귀가 시멘트 벽에 만든 알집 사마귀는 보통 나뭇가지에 알을 낳는데 이 사마귀는 현관 옆 벽에 알을 낳았다. 김상대

지난해 겨울 추운 어느 날. 현관 옆 시멘트 벽에 무언가 붙어 있는 걸 보았다. 사마귀였다. 엉덩이 뒤 쪽으로 손가락 길이 정도의 뭔가가 연결되어 있었다. 알을 낳은 것이었다. 사마귀는 거품 진액으로 만든 알집 속에 알을 낳는데 단단하게 굳은 알집은 겨울 동안 알을 따뜻하고 건조되지 않게 보호한다고 한다.

보통 사마귀는 나뭇가지 위에 알을 낳는데... 이 사마귀는 시멘트 벽 한가운데, 그것도 사람들이 항상 들락거리는 현관문 바로 옆의 벽에 알을 낳은 것이었다. 인터넷 자료들을 찾아보니 대략 4개월에서 6개월 정도 지나면 알에서 새끼들이 나온다고 한다. 햇볕을 잘 받지 못하거나 기온이 차가우면 더 오래 시간이 걸린다고도 한다.


우리 집 마당에서 사마귀를 처음 봤던 순간이 기억이 났다. 우연히 나무줄기에 거꾸로 매달려있는 새끼손가락 절반 만한 크기의 새끼 사마귀를 보았다. 세상의 모든 새끼들은 너무너무 예쁘지만 사마귀 새끼 또한 엄청 예쁘게 보였다. 거기다 사마귀는 곤충 세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이며 무협지에 나오는 당랑권의 원조 아닌가? 그 당당하고 날카로운 카리스마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는 매력.

나무 줄기에 매달린 새끼 사마귀 손가락 절반 크기의 새끼 사마귀가 먹잇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 줄기에 매달린 새끼 사마귀 손가락 절반 크기의 새끼 사마귀가 먹잇감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김상대

커다란 눈에 점 하나 찍힌 듯한 눈동자가 내가 움직이는 대로 내 얼굴을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사마귀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고 정지하고 있다. 그런 상태로 새끼는 며칠 동안 계속 같은 나무줄기에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난 한동안 사마귀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빨갛게 익어가던 석류 열매 위에 앉아 있는 커다란 사마귀를 발견했다. 몇 달 사이에 새끼였던 사마귀가 어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석류 열매 위에 앉아 다른 벌레가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예사로운 장면이 아니었다. 낯섦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움. 내 평생 언제 다시 이렇게 석류 위에 앉아 있는 사마귀를 볼 수 있을까? 재빨리 카메라를 찾아와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석류 위의 사마귀 어른으로 성장한 사마귀와 눈을 마주쳤다. 강렬한 생명력과 일체감을 느끼는 순간
▲석류 위의 사마귀 어른으로 성장한 사마귀와 눈을 마주쳤다. 강렬한 생명력과 일체감을 느끼는 순간 김상대

역시 '점'같이 찍힌 눈동자가 날카롭게 나를 응시한다. 사마귀와 눈을 마주치면서 그저 몸집이 작은 조그만 곤충이 아니라, 거대한, 살아있는 '실존'을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단순히 생명의 신비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생명이 존재한다'라는 강렬한 감정 그리고 사마귀의 실존을 느끼면서 나 또한 이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생생함이 느껴지는 놀라운 순간.

'아, 내가 살아있구나'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마치 영화 <E.T.> 에서 소년이 외계인과 손가락을 마주하며 느끼는 경이로움 같은… 그리고 다시 시간이 지나 추운 겨울날 사마귀는 현관 시멘트 벽에 알을 낳고 있었던 것이다. 알을 낳느라 힘이 빠진 어미 사마귀는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더니 바닥에 떨어져 생을 마쳤다. 그렇게 한 세대가 지나갔다.


한동안 매일매일 알을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알집의 존재도 희미해졌다. 6개월이 지난 초 여름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사마귀 알집 아래 뭔가 거미줄 같은 게 있고, 거기에 어떤 벌레들이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자세히 보니 사마귀 새끼들이 껍질을 벗겨 내고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알집에서 나오는 새끼 사마귀들 알집에 있던 새끼들은 탈피를 하면서 빠르게 성장한다.
▲알집에서 나오는 새끼 사마귀들 알집에 있던 새끼들은 탈피를 하면서 빠르게 성장한다. 김상대

마치 거미가 줄을 타듯이 줄에 매달려 있던 새끼들이 한참을 꾸물거리더니 재빠르게 어디론가 도망가고 있었다. 몸뚱이가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새끼 사마귀의 모습은 너무도 신비롭고 예뻤다. 여전히 점처럼 찍힌 작은 눈이 나를 응시하며 두리번거리더니 쏜살같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미 사마귀는 걷는 것이 엄청 느리지만, 새끼 사마귀는 정말 빨랐다. 순식간에 벽을 타고 지붕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보통 사마귀 열 마리가 태어나면 한 마리 정도가 겨우 생존해서 어른이 된다고 한다. 어린 새끼를 노리는 적들이 너무 많은 것이다. 사람이나 곤충이나 삶은 결코 만만치 않다.

독립한 새끼 사마귀 이제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야생의 세계로 가야 할 시간
▲독립한 새끼 사마귀 이제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야생의 세계로 가야 할 시간 김상대

오늘 잔디밭에 해충을 잡는 약을 뿌리려고 했으나 사마귀 때문에 또 뿌리지 못한다. 벌레 잡는 약에 사마귀가 죽을까 봐, 그렇지 않아도 힘든 삶일 텐데 내가 그 생을 줄이면 안 되지 않나. 새끼들이 또 커서 어른 사마귀로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렇게 자연은 세대를 넘어 새 생명을 만들고 있었고 난 오늘도 생명의 위대함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그들을 통해 내가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사마귀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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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있는 산부터 이름없는 들판까지 온갖 나무며 풀이며 새들이며 동물들까지...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것들을 깨닫게 합니다 사진을 찍다가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 슬며시 웃음이 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는 순간 등, 항상 보이는 자연이지만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함께 느끼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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