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4.29.(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개최한 “안전운임제 쟁취! 배민쿠팡 투쟁 선포! 라이더-화물노동자 대행진’에 참여한 배달라이더들이 오토바이를 탄 채 줄지어 행진하고 있다. 이날 라이더-화물노동자는 다른 품목을 운송하지만 착취하는 자본의 구조는 같다며, 책임회피와 비용전가, 위험을 강요하는 플랫폼사와 화주사에 함께 맞서겠다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
이번 판결의 의의는 한 명의 라이더를 구제한 데 그치지 않는다. 법원이 근로자성 인정의 근거로 삼은 판단 요소들은,
배달라이더,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지금도 '개인사업자'로 취급되는 수많은 플랫폼 종사자들에게 그대로 대입될 수 있는 일반적 기준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계약의 형식이 각 경제주체를 연결하기 위한 외형적 장치에 불과하며, 사업의 실질은 '라이더를 통한 상품 배달 서비스의 구축·운영'에 있다고 보았다. 이 논리는 피고 회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 역시 사업의 본질은 '음식을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것'이고, 쿠팡 또한 사업의 본질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해당 플랫폼에서 근무하는 라이더, 택배기사 등은 그 본질적 업무를 수행하는 핵심 인력으로서 오직 해당 앱을 통해서만 주문을 수락하고 배달하거나 계약의 명칭이나 대리점을 매개한 형식과 무관하게 사업의 실질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들이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어 있다는 점은 회사의 이름과 무관하게 동일한 것이다.
업무 내용과 방식, 보수 산정 기준의 결정 관련해서도, 법원은
보수의 산정 기준과 지급 방식을 플랫폼이 사전에 정하고 라이더에게는 관여할 재량이 없다는 점을 근로자성의 근거로 삼았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라이더들 및 쿠팡의 택배기사 역시 기본배달료, 거리·시간 할증, 프로모션 단가를 스스로 협상하지 못한다. 플랫폼이 요금 정책을 정하면 AI 알고리즘이 단가를 산정할 뿐이며, 라이더는 그 결과를 '수락'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 반복된 배달단가 인하 논란은, 라이더가 보수 결정 구조에서 얼마나 철저히 배제되어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법원은 배달라이더들의 주문 건별 수락이라는 외형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알고리즘과 관리직의 지시·통제·제재를 통해 플랫폼의 방침대로 배차가 이루어지는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지휘·감독이 있다고 보았다. 위 배달앱사들 역시 소위 'AI 배차'라는 방식을 이용하여 라이더의 위치·수락률·운행 기록을 실시간으로 수집·평가하여 콜을 배분한다. 관리자가 눈앞에 서서 지시하지 않을 뿐,
알고리즘이 곧 상시적 감독자라는 점에서 그 통제의 강도는 전통적 사업장에 못지않다.
또한, 법원은 배달플랫폼은 상시 일정 수 이상의 라이더가 대기해야 서비스가 유지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만 보면 라이더들이 자유롭게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를 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제재와 유인책을 통해 근무시간 준수가 어느 정도 강제된다고 판단했다. 수락률·운행 실적에 따른 등급제, 프로모션·미션 수당, 저조한 실적에 대한 배차 불이익, 배송률, 프레시백 회수율 등에 따른 클렌징은
라이더와 택배기사가 실질적으로는 특정 시간대·지역에서 노무 제공을 할 수 밖에 없게 유도한다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에서 스케줄 사전 예약제를 도입하려다 여론에 밀려 중단한 사례가 있었듯, 통제의 '형식'만 조정될 뿐 그 실질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법원은
필수 작업 도구인 앱을 라이더가 소유할 수 없고, 제3자에 의한 업무대체가 불가능하며, 경제적 이익의 변동이 독립된 영업활동이 아니라 회사가 설계한 운영정책에 따른 반사적 결과라는 점을 지적했다. 보수 역시, 기본급이 없고 건별로 보수가 지급되더라도, 균질하고 단순·반복적인 배달업무의 특성상 이것이 '일정한 노동 단위에 대해 지급되는 정형화된 대가'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였다. 쿠팡 택배기사의 경우가 특히 그러하다. 이들은 형식상 대리점과 업무협약을 맺은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제로는 쿠팡로지스틱스가 정한 배송구역·물량·기준에 따라 일하며, 자신의 영업으로 고객을 확보하거나 노무를 대체시킬 여지가 없다.
결국 법원이 제시한 징표는
특정 회사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동일한 노무관리 구조를 채택한 플랫폼·택배 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잣대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의 라이더들 및 쿠팡의 택배기사가 처한 현실은 이 판결이 판단한 사안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판결 이후에 남는 질문들

▲ 2026.6.17.(수) 쿠팡CLS 본사 앞, 참여연대와 전국택배노동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쿠팡CLS의 계약 외 업무인 프레시백 회수 등 노동 강제 문제를 규탄하고 공정위에 신고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연대
이번 판결은 근무시간의 사전 협의, 지속성·반복성·전속성·통제성이 클수록 근로자성을 인정할 여지가 커진다는 방향을 제시한다. 그런데 이는
역설적으로, 플랫폼 기업이 계약 구조와 업무지시 체계를 더욱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설계할 유인을 낳을 수 있다. 예컨대 지시를 직접 내리는 대신 알고리즘의 '권고'나 '평점 시스템'이라는 형식을 빌리거나, 하나의 계약관계를 여러 개의 위탁·용역 계약으로 쪼개어 개별 계약만 놓고 보면 통제성이 낮아 보이도록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노무관리의 실질은 그대로 둔 채 그 외형만 분산·중층화함으로써, 법원이 판단해야 할 계약과 업무지시 체계 자체를 갈수록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 우려가 있다. 이 경우 법원은 개별 사건마다 여러 겹의 계약관계를 걷어내고 실질을 재구성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는데, 이는
사법적 판단만으로는 메우기 어려운 입법의 공백을 드러낸다.
이번 판결은 그
경계에서 노동자성을 인정한 진일보한 판단이지만, 전형적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경계가 모호한 대부분의 플랫폼 종사자들은 여전히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이 사건은 소 제기로부터 고등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무려 4년이 걸렸다. 그 사이 당사자의 근로관계는 이미 종료되었고, 설령 승소하더라도 4년이라는 시간의 경과는 실효적인 권리구제로 이어지기 어렵다. 이번 판결이 사회적으로, 그리고 후속 사건들에 미치는 의미는 분명하지만, 정작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 개인에게는 그 결실이 온전히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는 역설이 남는 것이다. 하루하루의 생계를 위해 배차와 배송에 매달려야 하는 다른 플랫폼 노동자들이, 이처럼 몇 년에 걸친 소송을 감당하며 자신의 근로자성을 다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개별 소송을 통한 사후적 권리구제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며, 근로자성 인정 여부라는 이분법을 넘어 종속의 정도에 상응하는 단계적 보호체계를 신속하게 마련하는 입법적 결단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사업구조 뒤에 숨는 실질적 사용자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쿠팡 택배기사들의 경우, 실제로는 쿠팡로지스틱스의 지휘를 수행하지만 형식적으로는 대리점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후 업무지시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쿠팡로지스틱스는 이른바 '클렌징(배송구역 회수)'을 통해 대리점과 기사들에게 사실상 해고와 같은 효과를 발생시키면서도 직접적 사용자 책임에서는 비켜서 있는 것이다. 노무 수행의 실질에 대하여 주도권을 행사하는 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사용자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이번 판결의 법리가 중층적 도급·위탁 구조에까지 확장되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위탁계약'이라는 외피 뒤에 감춰진 종속노동의 실질을 직시하고, 알고리즘과 관리직을 통한 통제를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 정확히 포착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한다. 타다 판결이 제시한 '플랫폼 특유의 사업 특성 고려'라는 방향을 배달산업에 구체화한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사법의 사후적 실질 판단만으로는 끊임없이 진화하는 플랫폼 노무관리를 온전히 규율하기 어렵다. 라이더가 '노동자'임을 확인한 이 판결을, 플랫폼 종사자 전반에 대한 보호입법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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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뒤에 숨은 사용자, 라이더는 '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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