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268억 들어갈 복지재단 설립 타당성, '서면심의'로 가결

경제성 '부적격' 정성평가로 뒤집힌 안건인데 서면 처리... 은평구 "서울시 협의 등 일정 급해 서면 처리"

등록 2026.08.03 13:27수정 2026.08.0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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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시민신문

은평구가 5년간 268억 원이 소요되고 이 중에서도 구 출연금이 107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가칭)은평평생돌봄복지재단의 설립 타당성 안건을 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지 않는 '서면심의'로 처리한 후 가결했다.

은평구는 지난 7월 27일 2026년 제1회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를 열어 은평평생돌봄복지재단 설립 타당성(2026-1호), 2026년도 은평문화재단 경영평가 및 대표이사 경영실적 평가(2026-2호), 2026년도 은평구민장학재단 경영평가 제외 대상기관 선정(2026-3호) 등 3개 안건을 심의해 모두 가결했다. 심의 방법은 세 안건 모두 '서면심의'였다.

위원회는 당연직 2명과 위촉직 7명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안형준 부구청장, 다른 당연직 위원은 임은경 기획재정국장이다. 위촉직은 법무사·건축사·세무사·노무사·회계사 각 1명과 주민참여위원회 7기 위원 2명이며, 간사는 기획예산과장이 맡았다.

경제성은 '부족'인데 결론은 '타당', 그 심의를 서면으로

심의 대상인 설립 타당성 검토보고서는 서울연구원 산하 서울공공투자관리센터가 작성했다. 보고서는 재단 설립 후 5년간 소요재원을 268억 2100만 원으로 추정했으며, 이 가운데 구 출연금은 107억 원(기본재산 20억 원, 보통재산 87억 원)이다. 재단은 2027년 7월 출범, 정원 20명, 24개 사업 수행으로 설계돼 있다.

보고서는 종합의견으로 '설립 타당성 있음'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량평가인 경제성 분석에서는 재단 설립 방식이 현행 방식보다 5년간 25억 1600만 원의 수지 악화를 발생시킨다며 '경제적 타당성 부족'으로 판정했고, 지방재정효과 항목도 '부정적(비용 증가)'으로 표기했다. 이 상반된 결과를 '타당'으로 묶어낸 것은 정성적 판단이 크게 반영되는 계층화분석(AHP)이다. 평가위원 8명 중 6명이 설립을, 2명이 미설립을 지지해 설립 0.611점, 미설립 0.389점이 나왔으나, 위원별 판단 근거는 요약 보고서에 명시되지 않았다.

즉 정량평가의 부적격 판정을 정성평가로 뒤집은 핵심 안건이, 위원들이 한자리에서 토론하지 않는 서면 방식으로 최종 처리된 셈이다.


서면 처리 근거는 조례... 사안이 '경미'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시 협의 등 시간이 부족해 서면 회의로 진행

서면 처리의 근거는 조례에 있다. 서울특별시 은평구 출자·출연 기관 운영에 관한 조례 제10조 제3항은 "심의사항이 경미하거나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서면으로 의결할 수 있다. 이 경우 위원에게 서면으로 그 사유를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같은 조 제2항은 회의 일시·장소와 심의안건을 개최일 7일 전까지 각 위원에게 서면 통지하도록 하되, 긴급하거나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때는 통지방법·기간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출자·출연기관 운영심의위원회 서면심의와 관련하여 구 관계자는 "경미한 사항은 아니며 해당 날짜에 회의 장소를 구하기 어려웠고, 8월 초에 서울시 협의가 있는데 위원들 간 날짜 조정이 쉽지 않아 다수 위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하여 서면으로 진행했으며 이 같은 사유를 위원들에게 고지하였다"고 설명했다.

"찬반만 모으는 게 심의인가"... 부산에선 고소전

서면심의의 정당성은 다른 지역에서도 다툼이 되고 있다. 부산에서는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해원 교수가 연제구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서면심의 운영을 문제 삼아 위원장인 연제구 부구청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김 교수는 위원 간 의견 교환 없이 찬반만 표시하는 방식은 심의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심의란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자신의 판단을 바꾸거나 다른 위원을 설득할 기회가 전제돼야 한다"며 "단순히 찬반만 모으는 것은 심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두 사안에는 차이도 있다. 부산 연제구는 문제가 불거진 지난해 3월 시점에 서면심의의 명시적 조례 근거가 없었고 이후 조례를 개정해 근거를 마련한 반면, 은평구는 서면의결 근거 조항이 있는 상태에서 이를 적용했다. 은평구의 쟁점은 근거 조항의 존부가 아니라, 대형 안건에 그 조항을 적용한 것이 적정한지와 통지 등 절차 요건을 지켰는지에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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