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8.03 14:49수정 2026.08.06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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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올해 118년 만의 무더위라며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곳 캐나다는 한국만큼 기온이 치솟지는 않지만, 여름 한가운데 느껴지는 묵직한 무더위와 여름 나기의 고단함은 계절적으로 다르지 않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이상하게도 매콤 달콤한 불닭발이 생각난다. 특제 양념을 입혀 볶아낸 닭발을 한 입 맛보고 나면 이마와 온몸에 땀이 흠뻑 젖어든다. 땀을 쏙 빼고 나면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그 맛, 그야말로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어느 날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갑자기 닭발이 먹고 싶네" 하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오늘은 아내의 그 한마디가 떠올라 곧바로 베트남 마트로 향했다.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닭발은 버려지는 부산물 취급을 받아 일반 마트에서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식재료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현지 마트에서도 닭발을 팔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아시안 마트의 단골 식재료가 되었다. 과거에는 서구권에서 외면받던 비주류 식재료가 다문화 사회인 캐나다에서 어엿한 식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은 셈이다.
베트남 마트에서 사 오는 닭발은 늘 싱싱함은 물론이고 통통하게 살이 올라 있어 자주 찾게 된다. 이번에 사 온 닭발 역시 여태 본 것 중 가장 살집이 두툼하고 푸짐했다. 2파운드(약 900g)에 단돈 10달러. 해외 생활에서 맛보는 소소한 식탁의 즐거움이다.
사실 한국에 살 때는 닭발을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변에 닭발을 요리해서 파는 식당이 많아 언제든 사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 살면서 여건상 닭발을 전문으로 파는 식당이 없다 보니, 먹고 싶으면 스스로 재료를 구해 요리해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처음 닭발을 손질할 때는 참 난감했다. 이미 다듬어진 제품이라 해도 닭발에 달린 날카로운 발톱만큼은 직접 잘라내야 했는데, 익숙지 않고 징그럽기도 해서 가위나 칼을 들고 한참을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조리 역시 볶음은 가능하지만, 집 안 환경상 숯불이나 그릴에 직접 구울 여건이 되지 않아 조리 전후로 토치램프를 사용해 불맛의 아쉬움을 달랬다.
닭발을 깨끗이 삶아낸 뒤 우리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콤한 특제 양념을 넣어 비벼내고, 마지막에 토치램프를 사용해 겉면을 쓱 훑어준다. 치솟는 불길을 따라 은은한 불향이 입혀지면 여느 닭발 전문점 못지않은 근사한 불닭발이 완성된다. 이처럼 해외라는 제약 속에서 만들어낸 불닭발은 단순한 야식이나 술안주가 아니다.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삶의 재미를 찾아가는, 이민 생활을 살아가는 우리 가족의 방식이다.

▲ 토치로 불맛을 입혀 직접 만든 매콤한 불닭발과 소주
김종섭
닭발에는 역시 소주가 빠질 수 없다. 해외에 살면서도 '닭발에는 소주'라는 옛 공식은 머릿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마침 집 근처 리쿼 스토어(Liquor Store)에 들렀다가 눈에 익은 반가운 소주병을 발견했다. 서울에 살 때 제주도 여행이나 출장을 가야만 만날 수 있었던 '한라산 소주'가 캐나다 술 매장 한쪽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제주도의 아련한 추억과 고국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망설임 없이 한 병을 집어 들었다.
사실 닭발도, 소주도 예전에 먹던 그 맛 자체보다 그 시절의 추억을 먹는 느낌이 더 강하다. 훈훈한 온기가 감돌던 옛 포장마차에서 잔을 기울이던 풍경이 그립다. 시대가 변하면서 한국에서도 포장마차가 하나둘 사라져 이제는 추억 속에서나 맛을 느껴야 하지만, 이렇게 멀리 캐나다에서 아내와 마주 앉아 불맛 입힌 닭발에 소주 한 잔을 기울이니 그 시절 그 온기가 다시금 살아나는 듯하다. 온몸에 땀을 흘리며 먹는 이열치열의 불닭발 한 접시에 타향살이의 무더위와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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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거주, 이민자의 삶과 일상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기록,다음'브런치'활동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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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 달래준, 캐나다에서의 불 닭발 한 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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