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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딩 때 만난 까불이 단발머리, 소속사로 데려왔습니다

[오마이 와우산!] 썬더릴리(Sun the lily) - 어크로스 더 나이트(Across the night)

등록 2026.08.04 11:54수정 2026.08.0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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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달빛 멤버이자 김윤주 와우산레코드 대표의 음악 에세이. 김윤주의 일상과 이야기를 담아 당신의 오늘에 위로가 될 곡을 전달합니다. 음악을 들으며 한 편 한 편 감상해 주세요.[편집자말]
2007년쯤이었나. 당시 한 고등학생에게 피아노와 작곡을 가르쳤다. 부모님이 모두 음악을 했기 때문인지, 어릴 적부터 음악을 가까이한 이 친구는 음악이 가장 재밌는 놀이터처럼 보였다. 교복을 입고 짧은 단발의 까불이 고등학생 최혜리였다. 음악도 중요하지만 삶이 더 중요하다는 철학으로 우리는 만나면 한 주 동안 서로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신나게 길게 하고 짧게 수업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그때의 혜리가 어느새 몇 곡의 음원을 낸 아티스트가 되어 있었다. 혜리의 영어 이름인 '릴리'에게 해를 비추자는 뜻의 썬더릴리(Sun the lily)라는 이름으로 데뷔했는데, 음악에 밝은 빛이 비추어져서 생동감 넘치게 되기를 염원하는 의미가 담긴 음악을 하려 했다.


지난 2018년 데뷔 싱글 '어라이브'가 그랬다. '어라이브'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삶 속에서 오늘을 사는 모든 이에게 "Don't you cry. You're alright. Cause you're alive (울지 말렴. 괜찮아. 넌 지금 살아있으니까)"라며 위로했다.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을 해내며 통통 튀는 음악을 열심히 작업하는 썬더릴리의 모습을 볼 때마다 괜히 마음이 좋았다. 그의 성장기를 보는 기분도 들었다.이후 옥상달빛의 '밤밤밤' 이라는 노래의 라이브 클립을 찍을 때 썬더릴리에게 코러스를 부탁하기도 했다.

또 그의 '어크러스 더 나이트'(Across the night)라는 곡은 꽤 오래 내 플레이리스트에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발매한 이 곡은 코로나로 인한 다양한 스트레스 상황,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등, 이른바 코로나 블루에 시달리던 이들을 향한 마음을 담았다. 힘든 상황도 함께 극복하자는 썬더릴리만의 무한 긍정이, 어두운 밤에서 밝은 아침이 올 때까지 늘 그 자리에서 기다리겠다는 그의 약속이 담긴 곡이다.

썬더릴리 만의 음악



이 곡을 들으며 썬더릴리가 설레는 음악을 아주 잘 만들었다 싶어 놀랐다. 혼자 잘하고 있다 싶어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서로의 주변을 돌고 돌던 우리는 결국 '와우산레코드'에서 함께 하기로 했다.


사실 썬더릴리를 영입(?)하며 든 생각은 하나다. 그의 주변에는 음악하는 친구가 많이 없었는데, 이렇게 음악을 잘하는 친구가 혼자 음악하다 지치지 않기를 바랐다. 가능하다면, 와우산레코드라가 울타리가 되어 마음껏 이 안에서 여러 자극을 받으며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어 나가길 바랐다.

그렇게 2024년 와우산레코드 소속 가수 썬더릴리의 이야기가 담긴 앨범 재킷 3장을 촬영했다. 첫 번째 싱글은 같은 해 5월 '두'(Do)라는 신나는 노래로 선보였다. 두 번째 싱글은 2024년 7월, '선데이 베스트'(Sunday best)라는 곡이었다. 여름에 딱 듣기 좋은 발랄한 노래다. 그러고는 감감무소식의 시간이 지금, 2026년 하반기까지 이어지고 있다. 되었다. 열심히 재밌게 음악을 만들기 바랐는데, 썬더릴리는 왜 추가 곡을, 앨범을 발매하지 않는 걸까, 가만히 생각해 봤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지만 완벽하지 않은 사람'

아마 나와 썬더릴리의 공통점은 이 스트레스가 있다는 거 아닐까 싶다. 사실 음악 하는 사람 중 꽤 많은 사람이 완성되지 않은 스케치 상태의 곡을 들려주기 꺼린다. 비단 음악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다. 아티스트들 역시 미완성의 무언가가 나의 전부일 거로 생각할까 봐 불안해하며 쉽게 민낯을 보여주지 못한다.

악기 하나와 목소리만으로 3분여 되는 곡을 채울 수 있어야 하는데, 아쉬운 점이 보이면 악기로 덧대고 덧대게 된다. 그러다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의 신선한 장점을 잃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채우는 건 쉽지만 덜어내는 건 어렵다. 그래서 장인들의 작업물에는 여백의 미가 많은 걸까.

기다리던 새 곡 들으니...

 썬더릴리
썬더릴리 와우산레코드

나 또한 내 작업에 빠져있을 때면 이 노래가 좋은지 안 좋은지 가늠이 안 될 때가 있다. 그래서 쉽게 지치기도 했다. 더 이상의 좋은 가사와 멜로디가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는 자괴감 때문에. 하지만 우연히 듣게 된 누군가의 "좋은데?" 라는 말 한마디에 휴지통에 처박혀 있던 mp3 파일을 다시 꺼내 들여다본다. 그렇게 멋진 곡이 완성되기도 한다. 누구나 혼자 오래 작업하다 보면 생각과 시선이 고립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제인가부터 사람들에게 내 어설픈 작업물을 내미는 것에 마음을 열기로 했다.

한 달 전, '와우산레코드'의 막내들(장들레, 썬더릴리, 루카마이너)에게 대표로서 일주일에 한 곡씩 곡을 써오라고 숙제를 냈다. 자주 곡을 만들고 점검하는 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는 걸 알기에 어려운 미션이지만 강제성을 가지고 이들의 작업을 끌어내야겠다고 판단해서다. 완벽하게 완성이 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만나서 한 주 동안의 작업 이야기를 듣고 계획 중인 하반기의 목표에 대해서 구체적인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지금 막내들은 매주 모여 서로의 곡을 듣고 느낀 점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의 창작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어렵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을 품고 용기 내 피드백한 거라는 걸 알기에 서로 잘해 나가는 듯 보인다.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월요일마다 보내주는 이들의 음악을 듣는 게 참 행복하다. 새삼 '이것이 대표가 느끼는 행복감이로구나'하고 느낀다.

그렇게 최근 썬더릴리가 들려준 새로운 곡을 듣다 무릎을 쳤다. 그가 가야 할 방향과 본인의 색을 이제 찾았구나 싶었다. 술, 담배, 약물에 취약한 동시에 대담하고 자유로운 뮤지션으로 유명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순한 버전이랄까. 그가 가져온 음악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이 음악이라면, 대중의 귀를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나는 그가 한국에서 유일무이한 아티스트가 될 거라 믿는다.

물론 썬더릴리는 아직 자기만의 음악을 찾아가는 가수다. 하지만 이제 색을 찾았으니 차근차근 올라가는 것도 그가 해나가야 하는 일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어느 아티스트나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다. 조급함 때문이다. 서둘러 가다 작은 돌부리에도 크게 넘어질 수 있다. 그 역시 넘어지고 다치며 달려야 하는 순간이 분명 찾아오겠지만 그보다 가장 먼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목표하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썬더릴리 뿐 아니라 오래도록 좋아하는 음악을 하려면 우선 아티스트 본인이 지치지 않아야 한다. 그렇기에 건강이 무기다.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은 그에게 또 잔소리가 될 거 같지만, 그를 포함해 자기 색을 찾으며 열심히 음악하려는 이들 모두에게 전하고 싶은 솔직한 마음이다.

마지막으로 오랜 세월 본 썬더릴리에 "지치지 않게 뒤에서 밀어줄 테니 잘 걸어 나가길 응원한다! 잘하고 있다 혜리야"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김윤주 #썬더릴리 #와우산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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