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환급받으려 새벽까지 클릭... 이게 최선입니까

두 달 전부터 준비, '삼수' 끝에 성공한 전주사랑상품권 충전기

등록 2026.08.03 15:31수정 2026.08.03 15:31
0
원고료로 응원
스마트폰 앱으로 신청하는 전주사랑상품권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충전 금액의 10% 환급 혜택이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10%라는 숫자는 결코 적지 않다. 부부가 각각 50만 원씩, 모두 100만 원을 충전한다고 가정하면 10만 원을 돌려받는 셈이다.

내가 사는 곳은 전주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저마다의 지역화폐를 통해 주민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을 것이다. 지역화폐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시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정책이다. 우리 부부 역시 그 매력에 빠졌다. 얼마 전 '반값 여행'을 계기로 제로페이의 편리함을 경험한 뒤 전주사랑상품권 충전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하지만 기대에 부풀어 신청에 나선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막상 충전을 시도해 보니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치열했고, 결코 쉽지 않았다.

두 달 연속 실패로 선택한 '자정의 전쟁'

전주사랑상품권은 매월 1일 충전이 가능하다. 공휴일이나 휴무일이 겹치면 해당 휴일이 끝난 자정부터 신청할 수 있는데, 충전 한도는 1인당 월 50만 원(연간 최대 300만 원)이다. 우리 부부는 앱에 안내된 방법 대로 두 달 전부터 도전했다. 첫 달에는 출근 시간 무렵인 오전 8시 30분쯤 앱에 접속해 충전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예산 소진" 이라는 문구였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한 달을 기다려 다시 도전했다. 이번에는 큰맘 먹고 아내와 일어나자마자 오전 7시쯤 앱을 열었다. 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로 '이미 소진'이었다. 그렇게 또 한 달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휴일이 끝난 다음 날 0시가 되자마자 우리는 삼수 도전에 나섰다. 설명대로 자정 직후 앱에 접속해 충전 버튼을 누르자, 이번에는 화면에 '대기 인원'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자정을 조금 지난 시간, 앱 접속자가 몰려 대기자 수가 6500명을 넘어섰다.
▲ 자정을 조금 지난 시간, 앱 접속자가 몰려 대기자 수가 6500명을 넘어섰다. 최호림

20분 가까이 기다린 끝에 대기자 수가 852명으로 줄어들며 드디어 충전 화면으로 넘어가는가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화면에 '점검 중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며 오류가 난 것이다. 결국 다시 충전하기 버튼을 눌러야 했다.


'이게 뭐라고 세 번째 도전까지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열대야 속에서 잠을 청해야 할 시간이었지만, 우리 부부는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며 대기 순서가 줄어들기만을 기다렸다. 출근까지 남은 시간은 고작 7시간. 그렇게 충전 앱과 씨름하는 사이 어느덧 40분이 훌쩍 지나갔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데 왜 시민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경쟁해야 하는 걸까. 시민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정책이라면, 그 혜택만큼이나 신청 과정도 편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드디어 줄어드는 대기자. 10여 분을 기다린 끝에 대기 인원이 800명 대까지 줄어들었다.
▲ 드디어 줄어드는 대기자. 10여 분을 기다린 끝에 대기 인원이 800명 대까지 줄어들었다. 최호림

충전 성공의 기쁨 뒤에 남은 씁쓸함

결국 아내와 나는 충전에 성공했다. 잠은 설쳤지만, 다음 날 출근길 서로 바라보며 "고생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서로 노고를 치하하며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 10% 환급이라는 혜택이 주는 소소한 기쁨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함도 남았다. 좋은 취지의 지역화폐가 마치 '한정판 인기 상품'처럼 시민들끼리 경쟁하고, 새벽이나 자정에 앱 앞에서 피말리며 기다려야만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과연 최선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예산이라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많은 시민이 이 혜택을 기다린다는 것은 그만큼 정책이 호응을 얻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녹록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나 절실했으면 다음 날 출근을 앞두고도 새벽까지 휴대폰을 붙잡고 있어야 했을까. 나와 아내의 모습이 결코 특별한 사례만은 아닐 것이다. 과연 이런 불편과 경쟁을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담당자들은 알고 있을까.

혹시 이 문제를 제기하면 "접속자가 몰려 발생한 일시적인 서버 문제" 또는 "시스템상의 한계"라는 답변이 돌아올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설명이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매달 같은 불편을 반복해서 겪고 있다면, 이제는 원인을 설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선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좋은 정책은 혜택의 크기뿐 아니라, 시민이 얼마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고민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성공한 정책일수록 더 많은 시민이 편리하고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책은 존재하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시행착오를 거쳐 시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완성된다.

누군가는 "겨우 10% 환급을 받으려고 그렇게까지 했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혜택을 받기까지 우리는 잠을 설쳤고, 하루 종일 피곤한 몸으로 일상을 보내야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렇게까지 지역화폐의 혜택을 기다리는 현실은, 그만큼 서민들의 삶이 팍팍해졌다는 또 하나의 단면이란 생각을 했다. 부디 시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이제는 그 혜택을 누리는 과정까지 시민의 눈높이에서 세심하게 설계되어야 할 때다. 좋은 정책은 시민을 피곤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편안하게 누릴 수 있게 만드는 정책이어야 한다.
#지역화폐 #전주사랑상품권 #전주돼지카드 #지역사랑상품권 #고물가시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Every Life is News | 전) TBN 교통방송 & KTV 한국정책방송원 | 사상계(思想界) 객원기자


톡톡 60초

AD

AD

AD

인기기사

  1. 1 40년 만에 한 무대서 만난, '청년 유열'과 '돌아온 유열' 40년 만에 한 무대서 만난, '청년 유열'과 '돌아온 유열'
  2. 2 가사까지 고쳐서 미얀마 군부가 뺏으려는 노래 가사까지 고쳐서 미얀마 군부가 뺏으려는 노래
  3. 3 단일시즌 '30승' 투수의 아름답지 못한 말년 단일시즌 '30승' 투수의 아름답지 못한 말년
  4. 4 '패륜 영화' 낙인... 대구서 '암살자(들)' 보기 쉽지 않은 까닭 '패륜 영화' 낙인... 대구서 '암살자(들)' 보기 쉽지 않은 까닭
  5. 5 다이아몬드가 널려 있는 바다를 공개합니다 다이아몬드가 널려 있는 바다를 공개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