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관광보트 반대 시위 시민단체의 활동
핫핑크돌핀스
관광용 돌고래 관찰 보트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남방큰돌고래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의 욕구는 돌고래 투어라는 상품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보호해야 할 야생생물을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 상품으로 다루는 순간, 돌고래의 휴식과 이동보다 관찰 거리와 관광 만족도가 앞설 가능성이 커진다.
돌고래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등장하는 공연 동물이 아니다. 먹이를 찾고, 새끼를 돌보고, 무리와 이동하며 살아가는 야생동물이다. 관찰 선박이 반복적으로 접근하면 돌고래는 이동 경로를 바꾸거나 휴식을 방해받을 수 있다. 새끼를 키우는 어미와 어린 개체에게는 더욱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풍력발전은 에너지 사업으로, 요트둘레길은 관광 인프라로, 돌고래 투어는 체험 상품으로 불린다. 이름과 목적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같은 바다와 같은 서식지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각각의 사업이 개별적으로는 작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여도, 여러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 그 영향은 누적된다.
생태계는 사업계획서처럼 구역별로 나뉘어 존재하지 않는다. 돌고래에게 해상풍력 구역과 관광 항로, 보호구역의 행정적 경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 바다가 안전하게 이동하고 먹이를 찾으며 새끼를 키울 수 있는 공간인가 하는 점이다.
생태법인, 이상과 현실 사이
이러한 모순을 풀기 위한 대안으로 자연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생태법인' 제도가 논의돼 왔다. 인간이나 기업처럼 자연 생태계에도 법적 지위를 부여해, 개발로 인한 피해가 예상될 때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남방큰돌고래는 한때 제주 제1호 생태 법인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어업과 관광, 해양개발 등 여러 이해 관계가 얽혀 있어 제도 도입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이해 관계의 충돌이 덜한 곶자왈을 우선 대상으로 검토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생태법인 제도의 현실적 추진을 위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인간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직접 충돌하는 생태 문제일수록 보호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한계도 보여준다.
남방큰돌고래는 관광과 개발의 이해 관계가 집중된 바다에 살고 있다. 가장 시급하게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오히려 가장 늦게 보호받는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보호구역이라는 이름만 남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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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래와 관광보트 돌고래 관광보트에 탑승한 사람들이 돌고래를 구경한다. ⓒ 김태진
남방큰돌고래는 번식 속도가 빠른 동물이 아니다. 임신과 출산, 긴 양육 기간을 거쳐 새끼 한 마리를 키운다. 따라서 어린 개체의 죽음과 번식 실패가 반복되면 개체군 전체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보호구역을 지정해 놓고 그 주변에 요트 항로를 만들고, 관광 보트를 띄우고, 대규모 해양시설을 세우는 일을 반복한다면 보호구역은 이름만 남게 된다. 보호구역의 핵심은 표지판이나 행정구역이 아니라, 야생동물이 실제로 방해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남방큰돌고래 보호를 위해서는 선언보다 집행이 필요하다. 선박 접근 거리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위치 추적 장치와 영상 기록 체계를 마련하고, 상시 감시와 현장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관광사업자에게는 자율 준수를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 명확한 운항 기준과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
해상풍력과 요트 항로 같은 사업은 각각의 경제성과 관광 효과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돌고래 서식지에 미치는 누적 영향을 통합적으로 조사하고, 생태계에 미칠 위험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다면 항로와 사업 위치를 변경하는 예방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120마리 돌고래가 묻고 있다

▲남방돌고래 제주 남방돌고래 무리가 이동하고 있다.
김태진
바다 위로 뛰어오르는 돌고래의 모습은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 도약이 건강한 생명의 몸짓인지, 인간의 선박과 소음을 피해 내지르는 마지막 경고인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돌고래가 마음 놓고 숨 쉬지 못하는 바다는 인간에게도 지속 가능한 바다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생태계의 위기는 어느 한 종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먹이사슬과 해양환경, 어업과 관광, 결국 인간의 삶으로 되돌아온다.
제주 앞바다의 남방큰돌고래는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다. 보호구역 위에 요트를 띄우고, 관광 보트를 몰고, 발전시설을 세운 뒤에도 우리는 이 바다를 보호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모든 사업이 완성된 뒤, 제주에 남은 120마리의 돌고래는 과연 어디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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