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를린 백화점에 진열된 Korean Skincare 상품.
고정희
그런데 누구나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말은 과연 해방의 선언이기만 할까? 타고난 미모가 아니라 관리의 결과라면, 아름답지 못한 책임도 이젠 자신에게 돌아간다. 피부가 좋지 않은 것은 제대로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고, 나이 들어 보이는 것은 노화를 미리 방지하지 않았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아름다움이 민주화되는 것과 동시에 아름다움에 대한 '의무'도 민주화된 것이다.
돌봄과 강박 사이의 경계는 생각보다 얇다. 피부는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결점을 드러낸다. 모공과 잡티, 잔주름과 처짐, 피부색의 미세한 차이까지 모두 관리의 대상이 된다. 처음에는 나를 돌보기 위해 시작한 일이 어느 순간부터 끊임없이 나를 관찰하고 교정하는 노동으로 변한다. 자기 돌봄이 자기 감시가 된다.
2020년 룬드대학교의 연구원 마라스카는 한국 화장품 광고가 품고 있는 모순을 분석했다. 자기 돌봄과 자신감, 개성과 자아실현을 말하면서 한편으로는 '젊어 보이는', '완벽한', '새로워진' 피부를 기준으로 내세워 지금의 얼굴에는 무언가 부족하다는 불안을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성에게 아름다움은 강박에 가까워졌다. 피부가 좋아야 하고, 피곤해 보여서는 안 되며, 실제 나이보다 젊어 보여야 한다. 잘 관리한 얼굴은 자기 절제와 성실함의 증거처럼 칭찬 받지만, 주름과 잡티는 방치와 게으름의 결과처럼 취급된다. 건강한 피부를 원하는 것과 나이 든 흔적을 모두 지워야 한다고 믿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피부색의 문제도 있다. K-뷰티는 밝은색의 피부를 이상형으로 제시한다. '톤업'이라는 표현은 얼마나 교묘한가. 피부를 하얗게 만든다고 하면 거부감이 들지만, 톤을 밝혀 준다고 하면 건강하고 산뜻하게 들린다. 그러나 정작 제품은 다양한 피부톤을 포괄하지 못한다. K-뷰티가 세계 문화가 되려면 다른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도달해야 하지 않을까?
상품은 어떻게 문화가 될까?

▲서울살롱 한국 문화원에서 열린 K뷰티 행사 '서울 살롱'에 참여한 젊은 여성들이 장미꽃 벽화 앞에서 행복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독일한국문화원
여태 미를 전매했던 도시, 로마의 사피엔차 대학에서 기호학을 강의하는 비안카 테라차노 교수는 몇 년째 K-뷰티 분석을 업으로 삼은 듯하다. 이미 여러 편의 글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K-드라마에서 의상과 미용 제품이 소품이 아니라 서사의 일부가 된다. 그러므로 세계의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한국산 크림 한 통만이 아니다. 상품과 이야기, 스타와 생활방식을 함께 구매한다고 믿는다. 그것이 K-뷰티의 문화적 힘일 것이다.
베를린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에게 K-뷰티에 관해 물어보니 모두가 자랑스러워했다. 한때 외국 화장품을 선망하던 한국이 이제 세계의 미용 기준을 바꾸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나 역시 한국 제품이 독일 상점의 좋은 자리를 차지한 모습을 보면 반갑다. 그런데 한결같이 좋아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조금 걱정스럽다. 걱정도 팔자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의 성공이 모두의 자랑이 되는 순간에는 그 성공이 만들어 낸 그늘을 말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말처럼 미가 선이 되고 사회적 규범으로 인지되기 시작한 것 같다.
우리는 어떤 한국을 보여주는가?

▲ 베를린 한국문화원에서 개최한 세종문화아카데미 프로그램 "K-뷰티 워크숍". 아모레퍼시픽이 협찬했다.
주독일한국문화원
한국 문화원에서 화장품 전시를 담당했던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그 뒤에도 K-뷰티 강습과 관련 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분야를 통해 한국을 소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름다움을 만들고 관리하는 방식 역시 분명 문화의 일부다.
그러나 세계가 자발적으로 K-뷰티에 열광하는 것과 한국의 공공 문화기관이 그것을 대표적인 한국 문화로 선택해 보여주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다. 후자에는 무엇을 한국 문화로 내세울 것인지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문화 체험 행사를 넘어 특정한 미의 기준을 공적으로 승인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K-뷰티를 소개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이 하나의 문화라면, 한국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와 연령차별, 획일적인 피부색까지, 즉 그 그늘도 함께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K-팝과 드라마, 화장품 산업은 이제 국가기관이 애써 홍보하지 않아도 세계 시장을 움직일 만큼 성장했다. 그렇다면 문화원은 시장의 힘만으로는 알려지기 어려운 한국의 역사와 사상, 문학과 예술, 지역문화와 일상의 지혜를 보여주는 역할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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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 기술종합대학(공대) 공학박사(환경조경학 전공). 주 관심분야는 도시, 건축, 조경의 역사와 식물문화사. 저서 다수. 독일 칼 푀르스터 재단 이사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3rd Space Berlin 환경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오마이뉴스에는 40년 이상 살고 있는 베를린의 흥미로운 면모를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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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연구원이 지적한 한국 화장품 광고의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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