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동 마당집 현관에 나란히 벗어놓은 신발들 현관에는 운동화와 구두, 샌들이 뒤섞여 있었다. 오연호 대표도, 교장도, 농민도 그 문턱 앞에서는 신발을 벗었다. 직업과 신분의 계급장을 내려놓고, 오직 '쓰는 사람'이라는 대등한 자격으로 한자리에 앉았다. 글 앞에 선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
오성훈
창원, 포항, 강릉, 광주, 화천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이었다. 여든을 넘긴 교육학 박사부터 대학교수, 교사, 시민단체 활동가, 대학생, 경찰과 농민에 이르기까지 삶의 스펙트럼도 다양했다. 오직 '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모인 이들이었다. 4시간 동안 빽빽하게 이어지는 강연 속에서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노트에, 노트북에, 휴대폰 카메라에 현장을 담아내던 그 열정적인 눈빛들. 함께 호흡해 준 75명의 청중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
늘 긴장되는 시간이었지만, '뉴스게릴라'로서 같은 길을 걸어갈 동지들을 얻었다. 그들 앞에 감히 강연자라는 이름으로 설 수 있었던 것은 내 삶의 커다란 영광이다.
내 이름을 걸고 쓰되, 담백하게
2일 차 질의응답 시간, "왜 교사도 필명이 아닌 실명으로 글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오연호 대표는 단호하면서도 명확하게 답했다.
"우리는 실명으로 갑니다. 책임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발언하는 것의 무게를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
이어 그는 비판의 윤리에 대해서도 덧붙였다.
"누군가 70%만큼 잘못했다면, 딱 70%만 비판해야 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감정이 앞서 100%, 120%로 과장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늘 반론을 듣고 취재해야 합니다."
내 이름을 걸고 쓰되, 넘치지 않게 담백하게 쓴다. 통쾌한 분풀이나 과장된 단죄 대신, 딱 사실의 크기만큼만 절제하여 담아내는 것. 사흘간 여러 강사의 입을 통해 변주된 이야기들은 결국 하나의 원칙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글 쓰는 사람의 '절제와 책임'이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그 선순환은 이미 시작됐다. 박창현 기자에 이어 이점록·정지영 시민기자의 후기 기사도 <오마이뉴스>에 채택됐다. 나보다 먼저, 나보다 정확하게 그날의 공기를 옮겨 적은 글들이었다.
[관련 기사]
"좋은 교육 기사를 쓰려면" 4시간이 훌쩍 지났다,
https://omn.kr/2j9pn
불편해지더라도, '노이즈'를 발신하며 살아갈 겁니다,
https://omn.kr/2ja5z
교육시민기자학교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다음 연수의 강연석에는 이번에 청중으로 함께했던 이들 중 누군가가 서 있기를 기대한다. 기록하고 연대하는 이 아름다운 선순환이 멈추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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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 『되풀이되는 비극, 따개비 현장실습』, 『디지털 대전환 시대 직업계고 미래는』 등 직업계고 학생들의 삶과 미래를 응원하는 글을 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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