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26.08.04 14:29수정 2026.08.0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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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잠시 전주 덕진공원에 들렀다. 오전 8시쯤이라 사람도 많지 않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되기 전이라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덕진공원의 돌다리인 연화교로 향하던 순간, 다리 입구에는 수정 덩어리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투명 물체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순간 '내 눈이 잘못된 건가' 싶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손을 대보니 차갑게 얼어 있는 진짜 얼음이었다. 폭염이 이어지는 한여름, 공원 한가운데 놓인 거대한 얼음은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신기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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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주 덕진공원 연화교 입구에 대형 얼음 덩어리. 폭염 속 산책길에 나선 시민들에게 시원함과 신기함을 선사하고 있다. ⓒ 최호림
그 신기함을 뒤로하고 연화교를 건너 연화정을 지나 다리 끝에 도착하니 그곳에도 똑같은 얼음 두 덩어리가 놓여 있었다. 다리의 시작과 끝, 모두 네 덩어리의 얼음이 방문객을 맞고 있었던 셈이다.
연꽃이 절정을 이룬 덕진공원과 한여름에 만난 거대한 얼음 덩어리는 출근길 아침에 뜻밖의 즐거움과 시원함을 선사했다.
하지만 산책을 마칠 무렵부터 더위는 서서히 본색을 드러냈다. 이마를 타고 땀이 흐르기 시작했고, 차에 올라 에어컨을 켜고서야 비로소 폭염의 현실을 실감했다.
그날 오후 4시쯤, 전주의 한낮 기온은 36도까지 치솟았다. 연이어 폭염 안전 문자가 휴대전화로 도착했고, 바깥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뜨거웠다. 그런데 문득 아침에 덕진공원 연화교에서 보았던 얼음이 떠올랐다.
'이 정도 더위면 이미 다 녹아 없어졌겠지.'
아주 순수한 호기심이었다.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퇴근길에 덕진공원을 다시 찾았다. 차에서 내려 몇 걸음 걷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폭염이었다. 그런데도 아침에 보았던 사각형 얼음 두 덩이는 강렬한 햇빛에 모서리가 둥글게 녹아내리고 바닥에는 녹아든 물이 흥건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제법 큰 덩어리를 유지한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사실 '이 무더위에 얼음 몇 덩이 놓는다고 얼마나 시원해질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하지만 녹아가는 얼음을 지켜보며 생각은 달라졌다. 다리를 지나던 아이들은 얼음을 손으로 만지며 신기한 듯 웃었고, 어른들도 발걸음을 멈춰 잠시 더위를 식혔다. 얼음덩어리 덕분에 폭염 속 시민들에게 잠깐이나마 웃음과 시원한 휴식을 선물하는 공간이 되고 있었다.
궁금증이 생겨 관련 내용을 찾아보니, 이 얼음은 전주시가 시민과 관광객들의 무더위를 덜어주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얼음길' 사업의 하나였다. 전주시는 지난 7월 23일부터 한옥마을 태조로와 은행로, 향교길 등 주요 지점 20곳에 대형 얼음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오는 23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공휴일마다 운영할 예정이라는 것. 덕진공원 연화교 위에 놓인 얼음 역시 이 사업의 일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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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낮의 더위 속에서 얼음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잠시 더위를 식히는 시민들. ⓒ 최호림
무더운 여름, 폭염을 피할 수 있는 대형 쉼터나 냉방시설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연꽃이 만개한 덕진공원에서 방문객들이 얼음에 손을 얹으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고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니, 시민 눈높이에 맞춘 소소한 생활밀착형 행정이야말로 폭염 속 작은 오아시스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후변화로 해마다 더 강해지는 폭염은 이제 우리의 일상이 되고 있다. 폭염을 단숨에 이겨낼 묘책은 없지만, 시민들이 잠시라도 더위를 잊고 웃을 수 있도록 하는 작은 배려가 생각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덕진공원의 얼음이 보여주고 있었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출발했을 작은 아이디어 하나가 폭염 속 사람들에게 잠깐의 시원함과 미소를 선물했다. 이를 보며 시민을 위한 행정은 때로 막대한 예산을 들인 거창한 사업보다, 이런 생활 속 소소한 배려에서 더 큰 공감을 얻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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