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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만 관중 함성 뒤 쓰레기 산... 기아챔피언스필드가 답할 차례

    [야구장 뒤에 남겨진 것들⑤] 매진 행렬 뒤에 남겨진 쓰레기 산, 기아챔피언스필드는 언제 달라질까?

    등록 2026.08.06 07:13수정 2026.08.0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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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남은 야구의 도시입니다. 하지만 기아챔피언스필드의 뜨거운 응원 뒤에는 매 경기 거대한 쓰레기 산이 남습니다. 이제는 분리 배출보다 쓰레기부터 줄이는 야구장이 필요합니다.[기자말]
    9회 말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잡히면 2만 명이 넘는 관중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며 출구로 향하는 팬들의 손에는 치킨 상자와 맥주 컵, 음료 용기, 간식 포장재가 들려 있다. 응원가가 멈추고 경기장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무렵, 관람석과 통로에는 또 하나의 풍경이 남는다. 일회용 컵과 플라스틱 용기, 비닐봉지, 종이 상자가 뒤섞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다.

    많은 사람은 이를 시민 의식의 문제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팬들이 '쓰레기를 많이 버려서'가 아니라, 애초에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회용기를 쓰고 싶어도 선택할 수 없는 야구장

    광주환경운동연합은 지난 5월 회원들과 함께 기아챔피언스필드의 식음료 매장 운영 실태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야구장 내 식음료 매장 31곳 가운데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곳은 단 3곳뿐이었다. 전체 매장의 90% 이상이 일회용기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환경을 생각하는 팬이라도 다른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 기아챔피언스필드는 스마트 오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주문 과정 어디에도 '개인 다회용기 이용'이나 '다회용기 선택' 기능은 없다.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부터 일회용기가 기본값으로 설정돼 있다. 결국 경기 종료 후 쏟아지는 수많은 일회용 쓰레기는 시민들의 선택이라기보다 운영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기아챔피언스필드 쓰레기 광주 홈경기를 마치고 쌓인 쓰레기들
    ▲기아챔피언스필드 쓰레기 광주 홈경기를 마치고 쌓인 쓰레기들 (사)광주환경운동연합

    경기당 최소 5100개의 일회용품... 문제는 이미 숫자로 드러났다

    기아챔피언스필드의 일회용품 사용량은 결코 적지 않다. 2024년 광주환경운동연합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단 7번의 홈 경기에서 사용된 일회용품은 3만 6000여 개에 달했다. 일회용 컵 2만 1858개, 비닐봉지 8618개, 빨대 5816개 등이 경기장 안에서 사용됐다.


    경기당 평균 5100개가 넘는 일회용품이 발생한 셈이다. 환경부의 '제6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서도 야구장은 스포츠시설 가운데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이 가장 높은 시설로 나타났다. 관람객 한 사람이 평균 795g의 폐기물을 배출한다.

    이처럼 막대한 양의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여전히 경기 종료 후 혼합 배출을 안내하고 있다. 치킨 상자나 피자 박스 같은 종이류, 우천 시 대량으로 발생하는 우비 등 비닐류를 따로 모을 수 있는 시설도 충분하지 않다.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조차 일반 폐기물과 함께 처리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기아챔피언스필드 외야 쓰레기
    기아챔피언스필드 외야 쓰레기 (사)광주환경운동연합

    문제는 쓰레기가 아니라 운영 방식이다

    야구장의 쓰레기 문제는 경기 종료 후 청소 인력만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판매 단계부터 어떤 용기를 사용할 것인지, 반납은 어떻게 할 것인지, 분리배출 시설은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 경기 중 어떤 안내를 제공할 것인지는 모두 운영 주체가 결정하는 문제다.

    다회용기 역시 모든 매장을 한꺼번에 바꾸는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맥주와 음료 컵처럼 사용량이 많은 품목부터 시범 도입하고, 주요 동선에 반납함을 설치한 뒤 전문 세척 업체와 연계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이미 다른 지역에서는 이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일부 프로야구장은 다회용기 도입을 확대하고 있고, 대형 축제에서도 다회용기와 반납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결국 기술이나 비용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주체의 의지다.

     기아챔피언스필드 분리배출함
    기아챔피언스필드 분리배출함 (사)광주환경운동연합

    KIA 팬 문화는 자원순환도 바꿀 수 있다

    기아 타이거즈의 응원 문화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장면 가운데 하나다. 선수들의 응원가를 함께 부르고, 승패를 함께 나누며, 하나의 목소리로 경기장을 채우는 팬 문화는 기아챔피언스필드만의 자부심이다. 이러한 응원 문화는 자원순환에서도 충분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현재처럼 경기 종료 후에만 분리배출을 안내하는 방식으로는 한꺼번에 이동하는 관중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딱딱한 캠페인보다는 김도영 선수 등 인기 구단 선수와 마스코트 호걸이가 참여하는 즐거운 자원순환 캠페인을 운영하고, 클리닝 타임이나 이닝 교대 시간을 활용해 전광판과 응원 영상을 통해 팬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면 자원순환 역시 새로운 응원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팬들은 이미 응원 문화의 주인공이다. 이제는 환경 실천의 주인공이 될 차례다.

    새롭게 출범한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통합 과정에서 자원순환과 탄소중립, 지속 가능한 도시 전환을 주요 환경 공약으로 제시했다. 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공공문화 공간인 기아챔피언스필드는 이러한 약속을 가장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공공시설의 자원순환 운영 기준과 일회용품 감축 목표를 마련하고, 스포츠시설 역시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KIA 타이거즈는 운영 주체로서 입점 업체와 함께 다회용기 도입 계획을 수립하고, 스마트오더에 개인 다회용기 선택 기능을 도입해야 한다. 입점 업체 계약에도 일회용품 감축과 다회용기 사용 기준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경기장 내 혼합 배출 안내를 개선하고, 종이류와 비닐류를 분리할 수 있는 배출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 재활용률을 높이고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도 줄일 수 있다.

    기아챔피언스필드 시민참여캠페인 기아챔피언스필드 시민참여캠페인
    ▲기아챔피언스필드 시민참여캠페인 기아챔피언스필드 시민참여캠페인 (사)광주환경운동연합

    이제는 KBO가 답해야 한다

    기아챔피언스필드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떤 구장은 다회용기를 도입했고, 어떤 구장은 여전히 모든 용기를 일회용으로 제공한다. 이러한 차이는 구단의 의지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KBO 차원의 공통 운영 기준과 자원순환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프로야구는 이미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는 국민 스포츠가 됐다. 흥행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도 함께 커지고 있다. KBO는 구단별 폐기물 발생량과 일회용품 사용 현황을 공개하고, 다회용기 도입과 감축 목표를 담은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자원순환은 특정 구단의 선택이 아니라 프로야구 전체의 새로운 운영 기준이 되어야 한다.

    기아챔피언스필드는 호남인들에게 단순한 야구장이 아니다. 세대를 이어 추억을 만들고, 함께 울고 웃는 도시의 문화 공간이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시작되는 변화는 단순히 쓰레기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국 최고의 응원 문화를 가진 야구장이 전국 최고의 자원순환 문화를 만드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팬들은 이미 준비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팬들에게 분리배출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 일회용품을 쓰지 않아도 되는 야구장을 만드는 일이다. 승리의 함성 뒤에 더 이상 거대한 쓰레기 산이 남지 않는 야구장. 호남 야구의 자부심은 성적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서도 증명될 수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약속한 지속 가능한 도시의 모습은 거창한 사업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가장 자주 찾는 야구장에서부터 일회용품을 줄이고 자원순환을 실천하는 것 역시 중요한 출발점이다. 이제 광주·전남 통합 당시 약속했던 환경 공약을 말로만 남겨둘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

    KIA 타이거즈와 KBO도 그 변화에 함께할 때, 전국 최고의 응원 문화는 전국 최고의 자원순환 문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야구를 사랑하지만 지구도 사랑하는 야구팬 모임 '크보플(KBOFANS4PLANET)'의 한마디

    광주와 함께 아픔을 이겨내고 우리의 자랑이 된 기아 타이거즈는 많은 팬들에게 시대를 앞서 걷는다는 자부심을 심어 주었습니다.

    승리의 역사만큼 자랑스러운 것이 함께 만들어가는 쓰레기 없는 야구장의 모습입니다. 다회용기 전면 도입, 분리배출 체계 구축 등 명성에 걸맞은 행동으로 지속 가능한 야구 문화 구축에 앞장서길 바랍니다.

    - KIA 타이거즈 팬 지수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정은정 광주환경운동연합 조직국장입니다.
    #환경운동연합 #야구장 #쓰레기 #자원순환 #프로야구
    댓글4

    "자연과 공존하는 초록의 길에서, 지구 그리고 당신과 함께합니다" 8만회원, 54개 지역환경연합, 5개 전문기관, 8개 협력기관으로 구성된 환경운동연합은 전국 환경 이슈의 현장 속에, 그리고 당신의 생활 속에 언제나 함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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