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거부 하는 주민 지역 희생 시키는 송전탑 거부하는 주민 표현
환경운동연합
노선을 옮기고, 이름을 변경하면 끝나는 문제인가
완주는 2년 넘게 송전탑 싸움을 이어온 곳이다. 완주군대책위 박성래 위원장은 "알지도, 듣지도 못했다"는 말로 입지 선정 과정을 요약했다. 대책위는 345kV 신정읍-신계룡 송전선로 광역 입지선정위원회의 최적 경과대역 결정을 두고 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가 이날 가장 강하게 비판한 것은 최근의 '대안'이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전이 호남의 대표적 명산이자 생태 자산인 대둔산 도립공원 구역으로 초고압 송전탑 노선을 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도립공원이 뚫리면 국립공원도 뚫린다. 그리고 이 장면은 대행진이 처음부터 경계해 온 바로 그 구도다. 노선을 두고 의견이 다른 이웃 지자체와 다투는 싸움으로 문제가 축소되는 순간, 세워질 철탑의 총량은 하나도 줄지 않는다. 줄어드는 것은 정부와 한전이 감당해야 할 부담뿐이다. 행진단이 첫걸음부터 겨눠 온 것은 영남과 호남의 갈등도, 지역 간 유치 경쟁도 아니다. 지역의 희생을 전제로 수도권의 전력 수요를 뒷받침하는 잘못된 국가 정책이고, 주민의 의견은 묻지 않는 비민주성이다.
임실군대책위 신대용 위원장은 형식적인 주민 의견 수렴 절차와 비민주적인 입지선정위원회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신임실개폐소' 사업이 사실상 345kV 변전소 건설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변전소'라는 말이 송전탑을 곧바로 떠올리게 하니 '개폐소'로 바꿔 불렀다는 것이다. 이름이 무엇이든 이 시설이 들어서면 신광주-신임실, 신고흥-신임실, 신임실-신계룡 3개 노선의 34만 5천 볼트 초고압 송전선이 거미줄처럼 얽힌다.
이 설비는 한빛원전의 새로운 분기점으로도 쓰인다. 임실의 재생에너지 접속 문제를 푸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다른 지역에 보낼 전기를 위해 임실을 송전탑 터미널로 만드는 계획이라는 것이 신 위원장의 말이었다. 그는 한전과 정부의 일방통행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름을 바꾸면 설명회의 문턱이 낮아지고, 주민이 이해할 시간은 줄어든다. 절차는 지켜졌다고 기록되지만, 정작 알아야 할 사람은 마지막에야 알게 된다. 해남에서부터 나흘 동안 지역마다 되풀이해 들은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5일 행진은 마이산 도립공원과 장안산 군립공원, 덕유산 국립공원을 품은 동부산악권으로 향한다. 진안과 장수, 무주에서 기자회견과 차량 선전전이 이어진다. 39도의 아스팔트 위에서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이 계획은 어느 한 군의 문제가 아니고, 노선을 조금 옮긴다고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전력 수요의 타당성부터 다시 따지지 않는 한, 지도 위의 선은 어느 마을 위로든 다시 그어진다.
지중화의 기준을 나누는 것도, 자연공원의 배점을 다시 매기는 것도, 개폐소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모두 사람이 내리는 결정이다. 용인 반도체 산단이 반드시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가. 그것을 위해 원치 않는 송전탑이 산과 들에 빽빽이 들어서는 것이 옳은가. 묻는 일은 나흘째 걷고 있는 시민들의 몫이지만, 답하는 일은 이재명 대통령의 몫이다.
[연재 기사]
트럭 40여 대가 앞장선 길, 동학의 땅은 '송전탑 터미널'이 되고 있다
용인 반도체 산단 전면 재검토 요구 전국 대행진, 광주를 지나다
3855km, 54개 지역... 우리는 검은 송전선로 위를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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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만 수천 개의 철탑... 용인은 지중화, 농촌은 무더기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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