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안 섬진강변 냉천
이완우
진안 마령면 수선루에서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서 내려가는 도로로 7km를 이동하여 성수면 풍혈냉천(風穴冷泉)에 도착하였다. 냉천은 도로에서 몇 계단을 내려간 약간 깊은 장소에 있었다.
화강암 석축 돌담 아래 냉천 약수터는 '冷泉藥水(냉천약수)'라고 새겨진 석판이 좌우의 콘크리트 블록 기둥 위에 올려져 있었다. 원래 냉천의 옹달샘이 지녔을 소박한 지형이 오래 전에 바뀐 것으로 보였다.
우물 벽은 자연석들이 울퉁불퉁 아늑하게 맞물려 돌담을 이루고 있었다. 그 바위틈과 표면 사이로 촉촉하게 물기 머금은 초록빛 이끼와 연둣빛 작은 식물들이 빼곡히 터를 잡아 싱그러움을 더했다.
우물 속 돌담 한 곳에 온도계를 세워보았다. 기자가 수십 년 동안 사용하고 있는 온도계다. 나무판 중앙의 세로 홈에 유리관과 벌브가 있고, 그 속에 파랗게 착색된 알코올이 담겨 있다. 섭씨(℃) 단위는 표기되어 있고 화씨(℉) 단위는 모두 '0'으로만 표기된 간이온도계지만, 손때 묻은 정취가 가득하여 디지털 온도계가 부럽지 않은 온도계다.
폭염의 날씨, 한낮의 체감 온도는 섭씨 40도가 가깝게 느껴졌다. 그러나 냉천 옹달샘 수면에서 가까운 온도계는 파란 기둥이 죽죽 내려가 10도를 가리켰다. 우물 속 돌담에 햇살이 비쳤지만, 차가운 냉천의 수온은 옹달샘 영역을 서늘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이곳 '냉천약수'는 현재 '음용 불가'의 문구가 눈에 띄게 붙어 있다.

▲ 진안 섬진강변 냉천 우물 담의 온도계
이완우

▲ 진안 섬진강변 풍혈 지형
이완우
냉천 약수터에서 풍혈 지형은 이어져 있다. 1990년대 여름에는 이곳 풍혈냉천은 피서의 명소로서 방문객으로 붐볐다. 그러나 현재는 한적한 모습이었다.
도로 옆으로 드러난 바위 틈새의 풍혈 한 곳을 보고 다가가는데, 이곳 풍혈 지형으로 통하는 길목에 '무단출입금지 안내문' 현수막이 펼쳐 있어 발걸음이 멈췄다. "이곳은 사유지이며 현재 지질학적 생태연구가 예정된 곳으로, 생태계 및 환경 보존과 지질학적 생태연구가 예정되어 당분간 출입이 금지된다"라는 안내 문구를 읽었다. 이곳 풍혈냉천 지역은 마이산계 역암의 타포니 지형과 함께 신생대 제4기 플라이스토세(빙기)의 주빙하성 기후 환경에서 형성된 자연 지질 유산이라고 한다.
한때 피서 명소였던 곳
수십 년 전 추억의 풍경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이곳 풍혈 지역 산비탈 여기저기의 찬바람이 나오는 바위 틈 주위에 피서객들이 둘러앉았다. 오래 머물면 추워서 담요를 어깨에 두르게 마련이었다. 멀리서 보면 남극 펭귄이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출입금지 안내를 알리는 현수막에 가까운 풍혈 앞 도로에 돗자리를 펴고 피서객 몇 명이 작은 담요를 무릎에 덮고서 앉아 있었다. 옆으로 비켜서 접근이 가능한 풍혈로 다가갔다. 서늘한 냉기가 제법 느껴졌다.
거칠고 묵직한 암반 사이사이에 어두운 토양이 바위를 단단히 감싸고 있으며, 바위 틈과 경사면을 따라 짙푸른 이끼와 싱그러운 초본 식물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바위 틈새로 밀려나온 서늘한 냉기에 미세한 김이 서리고, 묵직한 바위 천장 끝에는 맺힌 투명한 물방울이 매달려 있다가 이내 떨어졌다. 풍혈 깊은 바위 틈새에서 빙하 시대의 숨결이 고요한 적막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듯하여 경건한 마음이 생겨났다.

▲ 진안 섬진강변 풍혈 바위틈 앞 온도계, 눈앞에서 온도계 푸른 기둥이 35도가 내려갔다. 정말 서늘했다.
이완우
풍혈 앞에 다가서자 서늘한 기운이 밀려들었다. 바위 틈에 알코올 온도계를 세우고 눈금을 살펴보았다. 온도계의 눈금이 몇 분 만에 40 가까운 숫자에서 5의 숫자까지 쭉쭉 내려앉는 차이가 눈앞에서 확인되었다. 정말 서늘하였다.
파란 기둥이 아래를 향하여 웅크리듯 수축해 내려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다. 풍혈 앞에 쭈그리고 앉아 4도까지 가능한지 한참을 기다렸는데 온도계는 더 내려가지 않았다. 풍혈 지역의 산비탈로 향하는 발길은 차단되었지만, 자연의 원형이 보존되어 소중한 가치를 오래도록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언젠가 탐방길 등이 설치되어 지질 유산인 풍혈의 냉기 어린 숨결을 체험 가능할 때를 기대해 보았다.

▲ 진안 섬진강변 풍혈
이완우
진안의 수선루와 풍혈냉천은 진안·무주 국가지질공원의 중심 지질 명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주빙하성 유산이 간직한 태고의 서늘한 숨결을 품은 지질 유산이다. 전 세계가 폭염, 홍수와 폭설 등 극단으로 치닫는 이상 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수선루의 타포니 동굴과 풍혈냉천 지역의 자연이 오랜 세월 동안 다져온 느린 순환의 가치가 더욱 소중하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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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찾아간 옹달샘, 온도계가 쭉쭉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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