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을 내린다는 문구.
유경선
그 짧은 문장 속에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팍팍함과 자영업자의 아픈 고민이 쥐어짜듯 담겨 있었다. 오죽하면 자신이 정한 메뉴 가격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그 이유를 '손님이 줄어서'라고 대자보처럼 붙여놓았을까. 고기 값도, 전기요금도, 인건비도 다 올랐을 터인데, 올려받은 가격이 도리어 식당의 문턱을 높여 손님의 발길을 끊어버렸다는 실토였다.
생각해보면 근래 들어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시장에 가든, 마트에 가든, 동네 작은 분식집에 가든 물가는 마법이라도 부린 듯 하루가 다르게 고공행진을 거듭한다. 화폐 가치가 하락한 탓인지, 원자재의 희소가치가 상승한 탓인지, 혹은 물건을 찾는 사람과 유통의 과정에서 생긴 경쟁 때문인지 그 정확한 경제학적 원인을 다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장바구니에 담기는 물건의 가짓수는 자꾸만 줄어드는데 지불해야 하는 화폐의 단위는 자꾸만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밥 한 그릇, 갈비탕 한 그릇에 10,000원을 훌쩍 넘어 13,000원, 15,000원까지 치솟는 현실 앞에서는 지갑을 열기가 머뭇거려진다. 오백원, 천원짜리 동전과 지폐는 이제 거스름돈으로 받아도 큰 존재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그 쓰임새가 작아졌다.
문제는 이 물가 상승의 톱니바퀴가 누구 하나만을 겨누지 않는다는 점이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세상에서 주머니 사정이 얇아지니 자연스레 외식을 줄이고 지출을 닫게 된다. 13,000원짜리 갈비탕이 부담스러워 발길을 돌리는 손님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식당 주인의 입장 역시 가슴 아프기는 마찬가지다. 재료비와 임대료, 공과금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르니 수익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을 것이다. 그러나 가격을 올리니 기다렸다는 듯 손님이 줄어들고, 매출이 급감하여 결국 수입이 이전보다 더 줄어드는 기이하고도 잔인한 역역전 현상을 맞닥뜨리게 된다.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뼈를 깎는 심정으로 다시 가격을 10,000원으로 내릴 수밖에 없었던 저 현수막 속 사장님의 결단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비명과도 같다. 가격을 올리면 손님이 줄고, 가격을 내리면 이윤이 남아나지 않는 외통수. 이것이 비단 저 갈비탕집만의 이야기겠는가.
골목길마다 늘어선 작은 가게들, 하루하루 버텨내는 소상공인들, 그리고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 발품을 파는 서민들 모두가 이 '치솟는 물가'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화폐의 숫자는 커졌지만, 그 숫자가 담고 있는 삶의 풍요로움은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13,000원에서 10,000원으로 고쳐 쓴 저 자국은 단순한 할인 이벤트가 아니라, 서민 경제의 팍팍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씁쓸한 초상화다.
언젠가 다시 지갑의 무게와 마음의 무게가 균형을 이루는 날이 올까. 지친 발걸음으로 돌아서는 손님도, 헛헛한 마음으로 뚝배기를 끓여내는 사장님도, 모두가 웃으며 따뜻한 한 끼의 온정을 나눌 수 있는 평범하고 소박한 일상의 회복을 절실히 바라게 되는 요즘이다. 그나저나 너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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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탕 가격 인하 현수막, 사장님이 오죽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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