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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는 고장, 얼음 품고... 폭염에 20m 고공서 버티는 남자

[스팟 인터뷰] 고공농성 131일차 고영기 택시지부 총무국장 "심장 쪽 불편하지만... 우리 목소리 듣기를"

등록 2026.08.06 14:10수정 2026.08.0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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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 통신탑에서 8월 6일 기준 131일째 고공농성 중인 고영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 통신탑에서 8월 6일 기준 131일째 고공농성 중인 고영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 고영기

160㎜Hg 넘는 고혈압(120㎜Hg 미만 정상)
200㎎/㎗ 넘는 고혈당(100㎎/㎗ 미만 정상)
비정상적 호흡과 심장박동, 가슴 쪽 불편감

극한 폭염이 지상 20m 상공 통신탑의 남성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 통신탑에서 131일째(8월 6일 기준) 고공농성 중인 20년차 택시기사 고영기(57)씨의 건강이 위험하다.

고씨가 있는 통신탑은 0.8평, 가운데 기둥과 옆쪽 계단을 제외한 실제 공간은 0.25평이다. 두 다리 모두 뻗기 어려울 정도로 좁은 합판에 의지해 쪽잠을 자며 고씨는 폭염을 버티고 있다. 이날 기상청 기준 인천 최고 기온은 39℃까지 치솟았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을 맡고 있는 고씨는 5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폭염은 상상을 뛰어넘는다"라며 "밑에서 올려보내는 아이스팩과 얼린 물수건도 2~3시간이면 녹아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라고 말했다. 또 "요즘 워낙 덥다 보니 심장 쪽이 불편하다"라며 "쉽게 회복이 안 되는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지난 7월 고씨를 진료한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도 "여태껏 올라가 본 (고공농성장) 중 가장 좁은 공간"이라며 "땡볕 아래서 혈압·혈당 조절도 안 되고 심장과 전신에 좋지 않은 상황이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의료진으로서의 진단은 "빨리 내려오셔야 한다"였다.

고씨가 고공농성에 나선 이유는 '택시발전법 개정안' 저지였다. 국회는 올해 8월 전국 도입 예정이었던 택시월급제를 2028년까지 2년 더 유예하는 개정안을 추진했고, 이는 4월 국회를 통과해 5월 공포됐다. 택시월급제가 난망해진 가운데 고씨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제정해 '간주근로시간제(노사 합의로 실제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는 제도)' 대상에서 택시업종을 제외해 달라면서 고공농성을 지속 중이다.

그는 "AI(인공지능) 시대와 4차 산업에 맞게 택시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는데도 택시 노동자가 사업장 밖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간주근로시간제)을 적용하는 건 대단히 문제"라며 "이재명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이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라고 촉구했다.

고공농성 넉 달이 지난 지금까지 현장을 다녀간 집권 여당 의원이나 청와대 및 고용노동부 인사는 없다. 지난 4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고공농성 현장을 찾았을 뿐이다. 이를 두고 고씨는 "최소한 청와대나 노동부는 인간적으로 한 번은 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적어도 목소리는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다음은 고씨와 전화로 나눈 일문일답.


"0.25평 공간서 가슴에 아이스팩 품고..."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 통신탑에서 8월 6일 기준 131일째 고공농성 중인 고영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 통신탑에서 8월 6일 기준 131일째 고공농성 중인 고영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 고영기

- 고공에선 폭염의 영향이 어떤가?


"스스로 여름에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폭염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에어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휴대용) 선풍기 하나가 유일한데, 그마저도 24시간 돌리다 보니 어제 고장 났다. 밑에서 올려보내는 아이스팩과 얼린 물수건도 2~3시간이면 녹아버리는 일이 반복된다."

- 건강 상태는?

"여기 (통신탑에) 올라오고 혈압이 계속 160 이상으로 나온다. 지난해 12월 건강검진 자료상 큰 문제가 없었는데 고공농성 초반엔 혈압이 190대까지 나왔다. 5월 초부터 혈압약을 먹고 있다. 최근 의료진이 두 번 올라왔는데, 호흡과 심장박동이 정상적이지 않다더라. 아이스팩이 올라오면 가슴에 품고 있는다. 요즘 워낙 덥다 보니 심장 쪽이 불편하다. 쉽게 회복이 안 되는 것 같다."

- 하루 일과는?

"아침 6시 반에 일어난다. 원래 일찍 일어나는 편이 아닌데 여긴 너무 시끄럽다. 바로 옆에 길병원이 있어서 하루 몇 번씩 응급헬기가 뜬다. 앰뷸런스와 소방차도 많이 지나간다. 폭주 오토바이 굉음 소리도 새벽까지 이어진다.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크다.

일어나면 혈얍약을 먹고 일과를 시작한다. 단백질 보충제를 물에 타서 간단한 아침을 먹는다. 오전엔 페이스북과 엑스(X·옛 트위터)로 투쟁 소식을 확인하거나 게시한다. 점심을 먹고 더위가 좀 가면 1시간~1시간 반씩 운동한다. 좁은 공간에서 운동하지 않다 보니 (근육이 빠져서) 다리가 많이 가늘어졌다. 저녁 6시부턴 시민 선전전을 진행한다. 7시 반에 저녁을 먹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거나 문자·통화를 한 뒤 새벽 1시 정도에 잠든다. 요샌 5시간 정도 자는 것 같다."

- 지금도(오전 9시께) 수화기 너머로 빵빵거리는 차량 경적이 들린다.

"이 정도는 자장가다."

- 고공농성 공간은 어떤가?

"동그란 철탑 지름이 150cm 정도다. 기둥과 계단을 빼면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공간은 0.25평이다. 그야말로 한 사람 딱 누울 수 있는 공간이다. 고공농성 39일 때 합판을 설치하고 발 뻗을 공간이 생겼다. 그전엔 새우잠밖에 잘 수 없었다. 어깨와 허리에 계속 무리가 가다 보니 1시간~1시간 반 간격으로 깨서 몸을 반대로 뒤집어야 했다. 이곳에선 취할 수 있는 자세가 딱 두 가지다. 양다리 사이에 기둥을 낀 채 앉는 자세, 합판 쪽으로 한 다리는 펴고 한 다리는 구부린 상태에서 식사하는 자세. 많이 불편하다."

"청와대도, 노동부도, 국회마저 무관심"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 통신탑에서 8월 6일 기준 131일째 고공농성 중인 고영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 통신탑에서 8월 6일 기준 131일째 고공농성 중인 고영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 고영기

- 고공농성에 나서게 된 이유는?

"좀 길더라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

2019년 (법인택시 노동자에게) 적어도 주 40시간에 대한 최저임금을 지급하라는 법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행되지 않는 현실이 기가 막힌다. 2년 전에도 민주당은 이 법안 시행을 원천 봉쇄해 2년 유예를 결정했는데, 이번에 2년을 더 유예했다(택시발전법 개정안).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공문으로 면담을 요청했으나 다 거부했다. 고공농성 전날엔 맹성규 당시 국토교통위원장을 만났는데, 2년 유예안에 반대한다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고공농성 말곤 없었다.

당시 교통법안소위에서 이 법안을 다룬다는 얘길 전해 들어서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3월 28일 맹성규 위원장을 만나고 다음날인 3월 29일 새벽 여기로 올라왔다. 제가 올라온 게 아니고 민주당 의원들이 저를 이곳에 밀어 올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저는 올라오고 싶지 않았다. 얼마든지 대화나 객관적인 자료로 얘기할 수 있는데 그게 되지 않았다."

- 결국 택시월급제를 2년 더 유예하는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될 땐 어떤 심경이었나?

"청와대에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요청하면서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는데, 검토조차 하지 않았더라. 개정안이 통과되고 고공농성의 첫 번째 목표인 택시월급제가 무너졌으니, 국회나 택시 사업주들은 제가 고공에서 내려올 거라 생각했겠지만 그렇지 않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정'이라는 두 번째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58조엔 사업장 밖에서 일해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노사 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간주근로시간제). 이 간주근로에서 택시업종을 제외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다. 예전엔 사업장 밖에서 일하니 사업주의 관리·감독이 안 되니까 그럴 수 있다 쳐도, 지금은 근로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화·고도화된 시스템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모든 택시에 디지털 미터기가 설치돼 초 단위로 운행이 기록되고 있다.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비행기 블랙박스만큼 뛰어난 장치다.

이렇게 AI 시대와 4차 산업에 맞게 근로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도 택시 노동자가 사업장 밖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 58조를 적용하는 건 대단히 문제가 있다. 따라서 대통령 시행령으로 택시처럼 디지털 기록 장치로 소정근로시간이 산정 가능한 업종은 간주근로를 적용할 수 없다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 택시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과도 연관이 있나?

"택시 노동자들은 10시간 일하면 소정근로시간이 3~4시간 일한 걸로 간주돼 임금이 100만 원 남짓이다. 이걸로 먹고 살 수 없으니 서너 시간을 더 일해야 200만 원 남짓 가져간다. 한 달에 25일을 일한다. 주5일이 아니라 주6일 근무다. 그렇다 보니 과속과 신호 위반을 안 할 수 없고 장시간 과로가 몸에 쌓여 있다.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라고 보면 된다.

사업용 차량 교통사고의 절반이 택시다. 젊었을 땐 이런 과로를 버텨도 나이가 들면 대부분 직업병으로 죽어간다. 뇌혈관 질환과 심혈관 질환으로 출퇴근하다 쓰러져 죽는다. 이렇게 죽어가는 택시 노동자만 1년에 50명이다."

- 정치권에선 고공농성 현장을 방문한 적 있나?

"청와대는 물론이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 관계자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도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지방선거로 바쁘긴 했어도 고공농성 넉 달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국회마저 무관심하다. 최소한 청와대나 노동부는 인간적으로 한 번은 와야 하는 것 아닌가? 당장 와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목소리는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어제(4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고공농성 현장에 왔는데, 현역 의원으론 처음이었다. 기분이 남다르더라. 이후에도 많은 정치인이 와서 이 문제를 같이 논의하고 정부에 목소리를 전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

- 고공농성을 해제하려면 무엇이 해결돼야 하나?

"저는 어거지(억지)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본 원칙을 말하는 거다. 이재명 대통령도 공짜 노동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고, 일터에서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하겠다고, 필요하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새로운 기준도 마련하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그 공짜 노동의 최전선이 바로 택시 사업장이다. 이재명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이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됐으면 한다."
#고공농성 #고영기 #택시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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