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남동구 길병원사거리 통신탑에서 8월 6일 기준 131일째 고공농성 중인 고영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
고영기
- 고공농성에 나서게 된 이유는?
"좀 길더라도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
2019년 (법인택시 노동자에게) 적어도 주 40시간에 대한 최저임금을 지급하라는 법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행되지 않는 현실이 기가 막힌다. 2년 전에도 민주당은 이 법안 시행을 원천 봉쇄해 2년 유예를 결정했는데, 이번에 2년을 더 유예했다(택시발전법 개정안).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공문으로 면담을 요청했으나 다 거부했다. 고공농성 전날엔 맹성규 당시 국토교통위원장을 만났는데, 2년 유예안에 반대한다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고공농성 말곤 없었다.
당시 교통법안소위에서 이 법안을 다룬다는 얘길 전해 들어서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3월 28일 맹성규 위원장을 만나고 다음날인 3월 29일 새벽 여기로 올라왔다. 제가 올라온 게 아니고 민주당 의원들이 저를 이곳에 밀어 올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저는 올라오고 싶지 않았다. 얼마든지 대화나 객관적인 자료로 얘기할 수 있는데 그게 되지 않았다."
- 결국 택시월급제를 2년 더 유예하는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공포될 땐 어떤 심경이었나?
"청와대에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을 요청하면서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는데, 검토조차 하지 않았더라. 개정안이 통과되고 고공농성의 첫 번째 목표인 택시월급제가 무너졌으니, 국회나 택시 사업주들은 제가 고공에서 내려올 거라 생각했겠지만 그렇지 않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정'이라는 두 번째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 제58조엔 사업장 밖에서 일해 실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 노사 합의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있다(간주근로시간제). 이 간주근로에서 택시업종을 제외하는 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다. 예전엔 사업장 밖에서 일하니 사업주의 관리·감독이 안 되니까 그럴 수 있다 쳐도, 지금은 근로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체계화·고도화된 시스템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모든 택시에 디지털 미터기가 설치돼 초 단위로 운행이 기록되고 있다. 위·변조가 불가능하고 비행기 블랙박스만큼 뛰어난 장치다.
이렇게 AI 시대와 4차 산업에 맞게 근로시간을 관리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도 택시 노동자가 사업장 밖에서 일한다는 이유만으로 근로기준법 58조를 적용하는 건 대단히 문제가 있다. 따라서 대통령 시행령으로 택시처럼 디지털 기록 장치로 소정근로시간이 산정 가능한 업종은 간주근로를 적용할 수 없다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 택시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과도 연관이 있나?
"택시 노동자들은 10시간 일하면 소정근로시간이 3~4시간 일한 걸로 간주돼 임금이 100만 원 남짓이다. 이걸로 먹고 살 수 없으니 서너 시간을 더 일해야 200만 원 남짓 가져간다. 한 달에 25일을 일한다. 주5일이 아니라 주6일 근무다. 그렇다 보니 과속과 신호 위반을 안 할 수 없고 장시간 과로가 몸에 쌓여 있다. '움직이는 시한폭탄'이라고 보면 된다.
사업용 차량 교통사고의 절반이 택시다. 젊었을 땐 이런 과로를 버텨도 나이가 들면 대부분 직업병으로 죽어간다. 뇌혈관 질환과 심혈관 질환으로 출퇴근하다 쓰러져 죽는다. 이렇게 죽어가는 택시 노동자만 1년에 50명이다."
- 정치권에선 고공농성 현장을 방문한 적 있나?
"청와대는 물론이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부 관계자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도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고 한 번도 오지 않았다. 지방선거로 바쁘긴 했어도 고공농성 넉 달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국회마저 무관심하다. 최소한 청와대나 노동부는 인간적으로 한 번은 와야 하는 것 아닌가? 당장 와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게 아니라, 적어도 목소리는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어제(4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고공농성 현장에 왔는데, 현역 의원으론 처음이었다. 기분이 남다르더라. 이후에도 많은 정치인이 와서 이 문제를 같이 논의하고 정부에 목소리를 전해줄 수 있었으면 한다."
- 고공농성을 해제하려면 무엇이 해결돼야 하나?
"저는 어거지(억지)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잘못된 구조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본 원칙을 말하는 거다. 이재명 대통령도 공짜 노동을 완전히 뿌리 뽑겠다고, 일터에서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이 없도록 하겠다고, 필요하면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새로운 기준도 마련하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나. 그 공짜 노동의 최전선이 바로 택시 사업장이다. 이재명 정부가 초심으로 돌아가 이 사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좋겠다.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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