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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엄마랑 '오디세이' 볼 때 좌석 고르는 팁

영화 제목을 "멋있는 어디 멧돼지"로 기억하더라도 다시 오고 싶은 극장 나들이

등록 2026.08.06 09:50수정 2026.08.06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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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지내는 엄마를 만나러 갔다. 오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엄마랑 마지막으로 영화관 간 게 3년이 넘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는 나 아니면 영화관에 갈 일이 없다. 엄마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계모임에 악기 모임에, 매일 누군가를 만나는 엄마인데 그 많은 만남 중에 영화관 가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예약이 복잡하고 뭐를 봐야할지도 모른다는 게 이유였다.

엄마는 '오딧세이'를 모른다고 했다. 기원전 이야기, 그러니까 예수님이 태어나기 몇 백 년 전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니까 문명이 없던 시절 아니냐며 놀란다. 그 이야기가 문학의 고전으로 인정받는다고, 전세계적 기대작이고 한국은 5일 개봉이라고 덧붙였다. 엄마는 오랜만에 젊은이처럼 놀자며 가보자고 했다.


엄마는 요새 한 시간만 앉아있어도 무릎이 굳는다. 화장실도 자주 간다. 화장실 가까운 리클라이너 영화관으로 가고 싶었는데 근처에는 리클라이너 관은 없고 화장실 가까운 관은 있었다. 거기서 벽 쪽 끝자리를 잡았다. 엄마는 중간에 두 번 나갈 때 벽을 잡고 내려갈 수 있었고 수시로 통로에 다리를 뻗어서 무릎 통증을 방지했다.

괴물 나올 때와 마지막 전투 신에서 엄마는 귀를 막았다. 전투 신이 엄마한테 너무 길었나 싶었는데 다른 이유였다.

"너무 실감나니까 귀가 웅웅거려서 힘들더라고."

엄마가 낮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엄마는 청력이 떨어진 상태다. 남들 다 들리는 거 혼자만 안 들린다고 답답해 한 적도 많다. 영화관은 소리도 크고 자막도 있으니 당연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전투 장면의 에픽 퍼커션(거대한 타악기 사운드)이 약해진 청력에는 부담스러운 소음이 된 거다. 엄마에게 너무 미안했다.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아냐, 그래도 그 왕도, 여왕도,아들도 멋있더라. 마지막이 좋고 재미있었어. 그 남자 이름이 뭐라고?"
"오디세우스는 맷데이먼. 아들은 스파이더맨 알지? 손목에서 거미줄 나오는 그 사람이 했어. 톰 홀랜드."
"오디세 멧돼지? 스파이더맨 알아. 한국 사람 같더라."


엘리베이터에서 저항없이 웃음이 터졌다. 하긴, 오디세우스도 헷갈리는 엄마에게 맷데이먼까지 말한 내 잘못이다. 그런데 톰 홀랜드는 듣고보니 왕(맷 데이먼)과 왕비(앤 해서웨이)에 비하면 한국 사람 같기도 하다. 엄마 눈썰미를 칭찬했다.

집에 와서 밥 먹는데 엄마랑 친한 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영화 봤냐는 말에 엄마는 "몰라, 어디 멧돼지래나. 멋지긴 하더라"라고 대답했고 상대방도 "그려, 멋있으면 됐지" 하고 바로 다음 대화로 넘어갔다(엄마는 모든 통화를 스피커폰으로 한다). 나는 또 저항없이 웃음이 터졌다.


밥 먹고 나는 원작과 영화의 다른 부분, 혹은 원작 디테일을 잘 살린 부분을 엄마에게 얘기했다. 엄마는 아침드라마 보듯 "어이구, 잘했네. 그럼 그렇지, 문명이 덜 왔잖어" 식의 추임새를 넣으며 들어줬다. 그런 티키타카에 아주 잠깐 내가 고등학생인 때로 돌아간 거 같기도 했다. 내가 학교에서 있던 일을 얘기하면 꼭 이렇게 듣는 엄마여서 그랬다.

경험상 이제 엄마에게 영화 <오디세이>는 '멋있는 어디 멧돼지'로 기억될 것이다. 영화 자체보다 엄마의 엉뚱한 한 마디가 더 오래 남는 걸 보면 내가 보고 온 가장 좋은 장면은 스크린 안이 아니라 밖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속 오디세우스는 긴 항해 끝에 집으로 돌아왔다. 나도 오랜만에 엄마와 같은 시간을 건너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 시간동안 엄마의 무릎도 청력도 조금씩 달라졌다. 다음 영화는 잔잔한 드라마로, 조금 더 빨리 같이 봐야겠다.

 티켓에 찍힌 경로1 이 아직도 어색하다
티켓에 찍힌 경로1 이 아직도 어색하다 최은영
덧붙이는 글 개인 sns에도 실립니다
#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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