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반대하는 주민들 송전탑 반대 기자회견에 나선 주민들
환경운동연합
땅 위에서는 걷고 있는데 서울에서는 "강행하되 덜 아프게 하겠다"
행진단이 무주군청 앞에 도착한 그날, 서울에서는 다른 발표가 나왔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김성환 장관 주재로 전력망 건설 반대 지역 주민대표들과 제3차 간담회를 열고 '전력망 건설 주민 수용성 제고 방안'을 공개한 것이다.
내용은 이렇다. 기존 선로와의 병합과 신설 선로 간 통합으로 철탑을 줄이고, 민가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지중화를 넓힌다. 한전 내규로 운영되던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기준을 정부 고시에 규정하고 주민설명회와 자료 공개, 참관을 확대한다.
전력망특별법상 지방정부 지원금이 피해지역 주민에게 우선 가도록 하고 계통소득 같은 상생 사례도 검토한다. 기후부는 송전 경로 2169km, 송전탑 4723기가 필요한 사업이 통합을 거치면 1200km, 2509기로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입지선정위원회의 투명성을 높이는 일은 대책위들이 오래 요구해 온 것이다. 그 자체를 폄하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그 앞뒤에 붙은 문장이다.
전제가 분명하다. 이미 추진 중인 국가기간 전력망은 그대로 간다는 것. 그 위에서 노선을 합치고 일부 구간을 땅에 묻고 보상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통합을 다 하고도 2509기가 남는다. 절반 가까이 줄였다고 발표된 그 수치가, 걷고 있는 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2500기가 넘는 철탑이다.
더 물어야 할 것은 사라진 절반이다. 노선을 합치는 것만으로 철탑 2200기가 없어질 수 있다면, 애초의 계획은 무엇을 근거로 그어졌는가. 수요의 타당성을 따지지 않은 채 그은 선이었다는 뜻이다.
간담회의 형식도 짚어야 한다. 주민대표를 앞에 두고 정부의 추진 방안을 발표하는 자리는 의견 수렴이 아니다. 발표에 주민이 배석한 모양새를 만드는 일이다. 절차는 지켜졌다고 기록되지만 결정은 이미 끝나 있다.
완주에서 들었던 "알지도, 듣지도 못했다"는 말과 임실에서 들었던 변전소를 개폐소로 바꿔 부른 이야기가 형태만 달리해 반복된다. 전력망특별법을 국회에서 주도했던 이가 지금 그 법의 집행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 계획이 통과하는 땅에서 나온 요구를 보상의 크기가 아니라 계획의 타당성으로 받아야 한다.
이날 무진장 참가자 일동은 네 가지를 요구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장거리 초고압 송전망 계획의 원점 재검토, 주민과 전문가, 지방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수도권 집중형 산업정책 중단과 지산지소 분산형 에너지 체계로의 전환, 그리고 재검토가 이뤄질 때까지 진행 중인 모든 입지선정위원회 운영 중단이다.
행진단은 무진장 일정을 마치고 대전으로 향한다. 충남과 충북을 지나 경기와 서울까지, 8월 20일까지 걸음은 계속된다.
닷새 동안 확인한 것은 분명하다. 이 문제는 철탑의 개수로 환산되지 않는다. 기본소득으로 겨우 사람이 돌아오기 시작한 고원 마을에 초고압 노선 세 개를 겹쳐 놓고, 그 대가를 다시 돈으로 계산하겠다는 것이 지금의 방식이다. 무주의 도의원이 한 말을 그대로 옮긴다. 전기가 있는 곳에 산업을 두거나, 전기가 필요한 곳에서 전기를 만들면 될 일이다.
걷고 있는 시민들의 질문이 쌓여간다. 답할 자리는 아직 비어 있다.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 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용인반도체산단 재검토, 송전탑 반대 전국 대행진 대전 일정 웹자보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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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돌아온 마을, 그 한가운데 송전탑이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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