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던 전원생활이지만 여름은 견디기 어렵네요

등록 2026.08.06 10:51수정 2026.08.06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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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창문을 열자 더위가 가득하다. 산꼭대기부터 내려온 안개, 오늘도 대단한 더위가 온다는 예보다. 기록적인 여름더위가 전국을 덮친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선다. 젊음엔 걱정이 없었던 그 더위가 세월 따라 힘겨워졌다. 오래전, 어머님 말씀이 떠 오른다. 더위를 견디기 어렵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더위를 참아내기 힘들었을까? 도심에서 10여 킬로 떨어진 골짜기, 여기에도 푹푹 찌는 더위는 어김이 없다.

계절이 익어가는 농촌 찌는 듯한 더위는 골짜기도 예외가 없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도 곡식들은 무럭무럭 익어가고 있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자연과의 어울림이 좋아 시작한 전원살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늙음엔 점점 힘겨워짐을 알고 있다.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하며 풀을 뽑고 잔디를 깎으며 아름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곡식이 익어가는 여름 풍경이다.
▲계절이 익어가는 농촌 찌는 듯한 더위는 골짜기도 예외가 없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도 곡식들은 무럭무럭 익어가고 있다.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자연과의 어울림이 좋아 시작한 전원살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늙음엔 점점 힘겨워짐을 알고 있다. 찌는 듯한 더위를 피하며 풀을 뽑고 잔디를 깎으며 아름다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곡식이 익어가는 여름 풍경이다. 박희종

아침부터 습기 찬 공기가 골짜기를 덮고 있다. 이웃집 닭도 지쳤는지 오늘따라 조용하다. 그렇게 울어대던 매미도 잠잠한 아침, 갑자기 고라니가 울어댄다.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는 고라니가 아침부터 울어대는 골짜기엔 어떤 여름이 앉아 있을까? 여름 따라 찾은 무더위는 골짜기 삶도 지치게 한다. 오래전 여름날 시골의 삶은 재미가 있었는데, 찌는 듯한 무더위엔 골짜기도 허덕이고 있다.


시냇물이 흘러가는 아름다운 자연은 그대로가 아니다. 곳곳으로 길이 뚫리고 검은 아스팔트로 덮여있다. 굽이굽이 추억의 논두렁도 어김없는 시멘트 포장이며, 산은 허물어지며 주택이 들어선다. 거대한 나무가 베어지며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반짝인다. 산 위에서 번쩍이는 태양광 패널의 위협,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덥다. 도로포장과 갖가지 공사가 끊임없는 동네, 시골도 도시와 다를 바가 없는 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는 이유다.

여름날 시골살이의 어려운 점

이웃집 어르신은 벌써 출근하셨다. 새벽부터 밭을 매는 할아버지, 구부정한 허리가 늘 안쓰러운 어르신이다. 한낮 더위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새벽이니 손놀림이 바쁘다. 시골살이는 좋은 자연이 있지만 살아내긴 쉬운 일이 아니다. 겨울은 추워서 어렵고, 여름이면 무더위에 고단함이 배가 된다. 사시사철 풀과의 전쟁은 끊임이 없고, 벌레와의 씨름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동네 사람들과의 불편함도 피할 수 없는 일, 무작정 시골살이를 시작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는 이유다.

여름날의 정원 무더운 여름날의 정원 모습, 찌는 듯한 더위에도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다. 거센 빗줄기를 견뎌내고 더위를 즐기며 피운 꽃들이 고단한 여름날을 위로해 준다.
▲여름날의 정원 무더운 여름날의 정원 모습, 찌는 듯한 더위에도 아름다운 꽃이 가득하다. 거센 빗줄기를 견뎌내고 더위를 즐기며 피운 꽃들이 고단한 여름날을 위로해 준다. 박희종

온종일 개들이 짖어대고 고라나가 울부짖고, 새들이 제집이라며 소란이다. 푸르른 잔디밭이 남들에겐 아름답지만, 관리하는 주인의 고단함이 가득한 풀밭이다. 무더운 여름날, 잡초를 뽑는 중에 이름 모를 독충이 눈부위를 물었다. 아무 일도 없는 듯 하지만 갑자기 부어오른다.

습하고 더운 여름, 갖가지 벌레들이 출몰한다. 지네가 있고, 길게 늘어선 개미들의 행렬은 집안까지 이어진다. 습한 여름날 시골살이의 고민 거리다. 잡초와의 씨름은 끝이 없다. 시도 때도 없이 키를 불리는 잡초가 끝없이 이어진다. 잠시 눈을 돌리면 잔디밭이 풀밭이고, 텃밭엔 잡초만 가득하다. 물을 주면 꽃은 제자리고 잡초는 번쩍 손을 들었다.


문을 열고 살아야 하는 한여름, 매미소리와 새소리가 소란스럽다. 저녁이면 개구리도 한몫을 한다. 개 짖는 소리에 닭이 울어대는 소리는 한시도 그침이 없다. 한 마리가 울어대면 동네닭이 다 울어댄다. 괜히 짖어대는 동네 개는 끊임이 없다. 고양이를 보고 짖고, 새가 날아가도 짖어댄다. 낯선 사람이 와도 짖는 동네 개 짖는 소리,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시골살이가 아름답지만, 고민거리가 가득한 일임을 알게 하는 일이다.

세월은 힘겨워도, 긍정적으로 살아간다


얼른 잔디를 깎기 위해 뜰로 나섰다. 아직은 선선한 여섯 시인데 이웃들은 잠을 잔다. 잔디를 깎아도 되는 것일까? 잔디 깎는 기계소리가 소란스러워서다.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 잠시 망설이다 용기를 냈다. 잔디 깎는 기계를 밀며 잔디밭을 오고 간다.

엊그제 잡초를 뽑았으니 키 큰 잔디를 깎아야 아름다운 잔디밭이 된다. 몇 년 전엔 거뜬했던 몸이 어깨가 뻐근하고 손목이 시큰거린다. 아름다운 잔디밭을 만들기 위한 작업, 남들이 보고 좋은 잔디밭이 새벽의 거친 일거리가 된 것이다.

여름이 준 선물, 방울 토마토 시골살이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텃밭의 선물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물을 주고 풀을 뽑으며 돌본 텃밭은 배반하지 않았다. 아름답고 먹음직스런 붉은 방울 토마토를 얹어 준다. 이슬이 앉은 한 알을 따가 입에 넣는 맛, 두고두고 잊지 못할 멋진 맛이다.
▲여름이 준 선물, 방울 토마토 시골살이를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텃밭의 선물이다. 봄부터 여름까지 물을 주고 풀을 뽑으며 돌본 텃밭은 배반하지 않았다. 아름답고 먹음직스런 붉은 방울 토마토를 얹어 준다. 이슬이 앉은 한 알을 따가 입에 넣는 맛, 두고두고 잊지 못할 멋진 맛이다. 박희종

어느 날 이웃의 갑자기 부르는 소리는 뱀이 나타났다는 소리다. 시골에선 쉽게 만날 수 있는 일이다. 야외 탁자밑에 벌집이 들어섰다. 수많은 벌들이 오고 가는 사건,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여름이며 훨씬 더한 일들, 갖가지 벌레가 기승을 부리는 시골살이엔 어렵고도 깜짝 놀랄 일이 수두룩하다. 어떻게 할까? 혼자 어려우면 이웃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어려우면 119라는 듬직한 원군이 있다. 갑자기 119 차량이 오는 소리, 이웃에 뱀이 나타났거나 벌집이 있다는 신호다. 여름이면 쉬이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시골살이의 더 어려운 일은 풀과의 전쟁도 있다. 장맛비에 며칠을 넘어가면 잔디밭과 텃밭은 감당할 수 없다. 가뭄에 물을 주면 잡초만 큰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잡초와의 전쟁, 시골살이엔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자연을 누리는 대가가 가벼울 수 있을까?

푸른 잔디를 배경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몇 년 전만 해도 거뜬했던 일이 늙음엔 버거움을 피할 수 없다. 언제부턴가 몸이 뻐근하고, 허리가 욱신댄다. 더운 한낮을 피해 아침, 저녁으로 풀 뽑고 집을 돌봐야 하는 일이 힘겨워졌다.

어쩔 수 없는 계절의 순환이라 해도 여름날은 몸과 마음을 더 힘들게 한다. 아름다운 전원의 삶, 적당한 세월은 가능해도 여름날을 견디기엔 너무 힘든 무더위의 연속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 에도 실립니다.오마이 뉴스에 게재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브런치에도 게재 될 수 있음
#여름 #폭염 #골짜기 #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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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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