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전 서울, 이런 모습이었다고?

서울역사박물관의 상설·기획 전시... 전쟁의 이면을 돌아본 시간

등록 2026.08.06 15:41수정 2026.08.06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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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날 찾은 서울역사박물관 외관. 벽면에 기획전시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여름날 찾은 서울역사박물관 외관. 벽면에 기획전시를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갑남

서울은 조선의 수도 한양에서 대한민국 수도에 이르기까지 60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도시다. 북악산을 주산으로 인왕산·남산·낙산이 도성을 감싸고 한강이 흐르는 서울은 오랜 세월 수도의 자리를 지켜온 역사도시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러한 수도 서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시민들의 삶을 오롯이 담아낸 공간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일, 서울역사박물관을 찾았다. 흥미로운 두 가지 기획전시가 눈길을 끌었다.

600년 시간여행 속으로​​
 박물관 야외에 전시된 전차 381호와 책가방을 모자처럼 쓰고 뛰어가며 인사하는 아이들의 조각상이 인상적이다.
박물관 야외에 전시된 전차 381호와 책가방을 모자처럼 쓰고 뛰어가며 인사하는 아이들의 조각상이 인상적이다. 전갑남

박물관 마당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건 서울의 옛 전차 381호였다. 그 옆에는 책가방을 멘 '지각생' 조각상이 서 있었다. 아침 등굣길, 전차를 놓칠까 허둥대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전차를 향해 뛰어가던 아이들의 발걸음소리와 차장의 종소리가 들려오는 듯, 예전 서울의 아침 풍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졌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넓고 환한 로비가 먼저 마음을 맞아주었다. 높은 천장과 시원하게 열린 공간은 서울의 긴 역사를 품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이제 서울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는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일었다.​

​먼저 3층 상설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설전시는 조선시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격동적인 변화를 다채롭게 펼쳐 보여준다.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마다 이 땅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숨결을 함께 담아낸 점이 가슴에 와닿았다.
 3층 상설전시실 입구에 위치한 '조선시대 서울' 패널과 수묵화 그래픽.
3층 상설전시실 입구에 위치한 '조선시대 서울' 패널과 수묵화 그래픽. 전갑남

가장 먼저 맞이한 '조선시대 서울' 공간은 한양의 탄생 배경과 백성들의 활기찬 삶으로 가득했다. 북악산을 주산으로 삼고 한강을 앞에 둔 풍수적 입지와 도성 건설 과정도 흥미로웠지만, 더욱 눈길을 끈 것은 종로 거리와 시장을 메운 상인과 장인들의 모습이었다.

역사는 특정한 권력자만의 기록이 아니라, 이처럼 이름 없는 평범한 이들의 피땀 어린 일상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정하게 일깨워주고 있었다.

​이어 펼쳐지는 '대한제국기의 서울'로 들어서니, 전차와 전등, 근대식 건축물이 등장하며 도시가 격변하던 숨 가쁜 순간들이 눈앞에 그려졌다. 문득 박물관 마당에서 마주쳤던 전차 381호가 아련히 떠오르며, 아득한 과거와 지금 내가 서 있는 현재가 하나의 선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듯했다.​
 식민지 수탈과 지배의 거점이 되었던 '경성'의 역사를 다룬 전시 공간.
식민지 수탈과 지배의 거점이 되었던 '경성'의 역사를 다룬 전시 공간. 전갑남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 '일제강점기의 서울' 코너에 다다르자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식민지라는 아픈 역사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독립을 향해 당당히 나아갔던 시민들의 숭고한 노력이 전시실 곳곳에 차고 넘쳤다. 화려한 발전의 역사뿐만 아니라, 이처럼 깊게 파인 상처의 역사까지 보듬고 기억해야만 비로소 오늘의 서울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으리라.
 전쟁의 폐허를 딛고 대도시로 일어서던 1950~60년대 서울의 모습.
전쟁의 폐허를 딛고 대도시로 일어서던 1950~60년대 서울의 모습. 전갑남

마지막으로 전시의 종착지인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도달했다. 6.25전쟁의 폐허와 잿더미를 딛고 세계적인 대도시로 눈부시게 도약한 서울의 저력이 한눈에 펼쳐졌다. 산업화의 거센 물결, 지하철 개통, 서울올림픽의 환호, 그리고 민주화를 향한 뜨거운 열망에 이르기까지, 서울은 멈춰 있는 유물이 아니라, 시대를 넘어 끊임없이 생동하고 역동하는 살아있는 도시임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기획전시] 넘지 말아야 할 인간의 '선'​
 기획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WARS HAVE LIMITS(전쟁에도 선은 있다)' 조명 조형물.
기획전시실 입구에 설치된 'WARS HAVE LIMITS(전쟁에도 선은 있다)' 조명 조형물. 전갑남

이번 방문의 또 다른 목적이었던 두 기획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만난 '전쟁에도 선은 있다(Wars have limits)'는 전쟁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과 규칙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전시였다. 전시의 중심에 있는 '제네바'는 국제 인도주의 정신의 상징적인 도시로, 전쟁 중에도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약속이 시작된 곳이다. 전시는 전쟁이 아무리 참혹하더라도 결코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음을 나지막이 일러주었다.​
 인류가 전쟁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온 약속과 연표를 보여주는 전시 패널.
인류가 전쟁 속에서도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온 약속과 연표를 보여주는 전시 패널. 전갑남

민간인을 보호하고 부상자와 포로를 인간답게 대우하는 최소한의 규칙은 인류가 오랜 시간 합의해 온 소중한 가치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도 중동에서 이어지는 전쟁은 과연 그 선을 지키고 있나. 휴전 협정을 맺고서도 끝내 포화가 멎지 않는 전쟁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참혹한 현실 앞에서, 인류는 하루빨리 '선'을 지키며 평화를 갈망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과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로 끊임없이 지켜내야 하는 가치였다.

[기획전시]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질문​
 백성과 함께 도성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은 기획전시 「여민공수(與民共守)」 입구.
백성과 함께 도성을 지킨다는 의미를 담은 기획전시 「여민공수(與民共守)」 입구. 전갑남

이어 관람한 '여민공수(與民共守)' 전시에서는 '백성과 함께 지킨다'는 제목처럼 도성을 수호하고 공동체를 유지해 온 주체로서의 백성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었다.​
 "백성과 함께 지키며 부모와 처자를 보호하게 한다면..." 여민공수 정신의 바탕이 된 숙종실록 구절을 보여주는 전시 화면.
"백성과 함께 지키며 부모와 처자를 보호하게 한다면..." 여민공수 정신의 바탕이 된 숙종실록 구절을 보여주는 전시 화면. 전갑남

한양 도성은 단순히 임금과 조정이 지키는 성벽이 아니었다. 외세의 침략이나 국가적 위기 때마다 도성을 쌓고 지켜낸 것은 바로 성안에 살던 백성들이었다. 왕과 관료, 백성이 역할을 나누어 함께 도시를 수호했던 '여민공수'의 정신은, 도시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웅변하고 있었다.

​역사의 숱한 비바람 속에서도 서울을 지켜온 힘은 거대한 제도가 아니라, 서로를 보듬으며 공동체를 지켜내려 했던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만난 두 기획전시는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었지만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모였다. 바로 '인간에 대한 존중, 함께 지켜야 할 가치, 그리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시민으로서의 책임'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유물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수도 서울의 시간을 걷고 더 나은 내일을 고민하게 하는 살아있는 역사 현장이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시원한 에어컨이 반기는 박물관에서 자랑스러운 우리 수도 서울을 새롭게 인식하는 참으로 뜻깊은 시간이었다.
#서울역사박물관 #전쟁에도선은있다 #여민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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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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