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붉은 배롱꽃이 피어난 역사의 현장

배롱꽃 따라 찾은 가실성당과 육신사

등록 2026.08.06 17:36수정 2026.08.0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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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신사 가는 길에 늘어서있는 배롱나무들. 꽃은 거의 만개했다.
육신사 가는 길에 늘어서있는 배롱나무들. 꽃은 거의 만개했다. 김숙귀

여기저기 배롱나무꽃이 한창이다. 다른 꽃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 붉게 피어나는 배롱꽃이 귀하고 아름답다.

 경북 칠곡 왜관읍에 있는 가실성당과 배롱꽃
경북 칠곡 왜관읍에 있는 가실성당과 배롱꽃 김숙귀

지난 5일 경북 칠곡 왜관읍에 있는 가실성당과 대구 달성군에 있는 육신사에 다녀왔다. 1895년 파이야스 신부가 설립한 칠곡 가실성당은 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경북 유형문화유산 제348호로 지정되어 있다. 낙동강을 굽어보는 낙산 언덕에 위치해 있는데 6·25전쟁 당시 남북 양측이 야전병원으로 사용한 덕분에 낙동강 전투의 와중에도 피해를 면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아이유가 결혼식을 올렸던 곳이기도 하다.


 가실성당에 핀 배롱꽃
가실성당에 핀 배롱꽃 김숙귀

한 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가실성당은 아름다웠다. 주로 고택과 잘 어울리는 배롱꽃이지만 빨간 벽돌의 성당 건물과 어우러진 배롱꽃은 특별한 느낌을 주었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잠시 성당에 앉아 마음을 가다듬었다.

 육신사 가는 길. 충절문 뒤로 배롱꽃이 보인다.
육신사 가는 길. 충절문 뒤로 배롱꽃이 보인다. 김숙귀

성당을 나와 가까이에 있는 육신사에 들렀다. 육신사는 사육신의 위패를 모셔놓은 곳이다. 멸문지화를 당한 사육신 중 유일하게 직계가 살아남은 박팽년의 손자 박일산이 이곳에서 터를 잡고 후손들이 사당을 세웠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세조에게 처참한 고문 끝에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육신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사육신기념관 앞, 붉은 배롱꽃과 님향한 일편단심.
사육신기념관 앞, 붉은 배롱꽃과 님향한 일편단심. 김숙귀

육신사로 오르는 길에 배롱나무가 늘어서 있다. 꽃은 거의 만개했다. 사육신 기념관도 둘러보았다. 여섯 분에 대한 기록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그분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키려고 했던 강인한 기개와 지조가 새삼 고귀하게 다가온다. 사육신의 마음처럼 붉게 피어난 배롱꽃을 마주하는 시간은 의미 있었다.

 육신사가 있는 묘골마을. 순천 박씨 집성촌으로 고즈넉한 한옥들이 모여있다.
육신사가 있는 묘골마을. 순천 박씨 집성촌으로 고즈넉한 한옥들이 모여있다. 김숙귀

#가실성당 #육신사 #배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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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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