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와 서불과지
임세웅
불로초를 찾아 험난한 항해를 이어가던 서복의 발길은 지리산(방장산) 품에 안긴 구례까지 닿았다고 전해집니다. 전설에 따르면 서복이 구례 냉천마을의 시원한 샘물을 마시고 하천을 건넜다 하여 처음엔 '서불천'이라 불렀는데, 훗날 한자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무성할 '불(巿)' 자를 저자 '시(市)' 자로 잘못 읽으며 지금의 서시천이 되었다는 유래가 있지요.
서복이 그토록 애타게 찾았던 불로초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제주의 푸른 바다를 지나 지리산의 맑은 물길까지 이어진 그의 웅장한 여정을 상상해 봅니다.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걷고 누리는 제주와 구례의 맑은 자연 그 자체가,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진정한 불로초가 아닐까 하는 즐거운 상상과 함께 전시관을 나섰습니다.
붉은 동백꽃으로 이어진 아픈 역사
서복전시관에서 전설의 낭만을 즐겼다면, 다음으로 향한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옷깃을 여미고 엄숙한 마음으로 역사의 무게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 제주4·3평화공원
임세웅
이곳 위령탑 앞에 서는 순간, 제주의 거센 바람결 속에서 지리산 자락 구례의 슬픈 이름들이 겹쳐 지나갔습니다. 바다를 둘러싼 제주의 비극, 그리고 그 비극을 진압하라는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며 촉발된 여순 10.19 사건.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는 바다를 건너 내륙으로 번졌고, 지리산 아래 구례의 수많은 평범한 백성들 역시 참혹한 희생을 치러야만 했습니다.

▲ 여순사건의 원인과 결과
임세웅

▲ 제주4·3항쟁
임세웅
제주의 4.3과 구례의 10.19는 결코 떼어 놓고 설명할 수 없는 하나의 핏줄로 연결된 아픈 역사입니다. 무고하게 스러져간 제주의 영혼들과 억울하게 눈감아야 했던 구례의 희생자들을 향해 깊은 묵념을 올렸습니다.
답사를 마치며
20년 만에 떠나온 제주 여행.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 멀리 왔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곳에서 제가 만난 것은 구례의 어제와 오늘이었습니다.
수천 년 전 불로초의 전설로 엮인 신비로운 인연부터, 근현대사의 뼈아픈 비극을 함께 견뎌낸 눈물의 연대까지. 구례와 제주는 겉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깊은 이야기의 뿌리를 서로 맞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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