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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8.08 12:05수정 2026.08.0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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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순 오전 9시.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 옆 비탈진 길을 서둘러 오른다. 남대문 쪽방촌이 있던 곳.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양동'으로 불리던 바로 그 자리다.
몇 해 전 남대문 쪽방촌이 내 일터가 되었다고 했을 때, 지인들은 하나같이 남대문 쪽방촌이 어디냐고 물었다. 옛 대우빌딩 뒤, 지금은 허물어진 남산 힐튼호텔의 발치쯤 자리 잡은 남대문 쪽방촌을 알려주면 다들 의아해 했다. 번화한 서울 한복판에 그런 곳이 아직도 남아 있냐면서.
어르신들의 안녕을 확인하는 생활지원사

▲공중 보행로 '서울로 7017' 보행로 뒤편으로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 건물이 보인다. 2017.6.10
연합뉴스
남대문 쪽방촌은 서울역 앞 대로 우뚝한 고층 건물에 가려 그 존재가 쉽게 드러나지 않았다. 주변의 세련된 건축물들과 달리 낡디 낡은 4~5층의 건물 대여섯 동이 서로 어깨를 기대어 서 있는 사이로 좁은 골목이 어둡게 이어진다.
내가 이곳을 찾아가는 이유는 앞서 말했듯 내 직업이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수행 인력이기 때문이다. 통칭 '생활지원사'로 불린다. 취약 노인의 안전을 확인하고 사회 참여 지원과 생활 교육, 일상생활 지원 등의 일을 한다. 하루 5시간, 주 25시간 일하고 140만 원 안팎의 급여를 받는다. 4대보험이 된다.
주로 지역의 복지관(종합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등)에 소속되어 해가 바뀌면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는데 여성 비율이 많다. 대상자는 요양 등급을 받지 않은 만 65세 이상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노인연금 수급자 등. 생활지원사 한 사람마다 열둘에서 열여섯 명의 독거노인을 담당한다. 생활지원사들은 대상 독거노인을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일을 해보니 생활지원사의 가장 중요한 일은 '어르신들의 고독사 예방'이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대상자의 안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밤새 안녕'이라고 대상자들이 고령에 한두 가지 지병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이 크다. 그러다 보니 어떤 어르신은 생활지원사의 방문에 "내가 죽었나 살았나 확인하러 오는 거 아니냐"라고 반감을 표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제 남대문 쪽방촌은 없다. 지난해 9월 예전의 건물들이 다 철거되고 대신 그 옆 언덕 끝에 18층짜리 임대주택이 들어섰다. 임대주택의 이름은 '해든집' 혹은 '해든센터'다. 그곳에는 편의점도 입점해있고, 빨래방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다. 남대문 쪽방촌의 흔적은 해든집 안에 둥지를 튼 '남대문쪽방상담소'라는 이름에만 남아 있다.
얼마 전까지 한 평 쪽방에 살던 주민들은 대부분 개인 화장실이 딸린 원룸으로 옮겨왔다. 공용화장실과 복도에만 에어컨이 가동되어 문을 활짝 열고 살던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환경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문을 닫아 두면 '안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답답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생활지원사들의 활동도 어떤 면에서는 힘들어졌다. 한번은 어르신이 전화도 받지 않고 초인종을 눌러도 답이 없어 오래 문에 귀를 대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 저 안에 계시지 않기를, 어디 외출한 것이기를 빌었다. 만약 저 문 안에 쓰러져 계신 것이라면, 몹쓸 일이 생긴 거라면... 상상도 하기 싫었다.
온 몸에서 땀이 솟아나와도 살펴야 하는 어르신들

▲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도 땀이 얼굴 팔 다리를 비롯한 온 몸에서 솟아나와 뚝뚝 떨어진다. 서울 전 지역에는 '폭염중대경보'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되는 날은 오전 오후 두 차례 안부 확인을 수행해야 한다.
아주 고령이거나 주거 여건이 취약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어르신들은 더 세심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임대주택 현관 앞에 몇몇 주민들이 나와 있다. 내 담당 어르신이 있나 눈을 크게 떠본다. 모두 무사하셔야 하는데.
내가 맡고 있는 어르신들은 거의 다 독거이고 나이는 70 중후반에서 90 초반까지다. 가족은 아예 없거나 오래전 관계가 끊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 이는 어쩌다 이렇게 되셨을까 묻지 않는다. 대부분 홀로 외롭고 쓸쓸한 말년을 건너간다. 같은 인간으로서 많이 안타까울 때도 있지만 그 마음을 드러내진 않는다. 머지않아 나도 저 나이에 도달하겠지.
그러나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은 없다. 두 눈으로 흘러드는 땀을 씻어내며 또 달려가고 있다. 이 펄펄 끓는 날씨에 어르신들이 잘 계신 것을 확인해야 비로소 일이 끝나는 것이다. 언덕길 저 위에서 오전 내내 전화를 받지 않았던 어르신이 천천히 내려온다. 아~ 어르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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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밭을 갈다 자주 무릎이 꺾이는 늙은소입니다. 읽고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젊어서 시를 썼고, 지금은 이런저런 잡문을 써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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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앞 고층빌딩 사이에서 '귀대기' 하는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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