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글을 쓰는 시대,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홍보 업무에서도 반복되는 질문... 내 일에 필요한 '능력'을 고민하다

등록 2026.08.07 17:26수정 2026.08.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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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나는 취미로 동화를 쓴다. 아직 한 권의 책도 출간하지 못했지만, 오늘도 조금 더 나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노력한다. 이야기의 소재를 찾고 인물을 만들며, 스토리에 어떤 선택을 할지 오래 생각한다.

때로는 생성형 AI에게 내가 구상한 이야기에 대해 묻기도 한다. 내가 생각했던 답변과 비슷한 결과가 나오면 만족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족한 점이 보이면 다시 고친다. 문장이 어색할 때는 다듬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묻게 된다.


소재와 이야기는 내가 선택하고 완성하는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았다면 이 동화는 여전히 내 것일까. 이야기의 방향을 내가 정하고, AI가 제안한 문장 가운데 필요한 것을 선택하고 수정했다면 저자는 누구일까.

최근 생성형 AI가 생존 작가의 문체를 그대로 모방해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나는 그 방향이 반가웠다. 작가의 문체는 문장을 짧게 쓰거나 특정한 비유를 반복하는 기술만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바라본 세계, 견뎌온 고통과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이 문장 속에 축적된 결과다.

그런 문체를 작가의 동의 없이 손쉽게 복제하는 것은 한 사람의 목소리를 이름만 바꾸어 사용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나 자신의 글쓰기도 돌아보게 됐다. 나는 AI의 도움을 어디까지 받고 있는가. AI가 제안한 문장을 선택하고 고치는 나는 단순히 이용자인가, 아니면 여전히 창작자인가.

올해 신작 장편소설 <할매>를 내놓은 황석영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챗GPT를 조수로 활용했다"고 전한 바 있다. 유튜브 방송에서 작가는 "600년 된 팽나무, 시대 배경, 구성 방법 등 대여섯 가지 요소를 입력해 놓고 AI(인공지능)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자료 조사와 내용 구성에서 AI의 도움을 받은 것이다.

대작가라고 할 수 있는 황석영 작가가 AI를 활용해 소설을 썼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보여준 것은 그 당시 매우 놀라웠다. 대작가는 기술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았고, 기술에 자기 문장을 맡기지도 않았다. 그는 AI를 작가의 자리에 앉힌 것이 아니라, 4년 동안 고심한 자신의 상상력을 밀고 가기 위한 조수의 자리에 두어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런 점에서 AI는 자료를 정리하고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를 끝까지 붙들 것인지, 어떤 고통과 기억을 문장으로 남길 것인지, 어떤 세계를 독자 앞에 세울 것인지는 여전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AI 시대의 내 일을 고민하다.
AI 시대의 내 일을 고민하다. solenfeyissa on Unsplash

이 질문은 내가 하는 홍보 업무에서도 반복된다. AI를 업무에 활용한다고 털어놓는 일은 양심 고백에 가까울까, 아니면 일하는 방식을 넓혀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일까. 가끔 기자들과 식사하면서 조심스럽게 털어놓곤 한다.


"저도 가끔 AI에게 보도자료 구성을 묻고 문장을 다듬어 달라고 합니다."

AI가 보도자료나 기사 초안을 빠르게 만들어주는 시대라지만 미안하게도 AI가 만든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할 만큼 만족스러웠던 적은 거의 없다. 사람이 읽었을 때 부족한 맥락을 보충하고,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하고, 기관의 입장과 시민이 궁금해 할 내용을 추가해야 했다. 문장을 여러 번 고치는 과정까지 거쳐야 비로소 한 편의 보도자료가 완성됐다.

AI가 초안을 도울 수는 있지만 무엇을 강조하고 무엇을 덜어낼지 결정하는 일, 사실과 해석의 경계를 판단하는 일, 틀린 내용에 책임지는 일까지 대신해주지는 못했다. 기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AI가 빠르게 정보를 정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르포와 현장취재의 가치가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미 공개된 자료를 모으고, 정보를 요약하고, 정돈된 문장으로 만드는 일은 AI가 상당 부분 대신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어두워진 공간에서 공연을 듣는 시민들의 표정을 직접 볼 수 없다. 정책 설명회에서 질문을 통해 답변을 충분히 듣지 못했을 때 아리송한 사람의 눈빛이나 전시를 바라보다 오래 멈춰 선 관람객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없다.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의 한마디,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 분위기는 직접 가본 사람만이 기록할 수 있다. 그래서 AI 시대의 홍보는 보도자료를 잘 작성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가 현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취재 기회를 만들고, 실제 사업에 참여한 시민과 전문가를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한다.

성과 뿐 아니라 사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안의 고민까지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현장 동선을 세심하게 설계하고 취재에 필요한 데이터와 배경 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자가 기관이 준비한 답변에만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하고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일이다.

나는 AI 시대 속 홍보의 경쟁력도 여기에서 갈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장을 더 빠르게 작성하는 능력보다 취재할 만한 현장을 발견하는 능력, 사람과 이야기를 연결하는 능력, 기자가 독자적인 시선으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충분한 자료와 접근성을 제공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이 문장을 대신 쓰는 시대일수록, 현장을 밟고 사람을 바라보며 진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가치는 더욱 선명해진다. 결국 그 본질적인 가치 위에 기술을 유연하게 더할 줄 아는 사람이 더 깊이 있고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워킹맘의 별빛동화에서 연재되는 '별빛문답'에 게재됩니다
#AI #작가 #기자 #홍보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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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에서 20년 이상 홍보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며 취미로는 아이들의 말과 사회현상을 원천으로 삼아 브런치에 동화와 에세이를 씁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과 공간, 현상을 담아 AI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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