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기와 글쓰기에 가장 훌륭한 자료는 읽기가 제공한다. 김영사
최근 체납관리단 일원으로 현장을 누비며 만나는 이들의 삶은 책 속의 문장을 현실로 끌어왔다. '체납'이라는 단어 뒤에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저마다의 아픈 사연이 숨어 있었다. 질병으로 생업을 잃은 사람, 사업 실패 후 재기를 꿈꾸는 사람, 가족을 부양하느라 몸도 마음도 병든 사람…. 버거운 삶의 무게를 짊어진 이들의 이야기는 매일같이 내 가슴을 울리는 작은 종소리가 되었다.
예전 같았으면 "왜 세금을 내지 않았을까?"라는 질문부터 던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숙론>을 읽은 뒤 내 질문은 달라졌다. "무슨 사연이 있기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상대를 함부로 판단하기보다 먼저 귀 기울이는 일, 당장 정답을 내놓기보다 사정을 이해하려 애쓰는 일이야말로 저자가 말한 '숙론의 시작'임을 현장에서 매일 배우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의 삶도 돌아보게 되었다. 가족과의 대화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글을 쓸 때조차 나는 얼마나 상대의 말을 충분히 들었을까. 좋은 글 역시 독자를 설득하려 하기보다 먼저 이해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이 순식간에 답을 내놓는 시대를 살아간다. 그러나 AI가 결코 대신할 수 없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아 경청하고 고민하는 깊은 시간일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숙론은 다소 느린 과정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사회적 신뢰를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길인지도 모른다.
갈등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 조직에서 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 그리고 더 좋은 글을 쓰고 깊은 관계를 맺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숙론>은 단순한 토론 기법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삶의 태도를 일깨워준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잘 듣는 일인지도 모른다. 조금 천천히 말하고, 한 번 더 상대의 뜻을 헤아리는 것. 어쩌면 숙론은 넘쳐나는 말 속에서 잃어버린 마음의 거리를 다시 좁히는 가장 따뜻한 대화법인지 모른다.
숙론 - 어떻게 마주 앉아 대화할 것인가
최재천 (지은이),
김영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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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간 공직에 몸담고 퇴직했습니다.
지금은 은퇴 이후의 삶을 다시 배우는 60대 인턴으로 살고 있습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인생 2막의 의미를 발견하는 글을 씁니다.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중장년과 노년의 삶을 기록하며,
나이 들어서도 배울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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