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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지키기 그 이상... '월인천강지곡' 세계의 기억으로"

[인터뷰] <월인천강지곡> 소장처 미래엔교과서박물관 김동래 관장

등록 2026.08.08 16:47수정 2026.08.0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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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엔 교과서 박물관에 전시 중인 월인천강지곡 복간본을 설명하고 있는 김동래 관장(오른쪽)
미래엔 교과서 박물관에 전시 중인 월인천강지곡 복간본을 설명하고 있는 김동래 관장(오른쪽) 김슬옹

지난 7월 22일 서울역사박물관 야주개홀에서 열린 '월인 콘퍼런스 2026'('월인천강지곡'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국제학술대회)은 300명이 넘는 청중이 참여한 가운데 다국어 공동 선언식과 학술 발표와 토론을 성황리에 치르고 막을 내렸다.

이 열기 한가운데에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 상권의 소장처인 미래엔교과서박물관이 있다. <월인천강지곡>은 세종대왕이 1443년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1446년 반포한 직후,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며 직접 지은 찬불가로, 새로 창제한 자국의 문자로 펴낸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다. 1447년 무렵 간행되어 구텐베르크 42행 성서(1455년 무렵)보다 여덟 해가량 앞선다. 상권 원본은 국보 제320호로, 1972년부터 미래엔(당시 대한교과서)이 소장해 왔고 2013년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기탁해 관리하고 있다.


등재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기도 한 김동래 관장을 지난 5일 세종시 미래엔교과서박물관에서 만나, 필자도 등재추진위원으로서 콘퍼런스의 성과와 등재 추진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 관장은 40년 넘게 교직에 몸담다가 인천 교육장을 끝으로 퇴임한 뒤 이곳 박물관장으로 부임해 월인천강지곡 세계기록유산 등재 소임을 맡게 됐다. 다음은 김동래 관장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

"'월인천강지곡'은 세계 학계가 읽어낼 유산"

- 7월 22일 콘퍼런스가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폐회 인사를 직접 하셨는데, 현장에서 어떤 감회가 드셨습니까?

"솔직히 놀랐습니다. 평일 낮 여섯 시간짜리 학술대회에 300명 넘게 오실 줄은 몰랐어요. 자료집이 모자랄 정도였으니, 주최 측으로서는 송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문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일본의 노마 히데키, 인도의 니르자 사마즈달, 이탈리아의 빈첸자 두르소 교수 등 해외 학자들이 각자의 문자·문헌 전통의 눈으로 <월인천강지곡>의 가치를 짚어 준 것이 큰 수확이었습니다. '우리끼리의 자랑'이 아니라 세계 학계가 함께 읽어 낼 수 있는 유산이라는 확신을 얻었지요."

- 이번 대회의 학술적 성과를 꼽는다면요.


"세 가지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등재 논리의 뼈대가 국제 무대에서 검증받았다는 점입니다. <월인천강지곡>은 '새로 창제한 자국의 문자로 펴낸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입니다. 직지(1377)는 한자, 곧 외래 보편문자의 활자본이고, 구텐베르크 성서는 자국어도 아닌 라틴어 성서였지요. 이 '제3의 명제'가 해외 학자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습니다.

둘째, 종합토론에서 나온 날카로운 반론들입니다. 토론자들의 문제 제기는 오히려 신청서를 단단하게 만드는 자산입니다. 셋째, 한국어, 일본어, 영어, 힌디어, 이탈리아어 등 참가국 언어로 발표한 다국어 공동선언입니다. 국내외 참여자들이 한목소리로 등재를 기원한 것은 유네스코가 중시하는 '공동체의 지지'를 보여 주는 실질적 기록이 됩니다."


- 미래엔교과서박물관은 소장처이자 등재 추진의 공동 주체입니다. 민간 기업이 국보를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 등재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오히려 모범 사례라고 자부합니다. 1972년 7월 21일 대한교과서 김광수 사장께서 '민족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대의로 이 책을 인수하신 이래, 박물관에서 항온·항습 등 과학적 보존 관리를 해 왔습니다. 그리고 2013년 5월부터는 더 전문적인 보존과 학술 활용을 위해 장서각에 기탁했습니다. 민간 소유자가 국가 전문 연구 기관에 위탁해 보존과 연구의 시너지를 낸 사례지요.

무엇보다 소유자가 등재 추진의 공동 주체로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소유자 동의와 보존 관리 체계를 이미 갖추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는 소장처인 박물관을 맡아 관리하는 사람일 뿐이고, 이 책의 원 소유주는 미래엔(주) 김영진 회장님이시라는 점입니다. 선대 김광수 사장의 뜻을 이어 이 책을 지켜 오시고 등재 추진까지 앞장서 결단해 주신 소유주가 계셨기에 오늘의 걸음이 가능했습니다."

- 등재추진위원회가 2025년 출범한 이후 성과가 적지 않습니다.

"2025년 11월 학술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5월 15일 세종대왕 나신 날에는 1년여의 공동 집필 끝에 <월인천강지곡 입체 해설서>를 펴냈습니다. 박병천 위원장님을 비롯한 여섯 집필위원이 쓰고 권재일 한글학회 이사장님이 감수하셨는데, 서지·소장사·곡별 해설에 194곡 전곡의 현대어 풀이와 미국인이자 명칼럼니스트인 강형원 기자의 영문 번역까지 담았습니다. 제3부 영문 편은 국제 평가자들이 바로 읽을 수 있도록 설계했지요. 이 해설서가 사실상 등재 신청의 통합 근거 자료입니다. 그리고 이번 국제학술대회와 공동선언까지, 학술 기반과 사회적 지지 기반을 동시에 쌓아 온 셈입니다."

-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실무적으로는 유네스코 신청서 열두 개 항목을 하나하나 채워 가고 있습니다. 학술적으로는 대회에서 제기된 쟁점들에 대한 답변을 논문과 자료로 백서 형태로 발간해 국제 평가에서 어떤 질문이 나와도 근거로 답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려 합니다."

- 세종시에 새 박물관 건립이 2027년 완공되지요.

"그렇습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원본을 모실 새 박물관이 세종시에 추진되고 있습니다. 세종대왕의 이름을 딴 도시에 세종대왕이 직접 지은 책이 돌아와 자리 잡는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크지 않습니까. 소장처로서 저희도 최선을 다해 뒷받침하겠습니다만, 박물관 건립은 추진 기관인 세종시가 주도하는 사업인 만큼, 세종시의 적극적이고 치밀한 노력을 크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가유산청의 국내 후보 선정이라는 관문을 거쳐, 2028년 이후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최종 목표로 차근차근 가겠습니다."

- 끝으로 독자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월인천강지곡>은 어려운 옛 책이 아닙니다. 한자를 모르는 백성도 읽을 수 있도록 한글을 크게, 한자를 작게 앉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사상을 580년 앞서 실현한 문헌입니다. 훈민정음 해례본이 문자의 설계도라면, <월인천강지곡>은 그 창제자가 몸소 보여 준 첫 작품입니다. 이 책이 세계의 기억이 되는 날까지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대담 하기 전 박물관 전시실을 둘러보면서 김 관장은 복간본 앞에 한참 서 있었다. 달이 천 개의 강에 비치듯, 1447년 무렵의 한글 금속 활자가 머지않아 세계에 환히 비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월인 콘퍼런스 2026(7.22)에서 폐회사 한 김동래 관장
월인 콘퍼런스 2026(7.22)에서 폐회사 한 김동래 관장 김슬옹


#월인천강지곡 #김동래 #미래엔교과서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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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학과 세종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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