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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6.08.12 17:57수정 2026.08.12 17:57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 새벽에도 일하면 안 돼."
"더울 때는 밖에 나가지 말고 집에서 에어컨 켜고 계세요."
"물도 많이 마시고요!"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생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서산에 사는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엄마는 웬일인지 순순하게 아이들의 잔소리를 따르셨다. 평소라면 누진세다, 전기요금 폭탄이다, 하며억지로 더위를 견디셨겠지만, 올해는 다르다. 우리 집에 새로운 무기가 하나 생겨서다. 바로, 주택 태양광이다.
[관련 연재 : 고향집 다시 짓기 https://omn.kr/274ba]

▲집을 짓고 2년만에 태양광 패널 설치 작년에도 시도했는데, 워낙 경쟁률이 치열해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제 간신히 설치했는데, 너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이창희
지난봄부터 부지런히 사업 공모 기간을 확인하여, 무려 두 번 만에 당당히 지원에 성공을 했고, 4월에 확정된 사업이 7월 말이 되어서야 설치가 완료된 것이다. 얼마나 절묘한 타이밍이었는지, 태양광 설치가 조금만 늦었으면 엄마는 이 '사람 죽어나가는 무더위'를 에어컨 없이 버티셨을지도 모른다. 나갈 돈이 무서워서.
폭염 직전 설치된 주택 태양광

▲한국에너지공단 건물주택 지원사업 안내 주택태양광 설치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에너지 공단의 홈페이지입니다. (https://nr.energy.or.kr/A0/GN_00/GN_00_00_010.do)
이창희
주택 태양광 설치 사업은 매년 3월쯤 신청을 받는다.
매년 대상 가구 선정 숫자가 조금씩 달라지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은 후, 필요한 서류를 확인하여 설치 가능 여부를 검토한 후, 지원 대상을 확정한다. 올해의 일정을 돌아보니 3월 23일에 신청하여, 4월 15에 계약, 4월 23일에 사업이 선정된 후, 27일에 승인되어 사업비를 입금하고 나서 7월 말에 설치가 완료될 때까지 3개월쯤 기다려야 했다.
그렇게 무더위 직전에 우리 집엔 3kW급 태양광 패널이 설치되었다. 매년 설치에 대한 지원금은 조금씩 달라지는데, 올해는 주택 3kW를 기준으로 총 사업비 454만 천 원 중, 정부 지원이 165만 원이었고 설치가 완료된 후 지방비 보조금도 지급된다고 들었다.
설치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태양광 패널은 꽤나 만족스럽다. 매일 가장 태양이 뜨거운 시간의 최고 발전량이 3kW에 접근하고 있고, 구름 없이 맑은 날엔 20kWh 정도의 일일 누적 발전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주에 집에 와서 확인하니, 일주일 동안의 누적 발전량이 140kWh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 정도면 고향 집에서 엄마가 한 달에 사용하시는 전기를 모두 채우고도 남는 수준이다. 여름엔 에어컨 때문에 전기 사용이 급증하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시간에 그만큼 뜨거운 태양이 필요한 전기를 채워주고 있어 안심이다.

▲주택태양광 설치완료! 집의 비닐하우스 입구쪽에 주택태양광을 설치했습니다!
이창희
태양광 보급률이 높아져 가장 전력수요가 높은 시간대의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뉴스를 얼마전에 본 적 있다. 태양광 발전이 완벽한 정답은 아닐 수 있겠지만, 요즘처럼 뜨거운 날들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전기가 없어 겪게 되는 불편은, 정말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으니, 이것도 다행이다.
게다가 올해의 유럽은 가뭄과 폭염으로 인해 수자원까지 부족해져서, 담수 중심으로 운전되는 원자력 발전 시설의 경우 발전소 운전이 중단된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전력 생산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확보하는 것은 앞으로의 변화무쌍한 세상을 준비하는 중요한 선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기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개인의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기가 있었다. 너무도 더운 포항에서 18년째 굳이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이유도, 혼자 사는 1인 가구라면 이 정도는 버텨야 한다는 실천에 대한 고집,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이게 옳다고 말할 수가 없다.
인간이라는 항온동물이 버티기에, 40도를 넘나드는 고온은 너무나 가혹하기 때문이다. 열이 39도만 올라도 급하게 응급실로 뛰어가야 하는 게 인간이라는 생명체이니 말이다.
아무리 더워도 할 일은 해야 하는 엄마
"이제 집에서 마음껏 에어컨을 켜는 것으로 합시다!"
가족들의 채팅방에 메시지를 보냈다. 앞으로의 여름이 얼마나 더 더워질지, 그게 우리를 또 얼마나 괴롭힐지 예상할 수 없다. 예전 같으면 지구온난화다 개인의 실천이다 우기면서, 가족들을 괴롭혔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부터 우리 고향 집에선 마음껏 에어컨을 쓰기로 결정했다.
우리 집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은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어줄 테니 말이다. 태양광 패널이 열심히 태양빛을 전기로 만들어서 지금 내가 쓰는 전기가 세상을 망치는 걸, 조금이라도 막아주길 바랄 뿐이다.
태양광 패널이 일주일 동안 발전하는 전력량이 우리가 한 달 동안 쓰는 전력의 40% 정도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엄마는 이제 에어컨을 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엄마의 두려움은 아마 매달 날아오는 전기요금 명세서 때문이었겠지만, 엄마가 너무 덥지 않게 여름을 날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니 그것도 고맙다.

▲엄마는 새벽같이 꺠를 수확하고 말려서 털고계시네요. 엄마의 밭은 더위가 물러가기를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해가뜨기 전 수확한 참깨를 한낮의 햇빛에 말려서, 기어이 수확을 해 내시네요.
이창희
참을 수 없는 더위라는 게 있다. 그걸 우리는 매년 새롭게 느끼는 중이다. 이 와중에도 엄마는 그 가혹해지는 자연을 마주하며, 마늘을 거둔 땅에 깨를 심고, 가장 더운 요즘 참깨를 거둔다. 아무리 더워도 해야 할 일은 그대로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러니, 그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시원한 그늘이 아낌없이 주어지는 대한민국이면 좋겠다. 태양광 패널을 더 많이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자연은 우리를 언제까지 기다려줄까요? 소나기가 잠깐 내린 서쪽의 하늘이 너무도 붉어졌습니다. 자연에 조금은 덜 해를 끼칠 수 있는 삶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는 요즘이지만, 일단, 살아남아야겠습니다. 미안!
이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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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에어컨 켜고" 주택 태양광 설치가 바꾼 고향집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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