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 지난 8월 5일 청와대에서 2026년 하반기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합동 대통령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8월 출범 후 처음 맞은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대립과 적대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 열어가자며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천명했다. 관련하여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의 삼 원칙, 즉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인가? 2017년 북한의 핵 개발에 대응해 국제사회는 이전에 없던 강력한 대북 제재를 가했다. 당시 중국과 러시아, 한국이 이 제재에 동참하며 소위 '대북제재동맹'이 구축됐다. 여기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북한 스스로 국경을 봉쇄하며 스스로 고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북한은 그야말로 국가의 존폐위기 상황에 몰렸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한반도 정세가 요동쳤다. 북한이 러시아에 전투병을 파병하며 북러관계가 군사동맹에 준한 관계로 급속히 전환된 것이다. 여기에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방문하면서 북중관계 또한 복원되고 있다. 그 결과 강고했던 대북 제재동맹은 붕괴되고 '왕따'였던 북한이 한반도 주변 정세를 주도하는 변수가 된 것이다.
반대로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치달았다.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으로 시작된 '한반도의 봄'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며 차갑게 얼어붙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가 무인기를 평양에 보내 북한을 도발하고 내란의 명분으로 삼으려 하는 등 남북 간 불신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2023년 12월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라 주장하며 동족도, 통일도 부정하기에 이르렀다.
미중 갈등 속에 자유무역체제의 규범이 훼손되고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다.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가 지속되고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정책을 추진해야 할까? 우선 남북 간 무력 충돌의 가능성을 배제하고 한반도에서 평화공존의 규범을 정착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실용주의를 넘어선 생존전략인 것이다.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대북정책이자 외교정책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와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대북정책일 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평화외교 정책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 8월 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한반도 평화공존은 우리가 가야할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며 하반기 국내외 정치일정을 활용해 '평화공존의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은 통일부만의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외교부가 한반도 평화공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공유하고 평화외교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에 뒷짐을 지고 있다. 마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외교부는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주요 현안 과제로 "긴장 완화와 평화공존,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제안하고 있으나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이 추구하는 삼 원칙과는 다른 '대북 관여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관련하여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조현 외교부 장관이 통일부의 4자 대화 구상 등 한반도 평화공존 발전구상에 대해 '이상적인 말씀'이라 평가절하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었다. 대통령과 정부가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천명하고 추진하는 상황에서 이를 스스로 부정한 것 아닌가? 외교부는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국제정치에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공감대를 확보해야 할 주무 부처다. 그런 외교부가 스스로 동북아 4자 대화를 모색해도 모자랄 판에 '이상적'이란 비판을 하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부정하는 외교부의 행태는 2025년 12월 외교부가 "대북 관여 방안을 포함한 대북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한미 간의 정례적인 정책 공조 회의(TF)" 개최를 추진하며 붉어진 바 있다. 결국 한미정책공조회의는 2018년 출범 후 실패한 '한미워킹그룹'의 재림이란 비판 속에 중단됐다(관련 기사:
이재명 정부, '국민주권 대북정책' 버리고 미국과 공조하나 https://omn.kr/2gdmm).
외교부는 당시의 교훈을 잊은 것인가? 결론적으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스스로 부정하는 이러한 외교부의 행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 왜 미뤄지나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8월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정지시킨 9.19 남북군사합의를 단계적으로 복원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약속이었으며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라 할 수 있다.
2018년 9월 남북은 '9·19 남북군사합의(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를 통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윤석열 정부는 2024년 6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9.19 남북군사합의를 전부 정지하며 남북 간 무력충돌의 안전장치를 제거해 버렸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남북의 물리적 충돌을 배제하고 잠자고 있던 '정전협정'을 깨워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를 복원한 역사적인 합의이다. 동 합의의 내용은 평화협정에 준한 내용을 담고 있을 정도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필수적인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9.19 군사합의의 복원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어찌 된 일인가?
문제는 국방부에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남북합의서'라는 관점에서 통일부 소관일 수 있지만,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이 합의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국방부가 주무 부처로서 이를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번에 진행된 국방부의 하반기 대통령 업무보고 내용에 9.19 군사합의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는 것이 무언가 우리의 안보를 양보한다는 시각도 있다. 9.19 군사합의를 복원하면 전방에서 우리 군의 군사훈련에 제약을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군사훈련인가? 북한이 비무장지대에 대전차 방벽을 치는 마당에 우리가 북한을 향해 접경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진행할 이유가 무엇인가?
12.3 내란 세력은 북한을 도발해 내란의 명분을 찾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9.19 군사합의라는 안전장치를 제거한 것이다. 9.19 남북군사합의를 국방부가 책임지고 결자해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반도 평화공존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소이산 전망대에서 바라 본 북녘땅 철원군 소이산 전망대에서 접경지역 넘어 북녘땅이 보인다.
정일영
한반도 평화공존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청와대가 나서 그간 정부 부처 간에 드러난 정책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이제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을 중심으로 대북, 외교, 국방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관련하여 최근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사회적 대화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 정부를 표방하고 있다. 부처 간의 담장을 넘어 우리 사회의 핵심과제로서 한반도 평화공존을 위한 우리 국민의 지혜를 모으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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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정일영입니다.
저의 관심분야는 북한 사회통제체제, 남북관계 제도화, 한반도 평화체제 등입니다.
주요 저서로는 [한반도 리빌딩 전략 2025], [한반도 오디세이], [평양학개론], [북한경제는 죽지 않았습니다만], [속삭이다, 평화], [북한 사회통제체제의 기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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