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어도> <바람> <생존A> <생존C> <제주도> 폭풍우 속의 사람과 조랑말과 까마귀 등을 통해 제주인의 고단한 삶을 웅변하고 있다. <생존C>(2005년작)를 제외한 나머지 작품은 모두 1991년작.
황의봉
이번 특별전에는 그림뿐 아니라 화가를 다룬 신문 기사 등 아카이브 자료 20점도 전시하고 있고, 변시지 화가의 작품을 미디어아트로 감상할 수 있는 영상실도 운영하고 있다. 전시된 신문 기사를 보니 그가 한때 대표적 인터넷 포털사이트였던 야후의 세계 100대 미술작가 명단에 올랐다는 대목도 나온다.
변시지 화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도 지나치지 말고 꼭 들여다보기를 권한다. 이곳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화가가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는 '세 발 의자'다. 다리가 3개뿐인 이 의자는 두 다리와 한 지팡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지팡이를 짚은 사내는 아마도 작가 자신이었을 터인데, 의자마저 세 발로 만든 그의 의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변시지 특별전은 기대 이상의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 무더운 여름날 뜻밖의 횡재를 한 듯한 전시회 감상 소감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기당미술관을 나와서 서귀포 이중섭거리 입구에 있는 북카페 사이서가로 향했다. 사이서가는 이중섭미술관과 지척이고, 이중섭이 살았던 집과는 바로 이웃해 있다. 서귀포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즐겨 찾고, 여러 문화행사가 열리며, 올레길을 걷는 육지 사람들도 들려 쉬어가는 곳이다.
사이서가 최은숙 대표를 만나 방금 기당미술관에서 변시지 특별전시회를 보고 오는 길인데, 너무도 감동적이었다며 관람을 권했더니, 자신도 어제 봤다고 한다. 전시회 감상 소감으로 이야기꽃이 활짝 피자 최 대표가 전화로 손님을 초대했다. 바로 변종필 서귀포공립미술관장으로, 사이서가 바로 아래 건물인 창작스튜디오에 그의 사무실이 있었다. 미술평론가이기도 한 변종필 관장은 서귀포시 산하 공립미술관인 이중섭미술관, 기당미술관, 소암기념관, 창작스튜디오의 운영과 관리 책임을 맡은 분이다.
변종필 관장은 변시지 화가가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덜 알려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홀로 독자적 세계를 구축하는 작품활동을 해왔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변시지는 삶과 존재의 근원을 향해 평생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화가였다"라면서 "그림 속 제주의 바람과 폭풍, 조랑말과 외로운 배는 단순한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삶의 한가운데를 홀로 통과해야 하는 인간에 대한 깊은 사유"라고 평가했다.
변 관장에 의하면 변시지 화가는 무려 수천 점에 이를 만큼 국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그림을 그리다가 죽고 싶다"라고 말한 대로 실제 작고하기 전날까지도 병실에서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 말이 실감이 난다.
변 관장은 추사 김정희 이후 제주도의 화가 맥락을 이어간 대표적 인물이 변시지와 4·3의 화가 강요배라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서귀포 하면 이중섭을 연상하기 마련이지만 변시지야말로 이중섭 못지않은 숨은 보물 같은 존재라고 덧붙였다. 마침 이중섭미술관이 신축공사 중인 만큼 서귀포에 오면 기당미술관에 와서 변시지를 만나보라고 강조했다.
변시지 탄생 100주년 특별기념전은 기당미술관에서 9월 27일까지 열린다. 이 시기에 제주도를 여행하게 된다면 꼭 한번 감상해보길 강추한다. 기당미술관의 통창을 통해 한라산의 멋진 전경을 감상하는 보너스도 누릴 수 있다. 제주도 방문 계획이 없다면 고려대 박물관에서의 서울 순회전(10월 13일~11월 28일)을 놓치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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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봄 제주로 이주했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 그리고 제주현대사의 아픔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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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제주도에서 꼭 봐야 할, 서귀포의 숨은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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