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시민신문
은평구시설관리공단이 경영본부장 A씨의 연임 과정에서 정관에 명시된 연임 조건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임 자격을 규정한 명확한 기준이 있었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한 채 연임이 이뤄졌고, 외부 감사에서 지적을 받은 뒤에는 조건을 채우는 대신 그 조건을 규정한 정관 조항 자체를 삭제했다. 그리고 요건이 사라진 정관 위에서 A씨의 연임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인사의 기준이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 임원의 임기는 3년이다. 이후에도 자리를 이어가려면 성과가 뒷받침돼야 하고, 그럴 경우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A씨는 2021년 3년 임기로 부임한 뒤 2023년 말 임기가 끝났으나, 2024년부터 연임을 이어와 6년째 근무 중이다.
연임 조건은 '경영평가 등급 상향'
A씨의 연임에는 명확한 조건이 붙어 있었다. 당시 공단 정관 제9조(임기)는 임원 임기를 3년으로 하되 "경영성과에 따라 1년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같은 조 제2항에서 그 '경영성과'가 무엇인지까지 못 박았다. "경영성과라 함은 경영실적이나 결과가 개선되어 지방공기업법 경영평가 시 등급이 전년 대비 상향조정되는 경우를 말한다"라는 것이다.
정리하면 연임의 조건은 막연한 '성과'가 아니라, 매년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실시되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등급이 전년보다 올라가는 것이었다. 이 평가는 기관의 경영 실적을 점수화하고 '가'부터 '마'까지 등급을 매긴다. 등급이 오르지 않으면 연임 자격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구조였다.
등급은 5년 연속 '다'… 조건 미충족
그러나 공단이 취재에 제출한 경영평가 결과를 보면 이 조건은 충족되지 않았다. 등급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연속 '다' 등급에 머물렀다. 직전인 2020년은 '라' 등급이었다. 점수 역시 89.43점에서 86.20점, 84.74점으로 하락했다가 87.09점으로 반등하는 등 등락을 거듭했을 뿐, 등급이 상향된 해는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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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전 정관이 요구한 '등급의 전년 대비 상향'이라는 요건에 비춰 보면, A씨의 연임은 그 조건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진 셈이다.
서울시 감사위 "요건 검토 미흡"… 경고 처분
이 문제는 외부 감사에서 확인됐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2023년 당시 유효했던 정관상 연임 요건에 대한 검토가 미흡한 상태에서 A씨의 연임 절차가 진행된 점을 지적했다. 연임 자격이 되는지를 제대로 따지지 않고 절차를 밟았다는 것이다.
감사위는 이에 대해 관련자 경고 처분을 요구했고, 공단은 이에 따라 2024년 5월 20일 관련자 경고 처분을 완료했다. 연임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점이 외부 감사를 통해 공식 확인된 것이다.
조건을 채우는 대신, 조건을 삭제했다
통상 이런 지적을 받으면 요건을 충족하도록 절차를 바로잡는 것이 순서다. 그러나 공단이 택한 방향은 달랐다. 성과를 끌어올려 등급을 높이는 대신, 그 요건을 규정한 정관 조항 자체를 손봤다.
공단은 감사 경고 처분을 마친 지 넉 달 뒤인 2024년 9월 정관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2024년 9월 2일 제133회 이사회에서 가결됐고, 9월 6일 구청장 승인을 거쳐 9월 9일 자로 시행됐다.
바뀐 내용의 핵심은 '등급 상향' 요건의 삭제다. 개정 전 제9조 제2항에 있던 "경영성과라 함은 … 경영평가 시 등급이 전년 대비 상향조정되는 경우를 말한다"는 정의 조항이 통째로 사라졌다. 대신 1항은 임명권자가 "경영성과계약 이행실적 또는 직무이행실적 평가결과, 경영평가결과 등을 고려하여" 연임 여부를 결정하도록 바뀌었다. 등급이 올라야 한다는 뚜렷한 기준이, 여러 지표를 두루 살펴 판단하는 방식으로 완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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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 답변이 드러낸 모순
공단은 취재 답변서에서 정관 개정에 대해 "종전 정관의 임원 연임 기준이 경영평가 등급 상승 여부로 한정돼 지방공기업법령 및 행정안전부 기준의 종합적인 성과평가 기준과 일부 차이가 있었다"라며 "상위 법령·기준과의 정합성을 확보하고 해석상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요건을 단순히 완화·삭제한 것이 아니라 지방공기업 설립기준의 정관안과 기준을 통일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공단이 함께 제출한 답변은 오히려 문제 지점을 드러낸다. 공단은 정관 개정(2024년 9월) 이전인 2023년과 2024년의 연임 심의에 대해 "경영성과계약 이행실적, 고객·내부 만족도, 주요사업 추진실적, 지역사회 공헌사업, 외부기관 수상·인증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연임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시 유효했던 정관이 연임 요건을 '경영평가 등급의 전년 대비 상향'이라는 단일 기준으로 못 박고 있었다는 점이다. 만족도나 수상 실적을 두루 살피는 종합 심사는 오히려 정관이 개정된 뒤에야 반영된 방식이다. 결국 공단은 정관이 바뀌기 전부터 이미 정관이 요구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임을 결정해 온 셈이며, 정작 당시 정관이 요구한 등급 상향 요건을 충족했는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정관에 명확한 기준이 있을 때는 그 기준을 지키지 않았고, 그 사실이 감사에서 지적되자 기준 자체를 없앴다. 그리고 그렇게 기준이 사라진 자리에서 A씨의 연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공단 인사의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묻게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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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조건 못 채우자 조건을 없앴다… 은평구시설관리공단 '기준 없는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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