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아파트 공급이 답이다."
과연 그런가. 급등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 문제를 둘러싸고 다수 언론들이 주장하는 것은 '아파트 공급 확대'다. <동아일보>는 8월 7일 사설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충분한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차고 넘친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7월 20일 사설에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세는 잡히기는커녕 확대 일로다, 꽉 막힌 공급을 풀어주는 게 우선이라는 걸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다"면서 "그런데 무조건 공급을 늘려도 부족할 판에 정부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엔 주저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경향신문>도 3일 사설에서 "정부는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실질적인 공급 대책을 신속히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파트 공급만 제대로 되면 집값이 안정화된다는 '공급 만능론'이 국내 대다수 언론들의 머릿 속을 지배하는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20억짜리 아파트 100만 호를 공급하면 집값이 안정되는가."
<한국경제> 등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84㎡ 평균 분양가는 21억 3600만 원이다. 공급 만능론을 외치는 언론들 가운데,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고분양가를 문제 삼는 언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분양가'에 대한 별도의 고려가 없는 한, 공급 대책에 따른 아파트 가격은 이 수준과 비슷하거나 이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아파트 공급에 따른 가격 안정이라는 가설이 성립하려면 위 질문에도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두 가지다. '아파트 가격이 20억 원으로 완전히 고정'되거나, '공급 과잉으로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으로 떨어진다'는 시나리오다. 아파트 가격은 '하방경직성'이 높은 성격을 지닌다. 주택 구매자 상당수가 막대한 빚을 안고 집을 구매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가격을 낮춰서 팔지 않으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국토교통부의 2019년 분석 자료를 보면 높은 아파트 분양가는 주변 주택가격 상승까지 자극한다. 이런 요소를 감안하면, 해당 지역 집값은 20억 원으로 굳어질 확률이 더 높다는 점에서, 첫 번째 시나리오가 훨씬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급만능론을 외치는 언론들이 과연 이 질문에는 어떤 답을 자신할지 궁금하다.
언론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두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20억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대출'에 의존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20억 원에 분양받은 아파트가 절반으로 떨어진다면 아파트 입주자들은 모두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게 되고, 이같은 사례가 누적되면 국가적 가계대출 부실 사태로 발전하게 된다. 아파트 대출 문제를 차치하고 20억짜리 아파트를 살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얼마나 될까.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집값을 잡은 사례는 찾아볼 수없지만,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과도한 채무를 떠안은 집주인들이 집값 하락을 견디지 못하면서 비롯됐다는 역사적 사례는 증명돼 있다. 결국 분양가 요인이라는 고려 없는 '공급만능론'은 아파트를 지어서 파는 건설사와 부동산업자들만 승리하는 주장일 뿐이다.
'공급만능론'의 문제는 서울 과밀 현상을 더욱 집중시킨다는 측면에서도 문제다. 언론들이 지목하는 공급 확대론의 중심 지역은 '서울'이고, 서울은 더이상 대규모 택지를 개발할 지역이 없고, 서울 전역에 아파트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7월 기준 서울 인구는 928만 명, 대한민국 전체 인구 중 18%가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으로 범위(2025년 12월 기준)를 넓혀보면 주민등록인구는 2608만여 명으로, 전국 인구의 약 50.3%를 차지한다. 전체 국토 면적의 11%인 수도권 지역에, 대한민국 인구 절반이 거주하는 셈이다. 인구 밀집에 따른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지역 격차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 만능론에 따른 부동산 정책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 없다. 가뜩이나 인구가 몰리는 곳에 더욱 사람들이 몰리고, 정부와 지자체는 그 지역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강화하는 수순으로 이어진다. 그러면 비수도권에 거주하던 사람들이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서울과 수도권을 찾으면서 수도권 인구는 과밀을 넘어 '초과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굴레가 계속 된다. 과밀에 따른 주거환경 악화도 예상 가능한 부작용이다. 수도권으로 사람들이 빠져나간 지방은 공동화 현상이 더욱 심해지고, 소멸되는 지역도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지금 언론들이 외치는 '공급 만능론'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도 낙관적이고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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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아파트 지으면 집값 잡히나...언론들의 위험한 공급만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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