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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든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준 사탕 한 알

    [시로 읽는 오늘] 강민영 '사탕 한 알'

    등록 2026.08.20 09:01수정 2026.08.2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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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기자말]
    사탕 한 알
    - 강민영

    할머니는 몸에서 나온 것으로
    벽에다 선사시대 암각화를 그렸다
    긁힌 벽지에 빛바랜 동통이 피어났다


    냄새나는 고쟁이에서 떨어진,
    누구의 것인지 반으로 접힌,
    목덜미 향긋했을 아낙의 사진

    몇 번의 바람이 흙벽을 긁고
    몇 개의 분열로 뭉개지는 벽지를 보며
    어머니는 자주 주저앉았다

    손가락이 붓도록 이불 빨래만 하던 어머니는
    앞마당의 은행나무를 작대기로 때렸다

    먼 산모퉁이를 넘어가는 달이
    제 그림자를 가까스로 뱉어내던 날,

    할머니가 꼭 쥐었다 놓은 어머니의 손에
    찐득거리는 사탕 한 알 있었다


    툇마루 끝에 세워놓은 지팡이
    바람에 나동그라질 때마다
    어머니가 세우려던 말처럼
    할머니의 안간힘처럼
    땅바닥에 그어대는 손톱자국 몇 줄

    출처_시집 <아무도 달이 계속 자란다고 생각 안 하지>, 삶창, 2020
    시인_강민영: 2015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무도 달이 계속 자란다고 생각 안 하지> <외로운 너는 개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고>가 있다.


     사랑이 사탕 한 알의 안간힘으로 남을 즈음
    ▲ 사랑이 사탕 한 알의 안간힘으로 남을 즈음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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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탕 한 알>은 할머니, 어머니에서 나로 이어지는 여성의 삶을 다루고 있다. 긁힌 벽지와 이불 빨래, 고쟁이, 사탕과 지팡이 등의 사물을 통해 여성이 감당해온 고단했던 가족사를 그려낸다. 할머니는 자신의 몸에서 나온 것으로 벽에 암각화를 표현하고 손이 부르트도록 빨래하던 어머니는 애꿎은 은행나무를 때린다.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고부간의 갈등은 작고 끈적한 '사탕 한 알'을 통해 애정과 화해로 전달된다. 이 짧은 접촉의 순간에 응축되어 나온 감정이 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늙고 병든 몸에 대한 연민과 그가 떠난 자리를 애도하는 마음이 우리가 지금 잊거나 잃어버린 것이 무엇일지 떠올리게 한다. 삶의 존엄을 말하지만, 그것은 기억을 잃은 존재를 대하는 나의 태도로 구체화 되기 전까지는 관념의 세계에 머물러 있다.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모든 마음에 <사탕 한 알>의 평온이 깃들기를 기도한다. (우은주 시인)
    #강민영시인 #사탕한알 #아무도달이계속자란다고생각안하지 #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
    댓글

    (사)한국작가회의는 이 땅의 대표적인 문인단체로서 표현의 자유와 사회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했던 <자유실천문인협의회>와 <민족문학작가회의>의 정신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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