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품는 책숲이란 무엇일까요. 책이 낡아서 버릴 수 있지만, 책에 손때(손길)가 깃들기에 더 고이 품으면서 아이들한테 새롭게 책빛을 물려줄 수도 있습니다.
최종규
충청북도에서 90년 된 충북도청을 되살린 <그림책정원 1937>도 있습니다만, 장흥군은 이미 다른 '살려쓰기(재활용)' 보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장흥군에는 '장흥교도소'가 있었는데, 이 장흥교도소를 내부까지 하나조차 바꾸지 않고서 살려내어 2025년에 <빠삐용zip>이라는 이름을 붙인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교도소를 옛모습 그대로 남기고 살렸기에, <빠삐용zip>(장흥교도소)은 국내에서 '감옥'이 나오는 영화를 찍을 적에 다 그곳에 가서 찍는다고 합니다. 지난 2025년 4월에 <빠삐용zip>을 누구한테나 열어놓는 날에 '크라잉넛'과 '노브레인' 같은 노래두레가 찾아와서 장흥군민이 '교도소에서 춤추며 노는 잔치'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서울역과 서울시청은 더 오래되었는데도, 굳이 철거를 하지 않습니다. 원형과 외관을 고스란히 살려서 역사문화시설로 삼습니다. 저희가 고흥에서 빌려쓰는 '흥양초등학교'라는 폐교도, 낡았으면 낡은 대로 원형유지를 해서 내부를 조금 손 보면 문화 시설로 남길 수 있겠지요.
저는 2025년 한 해를 부산에서 상주작가로 지냈는데, 이때에 < F1963 >에서 '책방지기의 미술관'이라는 도서전시회 한자리를 함께 기획해서 차렸습니다. 저는 '함께책 100'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와 어른이 두고두고 함께 읽을 책 100가지를 뽑아서 4행시로 소개글을 붙이는 전시기획과 설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부산에 있는 < F1963 >은 1963년에 생긴 공장을 '공장 외형과 내관'을 거의 손대지 않고 살려서 마련한 예술전시공간이라고 합니다.

▲ 고흥에 있는 <숲노래 책숲> 골마루. 이제는 책꽂이를 들일 빈틈이 모자라서 책더미를 쌓는다.
최종규

▲ <숲노래 책숲> 한켠. 책꽂이를 들일 틈이 모자라서 책을 수북수북 쌓지만, 책더미를 살펴볼 수 있는 책숲도 즐거울 수 있겠다고 느낀다.
최종규
전국적으로 오래된 방치시설과 유휴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살려 쓰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새 건물만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끄는 것은 아닙니다. 오래된 건물에 깃든 역사와 이야기를 그대로 살리는 것 역시 중요한 문화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새집이 나쁠 일이란 없습니다. 날마다 새 책이 나오듯 새집도 지어야지요. 그러나 새 책만으로는 책의 세계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쓰인 괴테와 헤세, 윤동주와 백석의 글도 우리는 '새로운 빛'으로 맞아들이며 읽습니다.

▲ <숲노래 책숲>은 건물 바깥에 알림판을 붙일 수 없어서, 안쪽에 손글씨로 작게 알림판을 놓았다.
최종규
이런 테두리와 얼거리에서, 전남 고흥에 있는 저희 <숲노래 책숲>은 국어사전을 짓는 발판이자, 오래된 폐교를 싸목싸목 새롭게 살리는 문화예술교육터전이자, 인구소멸위기 시골 군단위에서 '큰씨앗'이 아닌 '작은씨앗'을 한 톨씩 심는 길을 갈 수 있습니다. 고흥군청과 고흥교육지원청은 폐교를 슥 철거해서 없애는 길을 이제는 그만두고서, 작은배움숲으로 되살려서 새롭고 즐겁게 가꾸는 길을 함께 나아갈 수 있습니다.
참말로 아름드리숲을 이룬 모든 곳은 작은씨앗 한 톨이 처음 깃들면서 천천히 퍼져서 푸르게 빛납니다. 고흥군에서 큰돈을 들여서 큰집을 세우는 큰일을 한켠에서 해본다면, 다른켠에서는 작은집과 작은마을과 작은사람과 작은씨앗을 눈여겨보면서 작은숲을 지을 만합니다. 오래집(오랜 역사가 깃든 건물)과 오래책(오랜 삶내음이 깃든 책)을 눈여겨보면서 찬찬히 피어나기에 마을숲이 아름다울 테니까요.

▲ 시골에서 폐교를 책마루숲(도서박물관)으로 삼은 지난 16년 동안 온갖 책을 써냈다. 숲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즐겁게 배우면서 천천히 쓰면 된다.
최종규

▲ 낱말을 살펴서 낱말책을 짓는 작은배움숲인 <숲노래 책숲>에서는 으레 '낱말놀이'를 하면서 '글놀이꽃(시창작교실)'을 연다.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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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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