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 사람을 집중분석 소개하는 계간 <작가세계>가 1989년 여름에 창간되었다. 편집 후기에서 "우리는 한국의 문학계를 빛내고 있는 작가들을 한 사람씩 집중적으로 조명함으로써 우리 문학에 대한 이해의 심화를 이룩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발행인 최성호, 책임편집 이동하·최승호, 발행처 도서출판 세계사다.
창간호는 '이문열 특집'이다. '사람의 아들'에서 '변경'까지를 다루었다. '이문열의 젊은 날의 일기', '독자에게 보내는 젊은 날의 일기', '작가를 찾아서', '이문열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작가를 보는 시각', '작품론', '작가 연구자료' 등이 실렸다.
무기명의 창간사다.
1990년대의 문턱을 바라보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는 전에 없던 격동의 소용돌이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고 있다. 이 소용돌이가 보다 가치 있고 인간적인 세계의 창조에로 이어지도록 만드느냐, 아니면 단지 우리의 근대사를 지배해 온 실패의 기록에 한 개 항목을 더 보태는 것으로 끝나게 하느냐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 모두의 결단과 노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된다. 문학인 역시 이러한 결단과 노력의 현장에서 비켜 설 수는 없다는 게 우리의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에 입각해서 오늘날의 우리 문학계를 관찰해 볼 때, 많은 희망적인 징후를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수의 문학인들이 시대의 요구에 정직하게 대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 개중에는 예언자적인 사명감과 비상한 용기를 갖춘 이들도 쉽게 눈에 뜨인다는 것,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고 그 통찰을 언어화하는 능력이 전반적으로 만만치 않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는 것 등에서 우리는 그러한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와 같은 긍정적 측면이 특히 젊은 층의 문인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점도 우리의 희망적 관측을 강화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의 문학계가 보여주고 있는 이같은 긍정적 측면에 주목함과 아울러, 두 가지 불만스러운 점을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째는 문학에 있어서의 다양성이라고 하는 명제가 오늘날 부당하게 경시 내지 죄악시 되고 있다는 점이며, 그 둘째는 문학판 에서의 중추적인 지위는 당연히 작품에 돌아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식이 종종 망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다양성의 문제부터 생각해보자. 오늘날의 상황에서 다양성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자칫하면 비생산적인 백일몽으로 매도당하거나 부정한 체제의 유지에 기여하는 반동적 발언으로 몰릴 위험을 안고 있으며, 그런 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단순히 좋은 게 좋다라는 식의 무원칙한 타협주의와 구별되는, 참다운 의미에서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정신은, 가장 깊은 차원에서 인간의 창조성을 긍정하고 부정한 기성체제와의 야합을 거부하며 보수가 아닌 진보에 믿음을 거는 것이다. 이러한 뜻에서의 다양성에 대한 탐구는 오늘의 이 사회가 격동의 소용돌이 속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마땅하다.
그 다음으로, 문학판에서 작품이라는 존재가 자신에게 걸맞는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문학인은 적어도 일차적으로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는 명제가 종종 실종되고, 그 대신 구호 차원의 전투적 발언이나 도식적인 이론이 우위를 점하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우리가 믿기로는 문학에 있어서 구호적 발언이나 도식적 논리가 필요한 측면도 물론 있지만, 그리고 오늘의 상황이 그것들의 필요성을 유달리 제고시키고 있다는 점도 인정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작품이 중추적인 지위에서 내려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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