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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장관님, 이것은 '변절'입니다

[기후의 시간] 월계동의 아스팔트에서 해남의 송전탑까지

등록 2026.08.13 16:54수정 2026.08.16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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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5월 2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0년 5월 21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우성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그의 의원실을 찾은 적이 있다. 책장에는 기후 위기 관련 서적이 빼곡했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가 시민사회와 같은 언어를 쓰는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

그에 대한 첫 기억은 이보다 훨씬 앞선다. 2011년 서울 노원구 월계동 방사능 아스팔트 사태를 수습하던 노원구청장 김성환의 모습이다. 당시 월계동 주택가 도로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선이 검출됐다. 폐아스콘을 재활용한 도로 포장재가 원인이었다. 걷어낸 아스팔트는 330여 톤. 처리 비용은 60억 원 규모로 추산됐다.

그때 그는 시민의 편에 서 있었다. 정부가 '발생자 부담 원칙'을 들어 노원구에 책임을 떠넘기자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노원구는 조달청이 선정한 자재를 구매했을 뿐이고, 2000년 아스콘 폐자재 재활용을 허용하도록 법을 완화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이 중앙정부에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중앙정부의 법규 미비로 생긴 문제를 자치구에 떠넘기는 것을 그는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이 사건을 하나의 사고로만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떠들다 이런 사태가 터졌는데도 아직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그는 말했다. 정부가 원전 14기를 더 짓겠다고 하면서 이런 것 하나 처리하지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도 했다. 원자력은 어느 곳도 환영하지 않고 위험도가 높아 관리비가 많이 드는 사업인데, 이런 작은 것조차 국가가 관리하지 못해 노원구민의 불안을 키우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 답변에는 그가 이후 10여 년간 붙들게 될 문제의식이 들어 있었다. 방사능 문제에서 국가는 책임을 회피한다는 것, 원자력은 뒤처리 비용이 큰 에너지라는 것, 그 부담은 결국 힘없는 주민에게 전가된다는 것.

"원전 없는 세상"을 말하던 사람

 2013년 6월 12일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 마들 근린공원내 '노원에코센터'에서 태양광 발전기를 보여주며 "에코센터의 전기계량기는 '제로(0)'가 아니라 마이너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2013년 6월 12일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서울 노원구 상계동 마들 근린공원내 '노원에코센터'에서 태양광 발전기를 보여주며 "에코센터의 전기계량기는 '제로(0)'가 아니라 마이너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유성호

월계동 아스팔트 사태는 그를 탈핵으로 이끌었다. 2012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 행사에서 그는 원전 없는 세상을 후손에게 물려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원전은 결코 저렴하지도, 안전하지도, 화석연료를 대체하지도 못한다며 독일과 같은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주장했다.


말에 그치지 않았다.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에 호응해 노원을 에너지 자립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주택단지인 노원 에너지제로하우스를 건설했고, 주민 햇빛발전협동조합 설립도 지원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주민의 이해와 참여'였다. 위에서 내리꽂는 방식이 아니라 아래에서 쌓아 올리는 방식. 그것이 구청장 김성환의 방법론이었다.

국회에 들어간 뒤에도 그의 언어는 일관됐다. 2020년 그는 의원 109명과 함께 '기후 위기 비상선언 결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중앙집중형 에너지체계를 재생에너지 기반의 지역분산형으로 전환하고, 그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준수한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전력정책 포럼에서는 석탄과 원자력에 의존하는 구조를 바람과 태양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바꾸는 움직임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해 9월 태풍으로 국내 원전의 4분의 1이 전력망에서 이탈했을 때 그는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중앙집중형 발전체계를 지역분산형의 안전한 에너지 체계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는 더 분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기후 위기·탄소중립특위 공동위원장으로서 그는 이미 건설된 원전은 사용 가능한 기간만 사용하고 추가로 새로 짓지 않겠다고 했다. 에너지고속도로와 기후에너지부 구상도 이때 나왔다.

그가 장관이 된 뒤

지난해 그는 자신이 만들자고 했던 부처의 초대 수장이 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성환. 시민사회는 기대했다. 일방적인 송전선로 건설 방식을 지양하고, 진정성 있는 지역 소통과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산형 전력망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의 행보는 그 기대와 크게 어긋났다.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신규 원전에 대한 입장이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1.4GW급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가 포함돼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수립된 계획이다. 원전을 새로 짓지 않겠다고 했던 사람이라면 마땅히 백지화를 검토해야 했다. 그러나 그는 여론조사와 대국민 토론회를 거쳐 조기에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숙의가 아니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에서 시민참여단은 원전 비중을 두고 축소 53.2%, 현상 유지 35.5%, 확대 9.7%라는 응답을 내놓았다. 논의가 깊어질수록 확대 의견은 줄고 축소 의견은 늘었다. 합숙 토론도 다단계 조사도 없는 여론조사로 국책 사업을 확정하겠다는 것은 숙의 구조를 오히려 축소한 것이다. 시민은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응답자로 전락한다.

더 심각한 것은 정보의 통제다. 지난 4월 <뉴스타파>는 기후에너지환경부 내부 문건 '원자력 탄력 운전 주요 이슈 정리'를 입수해 보도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동시에 늘릴 경우 원전 출력을 최대 80%까지, 연간 200회 낮출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2032년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힌 50% 감발 기술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정부 내부의 진단이었다.

출력을 그만큼 자주 낮춰야 하는 설비는 더 이상 기저전원이 아니다. 그렇다면 새로 지을 이유도 사라진다. 게다가 원전은 100% 출력 운전을 전제로 안전성이 확인된 설비다. 제논 축적, 핵연료 피복관의 피로 누적, 대용량 단위 이탈에 따른 계통 충격 같은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문건은 김 장관이 신규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공식 발표한 바로 다음 날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겠다며 여론조사를 준비하면서, 정작 원전의 존재 이유 자체를 흔드는 판단을 공론장에 올리지 않았다. 정보를 가린 채 묻는 것을 공론화라고 부를 수는 없다.

중앙집중을 반대하던 사람이 송전탑을 세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소재 전력기반센터에서 임실, 장성, 충남, 대전 서구, 부안, 곡성 지역 대표자들과 전력망 건설 대책위원회 3차 간담회를 갖고 주민 수용성 제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소재 전력기반센터에서 임실, 장성, 충남, 대전 서구, 부안, 곡성 지역 대표자들과 전력망 건설 대책위원회 3차 간담회를 갖고 주민 수용성 제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세 번째는 송전탑이다. 지금 해남에서 서울까지 시민들이 걷고 있다. 용인 반도체 산단에 전기를 대기 위한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에 반대하는 행진이다. 호남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끌어오는 이 계획은, 그가 국회의원 시절 제정을 주도한 전력망특별법을 근거로 추진된다.

취임 초 그는 용인 반도체 산단의 전력 수요와 산업계의 입장을 현실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명분은 강행의 논리가 됐다. 중앙집중형 에너지 구조를 비판하던 사람이, 지금은 대규모 발전과 장거리 송전으로 대표되는 가장 전형적인 중앙집중형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을 결의안에 명문화했던 사람이다. 주민의 이해와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던 사람이다. 지금 그 주민들이 수백 킬로미터를 걷고 있는데, 부처는 협의라는 이름의 절차만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전력기반센터에서 열린 자리가 그랬다. 장관과의 간담회로 알고 찾아온 주민은 일고여덟 명이었다. 그러나 그 자리는 전력망 추진 정책을 설명하는 시간으로 채워지며 주민들을 들러리로 세웠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생각이 바뀌기도 한다. 과거의 발언 몇 개로 한 사람을 재단할 생각은 없다. 책임 있는 자리에 앉으면 이전에 보이지 않던 제약이 보인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방향 전환의 근거를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을 뒤집을 수 있는 내부 정보를 공론장에 올리지 않은 채 여론조사로 정당성을 확보하려 한다면, 그것은 성장이 아니라 변절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돌이켜보면 2011년 인터뷰에 지금을 예고하는 대목이 하나 있었다. 폐드럼통에 담은 방사능 아스팔트는 노원구가 아닌 정부가 지정하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 맞다고 그는 말했다. 서울 안에서는 어디로 옮겨도 민원이 생기니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달라는 것이 노원구의 요구라고도 했다. 자치단체장으로서는 당연한 요구였을 것이다. 다만 위험을 다른 지역으로 넘기는 그 구조 자체를 그때 함께 물었다면, 지금 해남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그의 자리도 달라졌을지 모른다.

15년 전 그는 국가가 작은 것 하나 관리하지 못해 주민의 불안을 키우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때 그가 대변하던 주민은 노원구민이었다. 지금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해남과 영광과 당진과 밀양의 주민들이다. 다른 것은 지역뿐이다.

폭염 속에서 함께 걷던 광주의 활동가는 말했다.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이웃에게 떠넘기지 않는 것, 그것이 공동체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태도라고.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그가 만들자고 제안했던 부처다. 이제 묻고 싶다. 지금 그가 앉아 있는 자리는, 2011년의 그가 상대편이라고 불렀던 '중앙정부'와 무엇이 다른가.
#김성환장관 #기후에너지환경부 #방사능아스팔트 #원전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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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에서 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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